탁신 치나왓 전 태국 총리가 외곽을 때리는 노련한 정치기술로 그를 축출한 쿠데타 군부와 과도정부를 흔들고 있다.
탁신 전 총리는 여유있게 주변국을 맴돌며 '외곽 때리기'에 나서자 군부와 과도정부는 쿠데타로 구축한 정치적 기반이 자칫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탁신의 정치적 행보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작년 9월 19일 쿠데타가 발발할 당시 뉴욕에 머물던 탁신은 영국을 거쳐 작년 10월말 베이징을 통해 중국으로 입국한 뒤 홍콩과 휴양지인 인도네시아 발리 등을 돌며 부인 포자만 여사와 함께 쇼핑과 골프를 즐겼다.
탁신은 귀국 시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은 아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하면서 "나는 실업자 신세라서 직업이 필요하다"고 농담을 던지는 등 늘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탁신이 이처럼 미소와 농담을 즐기는 여유를 보이면 보일수록 태국 군부는 더욱 더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군부는 수주일 안에 계엄령을 풀겠다고 하더니 "사회가 안정될 때까지"라며 계엄령 해제 시기를 늦췄다. 사실상 군부의 지시를 받고 있는 과도정부는 작년 11월 28일 방콕을 포함, 전국 76개 주 가운데 41개주의 계엄령을 해제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엄령 해제 의결 두달이 다가오도록 해제를 미루고 있다.
군부는 탁신의 귀국에 대해서도 "고국으로 돌아올 권리가 있다"고 하더니 "귀국을 허용할 때가 아니다"고 말을 바꾸었다.
특히 군부는 쿠데타를 단행한 이유로 내세운 탁신 정부의 부정부패와 권력남용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해 허둥대고 있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구랍 31일 방콕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외국인 9명을 포함한 45명의 사상자를 내자 군부는 그 배후로 탁신 추종세력을 지목했다. 그러나 용의자를 검거하기는 커녕 탁신과 연결될만한 결정적 단서도 내놓지 못한 채 탁신에게 역공을 당하는 빌미만 제공했다.
홍콩에 머물던 탁신은 자신의 법률 고문과 팩스를 이용한 친필 서한을 통해 "맹세코 국민을 해치고 국가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일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며 자신을 폭탄 테러의 배후로 지목한 군부와 과도정부를 강력히 비난했다.
탁신이 입을 열 때마다 그의 발언은 태국 언론에 주요 기사로 취급되면서 국민 사이에 그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군부와 과도정부는 탁신과 부인의 외교여권을 박탈하고 라디오와 TV 방송사에 그에 대한 보도를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탁신의 발에 족쇄를 채우고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것이었다.
탁신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반 여권을 이용해 이번엔 싱가포르로 건너가 월스트리트저널,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현 군부와 과도정부에 맹공을 퍼부었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민주주의 체제로 복귀할 것을, 현 과도정부에 대해서는 일련의 경제 실책을 나무랐다.
군부와 과도정부는 급기야 탁신과 싱가포르 부총리의 사적 회동을 이유로 싱가포르 외무장관 초청 계획을 취소하고, 각종 민간 교류 프로그램도 무기한 유보하는 외교적 보복조치를 취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마이클 몬테사노 교수는 AFP와 인터뷰를 통해 "정치적 천재인 탁신은 힘들이지 않고 태국 군부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며 "작년 한때 잃었던 정치적 재능을 다시 되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주초 싱가포르를 떠난 탁신은 베이징을 거쳐 18일에는 일본에 도착했다. 탁신은 도쿄 대학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연설을 행할 예정이며, 일본 NHK와 회견도 계획되어 있다.
태국 군부와 과도정부는 탁신의 입에서 무슨 말이 튀어나올까 또다시 노심초사하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sungok@yna.co.kr

1
2
3
4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