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요즘 현대자동차의 사정이 그렇다.
정몽구 회장의 비자금 사건과 성과금을 둘러싼 노사갈등 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까지 겹쳤다.
하지만 적어도 공정위와 관련된 악재는 이번이 끝이 아니다. 18일 부과된 과징금 230억원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번 제재는 대리점에 대한 '독과점적 지위남용'에 한정된 것일 뿐이다.
당장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부당내부거래) 건이 남아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이달말 심사보고서를 작성, 전원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빠르면 다음달쯤 현대차에 대해 또 한번의 제재가 내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납품업체 '단가 후려치기'(부당 단가인하)에 대한 조사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공정위는 이날 발표한 현대차 과징금 관련 자료에 "현대차가 납품단가를 매년 2~5%씩 일률적으로 인하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리점을 들볶는 문제와는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문구다. 현대차의 납품단가 인하 조사를 위한 '운 띄우기'로 읽혀지는 이유다.
김원준 공정위 시장감시본부장은 이날 "독과점이 심화된 산업을 대상으로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나 불공정행위에 대해 법집행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권오승 공정위원장이 지난해 7월1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센터 공정위 전문교육과정' 강연에서 "경쟁제한적(독과점적) 사업자의 하도급 문제를 집중 규제하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독과점적 사업자가 타깃이 된다면 국내 승용차시장 점유율 68%(기아차 포함, 2005년 기준)의 현대차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대표적인 독과점 사업자인 현대차에 대해 "각오하라"고 경고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현대차로서는 '점유율이 높아서 슬픈' 지경에 놓인 셈이다.
공정위는 현대차 독과점 문제의 근원으로 '기아차'를 지목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1998년 12월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갖게 된 것이 대리점에게 '밀어내기' 등을 강요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했다.
8년전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는 순간 독과점과 불공정행위의 씨앗이 잉태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당시 '예외적 경우'라는 이유로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를 승인했던 공정위 역시 이같은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에 대한 '책임론'은 현대차에 대한 이번 제재가 '때늦은 조치'라는 비판과도 맞물린다. 공정위 관계자 역시 "국내 자동차시장은 현대차로의 독과점화가 심화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방치돼왔다"고 인정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98년 당시 독과점화가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으로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를 허용한 것이 지금의 상황을 불러왔다"며 "스스로 독과점화를 방치했던 공정위가 지금와서 현대차의 독과점 문제를 규제하기가 편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배기자 p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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