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독립영화관에서 [파업전야]를 보고

  • 등록 2006.11.22 15: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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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파업전야

2006년 11월 10일 KBS 독립영화관에서 [파업전야]가 방영됐다. 다들 알다시피 이 영화는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제작 상영된 영화고, 때문에 극장이 아닌 전국의 대학을 돌면서 상영됐다. 바리케이트를 치고 몸으로 경찰을 막아가면서 영화를 상영했다는 전설은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그랬던 [파업전야]가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건 ‘세상 좋아졌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KBS 독립영화관은 개편과 함께 사라진다. 이전에 [파업전야]를 비롯한 독립영화가 상영되지 못하게 막았던 것이 정부의 검열이었다면 이제 독립영화의 상영을 막는 것은 자본의 논리이다. 이런 아이러니에 대해서 나는... 별로 할 말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면... 나는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 되고 싶다.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으로 살아남고 싶다. 독립영화를 더 많이 보고, 볼 수 있는 기회는 되도록 놓치지 않고, 찾아볼 수 있다면 찾아서도 보는 적극적인 관객으로 살아남고 싶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싶다.

 

요즘 한국 영화의 독점적인 배급 행태에 대해 말이 많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항상 듣는 입장이었다. 나에게 말을 해주는 사람들의 의견이 내가 할 수 있는 말보다 더 설득력 있었으므로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네오이마쥬에만 해도 좋은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입장들에 동의하며...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런 정도이다. 나는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으로 살아남고 싶다.

나는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으로 살아남고 싶다. 독립영화 보기 어렵다고 하지만, 나는 내가 볼 수 없는 상황이라서 못 본 영화 보다는 내가 게을러서 놓친 영화가 더 많았고 그래서 항상 조바심이 난다. 이번 달만 해도 인디 다큐 페스티벌과 인디 애니 페스티벌이 동시에 열리는 바람에 인디 애니 패스티벌을 포기했다. 영화제와 시간이 겹친 홍대 클럽 빵에서의 독립영화 정기 상영회도 못 갔고 어영부영하다 장애인 영화제도 놓쳤다. 독립영화는 어떻게 접해야 하냐고 묻는 사람이 가끔 있는데, 기회는 생각보다 많다. 독립영화에 느끼는 접근의 불편함은 (그러니까 당신이 서울에 살고 있다면. 지방이면 접근이 불편한 게 맞다) 물리적 불편함 보다는 심리적 불편함이 큰 것 같다.

 

독립영화는 주류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가능성의 영화라고 생각해서 그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기 전에는 관심을 안 갖거나, 혹은 영화판에서 작은 크기의 담론을 차지하기 때문에 관심을 적게 가져도 된다는 일종의 비주류 취급 때문에 접근의 심리적 장벽이 생기지 않나 한다. 물론 독립영화가 안에 독립영화로서의 담론을 품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접근하기 전부터 독립영화적인 취급을 할 필요는 없다. 일본 영화가 영화이고 공포 영화가 영화이듯 독립영화도 그냥 영화이다. 나는 독립영화도 영화이기 때문에 독립영화를 보고 김종관 감독을 감독으로서 좋아하기 때문에 그의 영화를 보고 양익준씨를 좋아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그가 출연한 영화를 본다. [커피와 담배]를 즐기듯 단편영화를 즐기고 [화씨 911]을 즐기듯 미디어 운동가들의 다큐멘터리를 즐기고 메가박스를 찾아가듯 서울시네마테크를 찾아가면 안 되는 걸까? 나는 그러려고 노력한다. 그 이상은 모르겠다.

그렇게 독립영화를 보다보면, 내가 [안다고 말하지 마라]를 만났듯 당신도 당신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독립영화를 접할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영화를 보게 만든 계기가 된 영화가 있듯이, 독립영화를 보게 만든 독립영화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괜찮은 독립영화라는 말을 듣고 챙겨 본 [송환]이나 [용서받지 못한 자]가 당신의 마음에 불을 지를 수 있다. 혹은 동X녀(폄하의 뉘앙스 때문에 좋아하는 단어는 아니다. 그래서 엑스자를 넣었다)의 호기심으로 접한 [후회하지 않아]가 그런 영화일 수도 있고, 김태희가 좋아서 본 [신도시인]이나 박신양이 좋아서 본 [가변차선] 때문일 수도 있고, 봉준호 감독이 좋아서 본 [지리멸렬]이나 류승완 감독이 좋아서 본 [현대인] 일수도 있다. 그런 영화 못 만나도 상관없다. 아무튼 그렇게 독립영화를 즐기면 되지 않나... 나는 생각한다.

[파업전야]가 마음에 불을 질러서 독립영화 쪽으로 빠지게 된 사람도 많을 것이다. 지금 독립영화계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사람 중의 한명인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도 [파업전야]를 계기로 독립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하고, 찾아보면 많을 것이다. [파업전야]가 가진 의의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영화가 내적으로, 그리고 외적으로 품고 있는 독립영화의 정신이 시대가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빛나고 있다는 것. 그 정신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쳤고 그 영향이 지금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 이제야 [파업전야] 이야기로 돌아왔다.

 

 

*사진설명 :ⓒ파업전야

하지만 영화 [파업전야]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다. 영화를 보고난 느낌은 [오 꿈의 나라]를 보고 났을 때와 비슷했다. 전설로 듣던 영화를 접해서 좋았고,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아서 놀랐고, 거칠고 투박한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꼼꼼하고 아름다운 영화여서 좋았고, 결정적으로 재밌어서 좋았다. [오 꿈의 나라]에서도 느껴졌던 여러 명이 공들여 접근해 풀어낸 듯한 영화의 화법도 좋았다. 장산곶매의 영화가 원래 그런가? 그건 장산곶매의 다른 영화도 봐야 알 수 있을 테니 가능하다면 더 보고 싶다. 그 영화들도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다른 독립영화를 찾아다니고 싶다. 나는 독립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아남고 싶다. 그게 내가 [파업전야]를 KBS 독립영화관에서 보고 난 후 하고 싶었던 말이다.

 

김이환 칼럼니스트

제목 : 파업전야
감독 : 이은, 장동홍, 장윤현, 이재구
주연 : 홍석연, 엄경환, 강능원, 고동업, 박종철, 신종태, 왕태언, 임영구, 조현모, 최경희, 최일순, 황병도, 황진
정보 : 극영화 / 1990년 / 105분


출처:네오이마주 http://www.neoimages.co.kr 


김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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