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행동주주의자'와 '가치투자자'의 동상이몽

  • 등록 2007.01.15 11: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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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교수 vs 이채원 전무, 대한화섬, 태광산업 매수논거의 공통점과 차이점]

장하성 교수와 이채원 전무.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라는 상이한 직업에 종사하지만 이들은 나름의 '시장논리'로 국내증시에 상당한 추종세력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장하성 교수는 지배구조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주창하며 일찍부터 시장에 참가했다. '소액주주운동'을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속칭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F)를 통해 '은둔의 왕국'이라는 태광그룹을 세속으로 끌어냈다.

국내 최고의 '가치투자자'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이 전무도 지난해 4월 '10년투자펀드'로 장기투자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했다.

정상에 서면 서로 통하는 법. 일면식도 없는 이들은 '대한화섬'과 '태광산업'을 2년시차를 두고 투자한다. '가치투자자'가 큰 이익을 본 종목을 '주주행동주의자'가 뒤좇아 투자하면서 큰 폭의 주가상승을 가져왔다.

◇ <b> 이채원, 시장이 알아줄 때까지 시간을 낚는다</b> = 이채원 전무는 최근 출간한 '이채원의 가치투자'에서 2004년 하반기 대한화섬과 태광산업에 투자하는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전무는 당시 대한화섬의 주가 1만 3000원은 주당 순자산가치 19만 9500원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시가총액(1560억원)에 비해 보유토지의 장부가격이 957억원은 '무조건 먹는다'는 확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이 전무는 평균 1만 3000원대에 매수한 대한화섬을 8개월후 평균 2만 5000원대에 매도, 100%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모기업인 태광산업도 유사한 관점에서 접근했다. 당시 태광산업의 주당 순자산가치는 120만원이고 PBR(주당순자산배율)도 0.1배에 불과했다. 태광산업의 보유 토지가격을 장부가로 환산하면 시가총액의 3배가 넘었다. 또한 당시 태광산업은 케이블TV 등 미래성장동력도 확보하고 있어 12만원 가격이 헐값이라고 판단했다.

이 전무는 한국투자증권 인수자금 마련 등 회사내부사정으로 2005년 1분기에 45만원에서 50만원사이에 분할매도했다. 하지만 그는 "회사 내부 사정으로 매도했지만 당시 태광산업의 적정주가를 70만원으로 평가, 장기보유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 <b> 장하성, 공개압박통해 '단기간'에 우량주 만든다 </b> = '장하성 펀드'는 왜곡된 지배구조로 시장에서 저평가된 기업을 선정, 직접 지배구조를 개선시켜 기업가치를 높여 투자수익을 실현하는게 주목적이다.

장 교수의 첫번째 타깃이된 대한화섬과 태광산업이 그 대표적인 예다.

KCGF는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대한화섬 주식 6만8406주(5.15%)를 취득했다. 매입가격은 6만원부터 9만원까지. 장 교수는 "대한화섬은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4조6000억원)의 5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며 "이는 태광그룹의 비효율적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지배구조개선을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장 교수의 요구조건은 △소액주주 권리의 개선 △독립적인 이사회 운영 △회사와 계열사들 간 거래 투명성 개선 △배당금 증액 △주주 이익을 저해하는 유휴자산 매각 등이었다.

결국 장 교수는 주주명부 열람 소송까지 벌이는 법정공방을 벌인끝에 지난해 12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티브로드 천안방송 지분 처리, △유선방송 지주회사 신설△ 대한화섬 유휴자산 활용, △주주중시 경영활동 강화 및 IR팀 신설 등의 성과를 얻어냈다.

장 교수의 활약으로 대한화섬은 8월하순 6만원대에서 9월중순에는 20만원을 돌파했다. 이후 조정을 보였지만 1월 15일현재 13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 <b> 자산주, 매수논거의 공통점과 차이점 </b> = '장하성 펀드'는 한편으로는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에 투자, 시장에서 제대로된 평가를 받도록하겠다는 '소극적' 의미의 지배구조개선활동도 벌이고 있다. 화성산업, 동원개발과 크라운제과 등이 이같은 범주에 속한다.

장 교수는 지난해 11월 "화성산업은 수익가치와 자산가치, 영업가치가 좋을 뿐 아니라 경영진도 좋은 의지를 갖고 있다"며 "우리가 찾던 가장 이상적인 투자대상과 가깝다"고 매수동기를 밝혔다. 매수기간은 지난 4월부터이며 보유 주식은 63만4570주(5.09%)이다. 매입대금은 87억3500만원.

또한 지난 7월부터 11월말까지 크라운제과도 7만 9776주(5.70%)를 매수했다. 단순히 자산가치만 본 것이 아니라 '회사의 성장성'도 주목했다며 매수동기를 밝혔다.

이 전무는 "화성산업은 한번도 투자대상으로 검토해 보지 않았고 크라운제과는 2번 직접 탐방했다"며 "우리가 원하는 가격보다 비싸 투자리스트에만 올려놨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장하성 펀드'는 기업지배구조개선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소수의 특정기업에 집중투자할 수 있지만 공모펀드는 최소 40여개 종목에 분산투자할 수밖에 없어 내재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에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차이를 지적했다. 즉 '장하성 펀드'가 경영진에 비우호적인 방식을 공개적으로 동원하면서까지 단기간에 내재가치를 실현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지만 공모펀드는 '기다리는 것이 미덕'이라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 전무는 다만 "'장하성 펀드'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란 대의명분이 '차익실현'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대의명분으로 여론을 등에 업고 내재가치를 단기간에 끌어올렸지만 이것 때문에 매도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장 교수는 이 전무에 대해 "기업의 가치보다는 수익률에 골몰하면서 장기투자와는 담을 쌓고 있는 대다수 기관투자가와 달리 저평가 종목을 발굴하는 안목과 국내기관투자가중 실질적인 장기투자자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매도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에 대해 "펀드가 장기로 종속하는 한 향후 차익실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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