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노조의 정치놀음 '성장시계' 되돌린다

  • 등록 2007.01.12 09: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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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자동차산업]<1>한국 자동차산업 어디로 가나]

지난 10일 오후 4시. 서울 양재동 현대차 정문 문서수발실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문틈으로 엿본 내부는 2~3명이 근무할 수 있는 작은 공간. 그러나 이 날은 노사대표 10여명으로 발디딜틈 없었다.

노조는 이 날 성과금 50% 미지급을 이유로 양재동 본사까지 조합원 1000여명을 데리고 올라와 '상경투쟁'을 벌였다. 노조 대표 3명은 본사 정문 통과를 시도, 문서수발실까지 도달했다. 정문에 운집한 시위대와 노조 사이에는 경찰 수백명과 사측이 배치한 용역 경비원들이 자리잡았다. 시위대는 정문 너머의 상황을 알 수 없었다.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한 노조 간부가 정문 밖에서 격렬하게 시위대를 선동하던 모습과는 달리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말했다. "본사 건물까지만 좀 갑시다. 조합원들도 있고.."

노사는 항의서한을 어디서 받을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노조 대표는 울산이 아닌 서울 본사 관리직을 전달대상으로 요구했다. 그래야 서울까지 상경한 명분이 산다는 요지였다. 30분전까지 정문 밖에서 "정몽구 회장에게 직접 항의하겠다"고 조합원들에게 공언했던 의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성과금 추가 지급을 '노조탄압'과 '비리경영'으로 무리하게 연관지은 노조였다. 이들은 끝내 본사 1층에서 보안실장을 잠시 만나 항의서를 전달했다. 그게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소란을 일으킨 이유였다. 성과금 요구대상도 아닌 보안실장에게 서울로 동행한 1000여명과 조합원들을 대표해 항의했다.

노조가 수뇌부의 '명분찾기'를 위해 일손을 놓은 이 날,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각기 준비한 미래차를 선보이고 있었다.

<b>◇세계 1위 토요타 VS 르노에 인수 닛산..차이는 '노사관계'</b>

합리적인 노사관계는 오늘날 자동차 산업의 지형도를 바꿔놓았다. 전통의 강자는 없다. 다만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모델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브랜드만 남았을 뿐이다. 일본 지방 중소기업에서 사실상 세계 1위로 올라선 토요타가 이를 증명한다.

일본에서 오래 전부터 토요타와 경쟁한 닛산을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하다. 지난 20세기 초, 설립된 두 라이벌 기업은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성장 경쟁을 벌였다. 이후 1940년대 말, 두 기업은 똑같이 노사분규를 겪는다. 전후 급진 좌파가 나타나 노동자들을 선동하면서 발생한 극렬한 투쟁이었다. 닛산이 먼저 정리해고를 했고 분규로 진통을 겪었다. 1949년 토요타도 같은 경험을 했다.

하지만 그 후, 두 기업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토요타 노조는 한번의 뼈아픈 경험을 토대로 외부의 정치파업 등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닛산은 1953년, 이른바 '총자본' 대 '총노동'이 맞서는 100일 파업을 벌였다. 1953년 이후, 두 기업 모두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지만 닛산 노조는 계속해서 정치파업을 지속했다.

노조 전임자의 수가 두 노조 구성의 효율성과 강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두 기업이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이던 80년대 중반, 노조 전임자 수는 토요타가 44명(1250명당 1인)이었던데 비해 닛산은 145명(400명당 1인)이었다. 닛산 노조의 전임자가 토요타보다 3배 이상 많았던 것이다. 여기에 토요타 노조전임자는 짧은 재임기간과 현장감독자 수준의 실무권위만 가졌던데 비해 닛산의 그들은 한번 전임자가 되면 갖가지 명목으로 임기를 늘리고, 작업장의 실권을 좌우하는 권력을 움켜쥐었다. 노조 스스로 비대해지면서 권력을 지향했다는 설명이다.

오늘날 두 기업의 모습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토요타는 최근 GM을 누르고 생산량, 순익, 신제품 개발 능력 등 모든 면에서 세계최고 기업에 올라섰다. 하지만 몇년전 닛산은 경영난을 겪다가 자력 회생하지 못하고 창업 초기 회사명으로 정한 브랜드명을 수정해야 했다. 이제 닛산이라는 이름 앞에는 반드시 '르노'라는 이름이 덧붙는다.

<b>◇울산공장 폐쇄에 동정하지 않는다</b>

이 시간 현대차는 어디로 질주하고 있을까.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복지개선 요구 주장을 지난 20년간 실천해온 대가로 자국 산업의 대표기업 GM과 포드의 쇠락을 이끌었다. 덕분에 미국 자동차 생산기지의 본고장, 디트로이트는 모타운(모터+타운)이라는 명성을 뒤로하고 대량해고와 공장폐쇄 소식을 전해듣고 있다.

대신 남쪽의 텍사스와 앨라배마는 노조 없는(Union free) 생산 기지를 만들어 토요타와 혼다 등 경쟁력있는 외국기업에 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약속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서울에서 '파업'을 운운하던 이 날, 시위대가 만든 교통체증에 짜증이 난 한 시민은 "울산공장을 아예 폐쇄하라"고 항의했다. 현대차의 본기지 울산은 한국 제조업의 상징적인 버팀목이다. 하지만 만약 울산공장이 폐쇄되더라도 누구하나 동정하지 않을 것 같다. 치열한 경쟁아래 폐쇄되고 있는 미국 유수의 자동차 공장들처럼 말이다.
박준식기자 win0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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