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노무현 대통령이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했다. 대통령의 권한으로 직접 발의를 하겠다고 한다. 개헌론이 늘상 정치권에 떠돌던 것이긴 하지만,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엇비슷한 시기에 치르게 되는 20년 주기가 돌아오는 때라서 그 시기의 적합성이 더욱 설득력있게 들린다.
건국이후 우리나라는 헌법을 무려 아홉 번이나 뜯어고쳤다. 그리고 그중 상당수는 통치자의 집권연장의도에서 시도된 개헌이었다. 그 과정에서 우린 4년 중임제를 해보기도 했고, 4.19 의거로 이승만 정권이 물러난 이후엔 잠시 내각제를 해보기도 했다. 유신시절엔 통일주체 국민회의에서 대통령을 뽑고 국회의원 정수의 3분의 1을 선출하기도 하는(유정회) 기형적 간선제를 하기도 했다. 직선제,간선제,내각제,대통령 중심제등 민주주의 제도하에서 해볼수 있는 대통령 선출방식과 통치제도는 웬만한건 한번씩 다 해본 60년 건국사다.
지금의 5년 단임의 대통령 직선제는 1987년 민주화 항쟁의 결과물이다. 결국 민정당 정권은 6.29 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였고, 그후 여야합의로 5년 단임제를 골자로 한 현행헌법이 만들어졌다. 의정단상 점거나 날치기 통과가 없는 최초의 여야합의 헌법이었다. 물론 5년 단임제는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막기위해 도입한 제도임은 두말할 것 없는 사실이다. 애초에 민정당 안이었던 6년 단임제와 야당안인 4년중임제가 절충되어 5년 단임제가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개헌을 제안하며 4년 중임이 아닌 4년 연임제를 하자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을 물러나고 잠시 쉰후 재출마할수 있는 중임제가 아닌 한번에 한해서만 연임할수 있는 연임제라는 것이다. 한편 5년 단임제의 문제점에 대해선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시기가 일치하지 않아 정국혼란이 오고 임기말기 권력누수현상이 온다는 점을 흔히 지적한다.
그렇다면 과연 5년 단임제는 실패한 제도인가 ? 87년 9차개헌이후 집권한 네 대통령이 모두 사실상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는 시점에서 그와같은 단정은 설득력있게 들린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과연 5년 단임제란 제도탓으로 돌릴 문제인가. 4년 중임제나 연임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
중임이든 연임이든 4년제가 되면 임기 2년 정도가 지나면 대통령이 다음 선거를 걱정해야하기 때문에 재선을 위한 인기영합정책이나 선심공약을 남발할 위험이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을 생각한다면 관권,금권선거가 다시 부활할 우려마저 있다. 미국에서 조차도 현직대통령의 지나친 선거관여가 종종 문제가 되었는데 하물며 우리나라에서일까.
4년 중임(혹은 연임제)제는 실상 우리나라가 건국 초기에 채택했던 제도고 미국을 비롯한 상당수 많은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긴 하다. 하지만 우린 바로 그 4년 중임제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대통령이 연임을 할 수 있다보니 장기집권의 유혹이 생겼고 결국 3선개헌이니 유신헌법이니 하는 일이 계속 발생했다. 5년 단임제가 정착되어가고 있고, 성숙해진 국민의식과 정치의식을 생각한다면 그런일은 이제 그리 우려할바는 아니지만 4년 중임나 연임제 그 자체가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한번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과연 5년 단임제는 국정혼란만을 가져왔는가 ? 문제는 대개 임기 중간에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를 치르게 되어 사실상 매년 선거를 치르는것이나 다름없는 형국이 되고, 특히 여소야대 정국이 되면 국정을 효율적으로 이끌어갈수 없다는 점 이었다. 허나 여소야대가 과연 정국혼란을 가져오는가 ? 미국도 여소야대인 경우가 많았지만 그걸 가지고 정국혼란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실제 여소야대는 정국혼란은커녕 대개 여야 합의로 국회가 운영되는 바람직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보여주었다. 오히려 대통령이 무리해서 국민이 만들어준 여소야대 상황을 바꾸려 했을 때 문제가 생겼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엔 여소야대 시절엔 항상 4당 대표나 원내대표가 만나 쟁점법안에 대해선 토의를 하고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3당합당이 이루어지면서 다시 날치기 통과와 의정단상 점거의 구태가 부활했다.
김영삼 정권의 경우 임기 초반 90퍼센트가 넘는 지지를 받았지만 서민경제가 나아지지 않고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같은 대형사고가 터지면서 민심이 멀어져갔고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지방선거 참패는 결국 은퇴한 DJ와 민자당에서 퇴출당한 JP를 부활시켰고 신 3김시대를 열었다. 96년 국회의원 선거는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꾼 여당이 참패할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과반수에서 다소 못 미치는 139석의 의석을 획득했다. 한편 한때 100석 이상도 가능하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던 DJ의 국민회의는 79석을 획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김영삼 정권 역시 무리하게 다시 과반수를 만들려는 시도를 했고, 결국 무소속은 물론 민주당,자민련 의원까지 빼내와 국정혼란을 부추겼다. 노동법과 안기부법을 새벽에 날치기 통과시켰고 야당과 재야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으며 결국 97년 IMF로 막을 내렸다. DJ 정부 역시 과반수를 만들기 위한 의원 빼가기, 의원 꿔주기등이 항상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국민이 만들어준 선거결과를 통치자가 임의대로 바꾸려고 했을 때 문제가 생겼던거지 5년 단임제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5년 단임제야말로 대통령이 다시 선거에 나서야할 일이 없으니 사심없이 국정에 전념한다면 가장 효율적인 제도가 될 수 있는게 5년 단임제다. 임기중간에 치르게 되는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는 사실상의 중간평가가 되며 대통령이 선거에 개의치말고 국정을 잘 이끌어나간다면 그 평가가 바로 집권여당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국정의 연속성 문제를 말하는데 이승만, 박정희처럼 10년 이상 혼자서 장기집권 할 생각이 아닌다음에는 국정의 연속성 이야기가 나올 이유가 없다. 여야가 바뀌는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가령 안보문제나 경제정책같은 집권세력의 기본적인 정책기조는 후임 대통령이 계속 이어가는 것 아닌가.
4년 중임이나 연임제는 대통령이 재선에 신경쓰느라 인기영합정책과 선심공약을 남발할 우려가 있고, 관권,금권선거가 부활할 우려마저 있다. 내각제 역시 내각 총사퇴와 의회해산이라는 악순환이 거듭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치현실에서 함부로 거론할 문제가 아니다.
5년 단임제 역시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임기말 권력누수현상은 제도에 문제가 있기 보담은 대통령의 정책실패와 측근과 친인척비리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비리문제는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대통령 중심제의 문제지 5년 단임제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에 대한 권력집중현상은 현행헌법의 내각제적 요소를 살려 대통령의 기능 일부를 총리나 내각에 위임하는 방향으로의 대안이 나와야 할 문제지 5년 단임제를 고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조선 3대 임금인 태종 이방원은 ' 창업후 이전왕조의 뒤치다꺼리를 하는데 10년이 걸릴것이며 새로운 시대를 열기위한 제도를 정비하는데 10년이 걸릴 것이다 '란 말을 했다. 태평성대는 그 다음에나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건국후 아홉 번이나 뜯어고친 대한민국 헌법이다. 그러는 가운데 직선제도 했고 기형적인 간선제도 했었다. 대통령 중심제도 내각제도 다 해봤다. 현행헌법은 민주화 운동의 결과물이며 최초의 여야합의 개헌으로 만들어진 헌법이다. 그 9차개헌으로 만들어진 5년 단임제가 이제 20년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 종료가 일치되는 시점에서야 현실적으로 개헌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맞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자칫 자신의 임기가 줄어들 수 있는 개헌을 바랄리는 없을테니까. 그렇다면 20년만 더해보자. 어쨌든 20년을 삐걱거리면서도 그런대로 이끌어온 현행 5년 단임제 아닌가. 5년 단임제가 갖는 문제점은 헌법을 고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보완할수 있는 대안이 있다. - 가령 지역구 의원의 당적변경시 의원직을 상실케 하면 대통령의 야당의원 빼가기 같은 일을 견제할 수 있다 -
민주당 조순형 의원의 말처럼 한 30년쯤 더해보고까진 아니더라도 20년만 더 해보고 그때가서 그때의 주류세대 판단에 맡겨보자. 20년후엔 태극기 세대가 40대가 된다. 미국이나 영국은 수백년 전통을 가진 헌법이 계속 내려오고 있다지 않은가. 미국이나 영국의 헌법인들 문제가 없겠는가 ? 투표에서 지고 선거인단수에서 이겨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제도가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임을 우린 분명히 목격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선 헌법을 고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5년 단임제가 문제가 없는 제도는 아니다. 하지만 직선제, (기형적) 간선제, 내각제등을 다 해본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5년 단임제가 우리 정치현실에 조금은 더 적합하다는 것이 필자의 외람된 판단이다. 많은 헌법학자와 시민단체 그리고 정치권이 4년 중임제를 대안으로 말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은 중임제가 아닌 4년 연임제를 언급했다.
그러나 외람되게 견해를 밝히자면 포퓰리즘 정책을 만연케할 4년 중임이나 연임제 또는 내각 총사퇴와 의회해산이 거듭될 내각제보담은 그나마 5년 단임제가 우리 정치현실에서 알맞은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어느덧 20년 역사를 가진 5년 단임제다. 직선제 투쟁과 여야합의 결과의 산물인 자랑스러운 9차개헌안 5년 단임제 직선제를 이제 우리의 전통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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