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국정원장 사퇴 ‘압력’인가 ‘음모’인가

  • 등록 2006.11.16 09: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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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권력·정보, 신임 김만복 내정자로 넘어간 상태

 

 김승규 국정원장 사퇴관련에 앞서 삼국지(三國志)에 한 부분을 들려주고 싶다. 삼국지에서는 관우의 죽음을 두고 일부에서 제갈량의 음모가 있다는 얘기를 거론하는 일들이 종종 있다.

 삼국지에서 많은 이들이 당시 촉한 군정에서 제갈량과 관우가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별 근거 없는 단순한 추측일 뿐인데 이 부분에 대해 근거로 들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유비가 처음 제갈량을 등용했을 때 유비가 그를 너무 깊게 신임하는 걸 보고 관우, 장비가 불평했다는 점을 두고 있다.

 이는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라 할 수 있겠다. 자신들은 유비와 복사꽃 핀 동산에서 의형제를 맺고 십 수 년 간 함께 죽을 고비와 전쟁을 치렀는데 서생인 제갈량은 섬긴지 얼마 되지도 않아 자기들 못지않은 신뢰를 얻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유비란 인물은 제갈량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이 맘에 드는 인재에 대해선 명성이나 경력을 떠나 전폭적인 신뢰를 아끼지 않았던 인물이란 것을 삼국지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방통이 처음 유비를 섬기게 되었을 때 유비는 그를 별로 신뢰하지 않았지만 노숙과 제갈량의 추천으로 유비와 만나 얘기해 본 뒤로는 그를 전적으로 신임하는 이야기가 나와 있는 것처럼 유비는 방통을 제갈량과 같은 직위에 임명한다.

 관우의 죽음은 대부분이 알고 있는 것처럼 관우가 맥성에서 오나라에 포위 됐을 때 원군을 요청했지만 맹달과 함께 상용성에 있던 유비의 양아들 유봉이 원군 요청을 무시함으로써 오나라로부터 관우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처럼 애당초 관우의 죽음에는 유봉과 맹달이라는 인물에 의해 원군의 도움을 얻지 못해 죽음을 맞이한 것이지 제갈량의 음모가 있었다는 것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최근 국가정보원이 검찰로 넘긴 `일심회'조직의 북한 공작원 접촉 사건인 ‘386 간첩단 사건 수사’가 국정원장 교체 인사를 둘러싸고 ‘압력설’과 국정원 내부 ‘음모론’ 등에 소문으로 무성하다.

 ‘간첩단 사건’은 국정원이 ‘일심회’ 총책인 장민호씨와 학원 사업가 손정목씨, 민주노동당 전 중앙위원 이정훈씨 등 2명의 조직원을 검거 한 후 국정원과 검찰은 이 세 명에 철저한 보안속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바로 조선일보에 ‘386 운동권 출신 3명 간첩 혐의 조사’라는 내용으로 보도되면서 ‘운동권 출신 간첩단 사건’은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된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그날 오후 김승규 국정원장은 안보정책조정회의 참석차 청와대에 들어갔다가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돌아오게 된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김 원장이 물러날 것을 예상하고 후임자가 누가 오든 간에 간첩단 사건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도록 서둘러 영장을 청구했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은 아닐까.

 간첩 사건의 경우 통상 기소 단계에서 공개되는데,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 공개된 배경에 대해 사퇴 압력설과 음모론이 맞선 셈이다.

 그 뒤 간첩 사건을 둘러싼 국정원 내부의 견해차와 알력이 있었던 정황이 알려지면서 이는 상당히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게 된다.

 또한 현 정권에 핵심에 있는 대북 온건론자인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코드를 맞춰 온 김만복 신임 국정원장 내정자 등이 간첩 사건 수사의 신중론을 대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정원이 간첩 잡는 일을 해야 한다는 소신과 기독교 신자로 보수적인 안보관을 갖고 있던 김 원장으로서는 대북 포용정책을 주도한 외교 안보라인과 코드가 엇갈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아닐까 싶다.

 더욱이 김 원장은 국정원의 안정적 관리 차원에서 기용돼 정치적 배경이 없는 반면 김만복 1차장(신임 국정원장 내정자)과 이상업 2차장은 부산 출신으로 권력핵심의 부산파 또는 정치권 실세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왔다는 점이 눈길을 끌만하다.

 또한 간첩단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사의 표명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청와대 일부 참모진이 이를 의식해 김 원장의 사퇴를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압력설’이 제기된 점도 새삼 다시 봐야 할 대목인 것이다.

 그리고 이번 간첩단 사건을 의혹으로 보는 또 다른 시각이 존재하고 있는데 국정원의 수사권 폐지 논란을 둘 수 있겠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입건된 건수는 2003년 165건에서 2004년 114건, 2005년 64건과 올해 8월까지 37건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위반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고는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국정원이 수사권을 버리고 정보기관으로서만 존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국가보안법 존폐 논란 이후 계속돼 온 상황이었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의 대북 수사 분야가 나름대로의 필요성을 보여주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으로 볼 때 새로운 국정원장은 국정원 내부의 갈등과 개혁, 국정원의 제자리 찾기 등 풀어나가야 할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이다.

 이제 신임 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통과까지는 한 달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형식상 간첩단 사건 수사 책임은 현 김승규 원장이 지게 된다.

 하지만 정보와 권력의 중심은 이미 신임 김 내정자에게 넘어간 상태다. 향후 간첩 사건 수사의 의미가 희석되거나 확대되기보다는 축소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국정원장의 사의가 삼국지와 같이 음모에 휘말린 것인지 진실은 알 수 없으나 언론의 보도와 청와대의 해명 등을 통해 개인마다 판단을 해볼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인지 몰라도 국민들은 진실을 알 권리가 분명히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제는 전효숙 헌법재판관 인준안 처리를 놓고 힘 겨루기를 하고 있는 여야들도 앞으로 있을 인사 청문회에서 간첩단 사건 수사가 최대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 점 의혹 없는 올바른 인사청문회를 실시해 국가안전보장을 책임지는 국가정보원 수장에 대한 인준 처리안을 올바르게 처리해 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김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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