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으로 돌아온 작사가 박건호씨

  • 등록 2006.12.27 14: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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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계절' 작사..뇌졸중 후 시창작 몰두


*사진설명 :ⓒ연합

"음악인들 속에서 음악을 하지 않았고, 문학인들 속에서도 나는 한 마리 미운 오리새끼였어요."


'아! 대한민국' '잊혀진 계절' '모닥불' 등 많은 히트곡을 내며 대중가요 작사가로 널리 알려진 박건호(57) 씨.


30여 년 전 "한두 해만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작사가의 일이 평생의 업이 됐지만 그의 원래 꿈은 시인이 되는 것이었다.


박씨는 "어릴 때부터 시 소설 시나리오 등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대문호가 되고 싶었다"면서 "문학은 항상 내 고독과 그리움의 도피처였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1969년 불과 스무 살 나이에 미당 서정주 시인의 서문이 실린 '영원의 디딤돌'이란 시집을 펴낼 정도로 글재주가 좋았다.


그러나 "외투 한 벌 살 돈이 없는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대중가요 가사를 쓰기 시작한 그는 "이 때문에 수십 년 동안 문학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며 살아왔다"고 했다.


박씨가 다시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80년 대 후반의 일이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뇌졸중이 계기가 됐다.


박씨는 "언어장애와 손발이 마비되는 중풍을 앓게 되면서 동료도 하나둘씩 발길을 끊었다"면서 "오직 글을 통한 대리감정 속에서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1989년 시집 '타다가 남은 것들'을 출간한 것을 계기로 2-3년에 한 권 꼴로 시집과 에세이, 투병기 등을 발표했다. 모두 12권이나 된다.


중풍과 시신경 장애 속에 신장과 심장 수술 등을 받으며 약해질 대로 약해진 몸이었지만 "문학에 대한 부채의식이 글을 쓰라고 떼밀었다"고 했다.


박씨는 최근 열한 번째 시집과 세 번째 수필집을 내놓았다.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실존적 고민이 가득 담겨있는 시집 '그리운 것은 오래 전에 떠났다'에는 작가의 굴곡 많았던 삶의 체험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심장병동에서/ 톱으로 자른 가슴 뼈를 철삿줄로 동여 매고/ 죽기보다 어렵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을/ 구소련 여군 장교 같은 담당 간호사도 모른다"('모자이크' 중)


시인 신지혜 씨는 "박건호 씨는 삶과 죽음의 간극을 넘나들며 뼈아픈 고통을 몸소 체험한 작가"라며 "삶에 대한 관조의 시각이 남다르다"고 평했다.


수필집 '나는 허수아비'는 지난 2-3년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들과 청탁원고를 한 데 묶은 것. 힘겨운 투병 과정과 작사가이자 시인으로 살아오며 느꼈던 고민이 담겨 있다.


특히 가수 정미조의 약혼자로 오해받았던 일화, 걸출한 신인가수 장재남을 '건져올린' 사연, CM 녹음 중이던 가수 정수라를 발탁한 과정 등 흥미진진한 가요계 뒷얘기들도 실어놓았다.


박씨는 "시는 나에게 제2의 삶"이라면서 "죽는 날까지 글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누리미디어 펴냄. 시집 192쪽, 8천원. 수필집 320쪽, 1만원.

 

 

(서울=연합뉴스)
jslee@yna.co.kr


이준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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