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거짓말쟁이 이야기

  • 등록 2006.12.22 16: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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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선, 거짓은 악. 누구도 쉽사리 반기를 들지 않는 명제지만 현실에서는 또 다른 이분법 논리일 수 있다. '거짓말쟁이 이야기'(제레미 캠벨 지음/오봉희ㆍ박승범 옮김/나무와 숲 펴냄)는 진실 혹은 거짓에 대한 편견을 뒤집고 고정관념과 무비판적인 신념에 비판의 날을 던진다.

포식자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의태하는 나비들이나 식물을 속여 영양분을 공급받는 딱정벌레 속(屬)에 속하는 필로버누스는 속임수가 일종의 생존 방식이다. 번식과 증식을 위해 속임수를 쓰지 않았다면 어떤 종들은 이미 멸종됐을지도 모른다. 속임수도 거짓이라면 이들 종에게 거짓은 필수적인 것이다. 과연 진실은 선이고 거짓은 악일까?

환자에게 진짜 약처럼 보이는 가짜 약을 투여하고 처방에 대한 환자의 믿음에 의지해 회복세나 유익한 현상을 기대하는 '플라세보 효과(palcebo effect)' 역시 거짓에 기대고 있다. 의사는 환자에게 거짓말을 하고 환자는 그 거짓말을 믿는다. 의사의 거짓말은 해롭고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일까?

저자는 좋든 싫든 간에 자연에서 거짓이나 허위가 인위적이고, 비정상적이며, 불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거짓말과 속임수는 생존 게임의 일부다. 때때로 거짓은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인 반면 진실은 가혹하고 위험하며 파괴적일 수 있다. 거짓말이 삶에 꼭 필요하다는 사실은 인간 존재의 무섭고 불활실한 특징 중 하나가 아닐까.

그렇다고 역으로 진실은 가시밭길이라 거짓이 불가피하다고 할 수는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에서 진실이 일반적이지 않다면 거짓말은 위력을 가질 수 없다. 정직으로부터 힘이 나오는 체제일수록 거짓말은 더 위력적이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는 암묵적 동의로 거짓말이 일반화되다면 거짓말은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저자가 지적한 대로 진실이 거짓보다 강력한 생존 수단이 될 지도 모른다.

철학적ㆍ과학적 지식과 생활사가 뒤섞여 방대한 논의를 전개하면서도 비판의식과 회의를 통해 물음을 품게 하는 것이 이 책의 재미다. 철학의 매뉴얼로도 손색이 없다.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에서부터 현재의 포스트모더니즘까지 거의 모든 사상의 줄기들을 더듬으며 거짓말의 역사를 탐색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거짓말쟁이 이야기/제레미 캠벨 지음/오봉희ㆍ박승범 옮김/나무와 숲 펴냄/427쪽/1만5000원
김희정기자 donts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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