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당당한부자]⑭ 프랑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해 프랑스인들에게 물으면 오귀스트 로댕의 ‘칼레의 시민’이라는 조각 작품에 대해 먼저 얘기한다. 파리에 있는 로뎅 박물관에 가면 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은 14세기에 영국과 프랑스가 싸운 백년전쟁 때 프랑스 칼레시를 구한 영웅적 시민 6명의 기념상이다. 당시 영국에 포위됐을 때 시민들을 위해 밧줄에 목을 매어 처형받기로 자원한 6명의 칼레시민들을 조각한 것이다.
1347년 영국왕 에드워드 3세가 이끄는 영국군에 의해 칼레시가 점령되고, 이에 저항한 시민들은 영국군에 의해 몰살당할 위기에 놓이게 됐다. 당황한 칼레시의 항복 사절은 영국 왕 에드워드 3세에게 자비를 구한다. 에드워드 3세는 칼레시민들의 생명은 보장하겠지만 시를 대표하는 6명은 교수형에 사용할 밧줄을 목에 걸고 맨발로 걸어 내 앞에 나오라고 명한다.
그때 용감하게 나선 6명이 있었다. 당시 칼레시의 가장 큰 부호였던 이와 시장 등 6명 모두 풍요로운 삶을 누리던 부유한 귀족들이었다. 이들이 처형되려던 마지막 순간 에드워드 3세는 왕비의 간청을 듣고 그들을 살려줬다. 이 사건이 고귀한 신분에 따른 윤리적 의무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된 이유다.
하지만, 이 영웅들은 의연하기보다는 공포에 질린 모습을 하고 있다. 죽음에 대한 공포에 떨면서도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진짜 인간적인 영웅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습도 이런 것일 듯 싶다. 사회를 통해 많은 것을 누렸다면, 사회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 헌신할 수 있는 그런 모습 말이다.
로댕의 이 조각은 지금도 파리 한복판에 의연히 서 있다. 이런 위대한 조상들과 이를 결코 잊지 않으려는 후손들의 노력이 프랑스에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아직 남아있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파리(프랑스)=김명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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