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줄줄새는 금통위 '한심한 중앙은행'

  • 등록 2006.12.20 15:19:14
크게보기

[금통위 안건 회의전 잇단 유출… "본업 두고 면피성 대책 남발" 비판]

금융통화위원회 안건 내용들이 회의 전 잇따라 흘러나오면서 중앙은행의 정보 유출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급준비율 인상, 총액한도대출 축소 등 금통위의 주요 안건들이 회의가 열리기도 전에 줄줄이 새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003년 10월 특정 언론사에 콜금리 결정 내용을 먼저 알려준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준 바 있다.

한은이 최근 내놓고 있는 대책들이 '코드 맞추기식' 면피성이라는 지적까지 있는 상황이어서 이래저래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21일 회의를 열어 현재 9조6000억원 한도로 운용되고 있는 총액한도대출을 1조~2조원 가량 축소하는 방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총액한도대출 지원 대상 축소에 따른 후속조치라는 설명이다.

이번 조치로 한은이 은행들로부터 1조~2조원 가량을 추가로 흡수함에 따라 최근 지준율 인상으로 은행들이 추가로 쌓아야 하는 지급준비금 5조원에 이어 시중유동성 흡수효과를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실제 유동성을 줄이는 효과 보다는 중소기업대출만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한은이 콜금리목표 4.50%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 유동성을 다시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총액한도대출이 줄어들면서 중소기업 대출만을 어렵게할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달 결정한 지준율 인상도 '구시대적' 통화정책을 동원해 금융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준율 인상은 은행들이 어떤 대출부터 줄일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선진국에도 거의 안쓰는 정책이다.

한은이 콜금리 인상 시기를 놓쳐 본업인 '콜금리 목표'는 손대지도 못하면서 면피성 대책만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문제는 이같은 내용들이 금통위가 열리기도 전에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정보를 흘렸다는 얘기다.

지난달 이뤄진 16년만의 지급준비율 인상 조치도 금통위가 아닌 언론을 통해 먼저 공개됐다. 지준율 인상 이후 심리적 효과 등이 겹치면서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은 전날까지 0.15%포인트 급등했다. 지준율 인상이라는 사실을 누군가 먼저 알았다면 자금시장에서 엄청난 돈을 벌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총액한도대출 축소도 회의 하루 전인 20일자 한 신문을 통해 알려졌다.

한은은 지난 2003년 10월에는 특정 언론에 통화정책 결정 내용을 먼저 흘린 사실이 적발돼 충격을 줬던 '전과'가 있다. 몇 달전부터 특정 통신사에 콜금리 결정 내용을 비밀리에 미리 알려줘 왔던 것이 특정 언론사가 내부보고용으로 보이는 문건을 실수로 인터넷 뉴스사이트에 띄우면서 드러난 것이다.

한은 안팎에서는 금통위 안건이 새어나간 경로를 한은 내부가 아닌 다른 쪽일 것으로 추측하는 분위기다. 금통위원들이야 안건에 대해 말하는 것을 '금기'시 하고 있으니 다른 쪽에서 정보가 나갔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 금통위는 한 달에 두 번 정례회의를 갖는데 안건은 회의 이틀전 7명의 금통위원들(한은 총재, 부총재 포함) 및 회의에 열석해 발언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전달된다. 여기서 열석할 수 있는 사람에는 재정경제부의 차관이 포함된다.

하지만 금통위 안건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한은의 담당 직원들이 상당수 참석하기 때문에 이런 추측이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또 한은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서 정보가 나갔더라도 한은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보 유출이 발생했다면 유출 경로를 제대로 파악해 문단속을 철저히 해야 하지만 1개월만에 다시 유사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준율 보도 이후 취재 경쟁 과정에서 한은 일각에서 정보를 흘려준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온다. 한은과 금통위의 권위가 이미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본업인 콜금리 조정은 손도 못되고 효과도 없는 면피성 대책만 내놓고 있다"며 "거기다 대책 내용까지 줄줄이 흘리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진상현기자 jisa@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 (주)인싸잇

법인명 : (주)인싸잇 | 제호 : 인싸잇 | 등록번호 : 서울,아02558 | 등록일 : 2013-03-27 | 대표이사 : 윤원경 | 발행인 : 윤원경 | 편집국장 : 한민철 | 법률고문 : 박준우 변호사 |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333길 9, 1층 | 대표전화 : 02-6959-7780, Fax) 02-6959-7781 | 이메일 : insiit@naver.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유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