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창당 3주년을 맞는 열린우리당은 과연 `실 패한 정치실험'의 낙인을 딛고 `새로운 아침'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인가.
2003년 11월 11일 민주당을 탈당한 의원 40명과 한나라당 탈당파 의원 5명, 개혁국민정당 의원 2명 등 47명이 중심이 돼 조촐하게 출범한 우리당은 이듬해 4월 17 대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가진 거대여당으로 성장했으나, 이내 지지율 10%대를 맴돌 며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한 끝에 이제 해체가 기정사실화된 `천덕꾸러기' 로 전락했다.
마치 정점까지 치달았다가 급전직하의 추락을 경험한 뒤 다시 상승할 동력을 얻 지 못하고 멈춰서 있는 고장난 롤러코스터와 같은 운명이다.
2003년 창당 때부터 우리당의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우리당은 정치개혁과 지역 구도 타파, 전국정당 건설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영호남 지역기반을 양분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지가 불투명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2004년 1월11일 첫 전당대회에서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선출되고 정치 개혁의 신선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우리당은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했고, 이어 노무현 (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탄핵 감행과 그에 따른 거센 역풍 속 에 치러진 4.15 총선에서 일약 152석을 차지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헌정 사상 최초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상태에서 정권의 운명을 걸고 치른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불완전하나마 전국정당의 기틀을 확보한 셈이었다.
우리당은 "건국 이래 처음으로 개혁세력이 의회를 장악했다"며 마 치 혁명군 처럼 기세등등하게 17대 국회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총선압승의 기쁨 뒤에는 아득한 내리막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당 의원 들은 `개혁 대 실용'이라는 애매한 정체성 논쟁으로 서로를 깎아내리며 `난닝구와 빽바지'라는 감정섞인 언어를 동원해 상처를 입혔고, `백팔번뇌'라는 별칭을 얻었던 108명의 여당 초선의원들은 일체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한 튀는 언행으로 혼선을 가중시켰다.
여기에 당과 원내 지도부를 분리한 `투톱시스템'은 출발부터 삐걱거렸고, 당 최 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는 현역의원들이 배제된 채 정치적 경험이 일천한 개 혁당파 출신 인사 등에 장악돼 지도부를 끊임없이 흔들어댔다.
이런 가운데 17대 총선 이후 첫 정기국회에서 민생과는 동떨어진 국가보안법 폐 지 등 4대 개혁입법을 전면에 내걸었다가 한나라당의 육탄저지에 막혀 사실상 좌절 되면서 우리당의 동력은 급격히 약화되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은 인사와 주요 정책에서 사사건건 충돌했다.
특히 대 통령의 인사권을 둘러싼 당청 갈등은 총선 직후 한나라당 출신 김혁규(金爀珪) 의원 을 총리로 내정하는 과정에서 시작돼 최근 김병준(金秉準) 전 교육부총리 사퇴 파문 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여권의 전열을 흔들었다.
정동영 전 의장부터 5.31 지방선거 직후 당 운영을 맡은 현 김근태(金槿泰) 비 상대책위 의장까지 2년10개월 동안 9차례 지도부가 교체됐고, 2005년 10월31일 비상 집행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비상체제'가 상시화됐다.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치면서 17대 총선 직후 한때 50% 가까이 치솟았던 지지율 은 30%, 20%대를 거쳐 10%대로 고착화됐고 의석은 140석으로 줄었으며, 2005년 이후 치러진 각종 재.보선에서 `40대 0'이라는 참담한 성적표가 말해주듯 국민들은 우리 당에 등을 돌렸다.
우리당이 주목할 만한 대선주자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은 영 남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충청 등에서도 점점 더 강고한 보수의 성벽을 쌓았고, 지난 총선에서 9석으로 몰락했던 민주당은 호남지역 재.보선에서 회생하며 우리당의 입지 를 더욱 좁혔다.
지금 우리당은 정계개편을 공식화하면서 사실상 해체를 목전에 두고 있다. 당 지도부는 정기국회 이후에 정계개편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자며 속도조절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밑바닥으로부터 부글부글 끓는 에너지가 여당소속 의원들의 정계개편 각개약진과 노 대통령에 대한 `탈(脫) 정치' 요구라는 형태로 넘쳐나고 있다.
소속 의원들의 압도적 다수가 `통합신당'쪽에 기울어있는 상황에서 우리당은 내 년초 전당대회를 통해서든, 다른 방식을 통해서든 아예 우리당의 간판을 내리거나 그 크기를 현저하게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우리당은 정계개편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민주당과 고 건(高 建) 전 총 리 등 통합대상 세력과의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다. 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가 지 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언급한 `다시 시작하는 아침'은 고단하고 어두운 밤 을 지나고 나서야 가능할 것 같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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