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 칼럼] 국민의힘 협동조합 정치의 한계, 그리고 ‘장동혁 서사’의 가능성

  • 등록 2026.04.08 2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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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잇=심규진 | 지금 보수 정치의 위기를 단순히 선거의 문제로 환원하는 것은 본질을 놓치는 일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치의 미숙함과 취약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중을 움직이는 ‘서사’의 부재에 있다.

 

 

이른바 윤어게인으로 불리는 정치적 운동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정치적 테크닉과 성숙, 그리고 결사력이 눈에 띄게 부족하다.

 

선동과 기회주의는 넘쳐나지만, 정작 대중을 설득하고 끌어당기는 영혼과 진정성은 보이지 않는다. 정치가 기술이 아니라 이야기의 축적이라는 점을 망각한 결과다.

 

좌파 정치의 친노 사례를 보면 분명 달랐다. 그들은 노무현의 죽음을 하나의 상징으로 전환했고, 김어준과 같은 뉴미디어 스피커들이 그 서사를 끊임없이 확산시켰다.

 

여기에 안희정, 이광재, 유시민,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제도권의 참모 그룹이 있었다. 이들은 시대정신을 흡수하면서 최소한의 대의와 낭만을 유지했다. 그 결과 대중정치 영역에서 연대가 가능했고, 내부 갈등을 정리하며 주류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반면 오늘날 보수 정치의 현실은 정반대다. 윤석열은 검사 정치와 엘리트 정치의 경계에서 등장했지만, 대중정치의 문법을 체계적으로 구축하지 못했다. 그 공백은 정제된 정서적 동질성을 보이는 정치세력이 아니라, 자극적 메시지와 이익을 좇는 스피커들로 채워졌다.

 

정당 역시 이를 흡수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플랫폼으로서 기능하지 못한 채, 내부 경쟁과 견제 속에서 스스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대중정치 영역에서도 화력과 밀도가 부족하니, 지지층은 결집되지 못하고 이탈한다.

 

이 구조는 과거 바른미래당의 실패를 떠올리게 한다. 정체성은 모호하고, 각자는 각자도생한다. 공동의 목표보다 개인의 생존이 앞서는 순간, 정치 조직은 필연적으로 붕괴의 경로로 들어선다.

 

지금 보수 정치권 내부에는 하나의 냉혹한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 “살리지는 못해도 죽일 수는 있다”는 인식이다. 정치가 협동조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를 견제하고 소모시키는 구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서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장동혁이라는 특정 정치인이 이 협동조합 구조 속에서 대중정치를 추구한다는 이유로 정치적으로 제거되는 상황에 놓였을 때, 대중이 그를 ‘사형장’에서 구해내는 장면이 연출된다면 그것 자체가 강력한 정치적 자산이 된다.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장동혁 당대표가 어떤 노선을 보일 것인가 이다.

 

장동혁 당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의 승패와 무관하게, 반드시 자신의 정치적 의미를 확보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선거 결과가 아니라, ‘당원주권주의’, ‘당원 중심 정치’라는 상징을 실제 성과로 구현하는 데 달려 있다. 이 상징을 실체화하지 못한다면 정치적 생명 역시 길게 이어지기 어렵다.

 

동시에 그는 기존 국민의힘 정치인들, 그리고 다른 당권 주자들과 명확히 다른 전략적 우위를 구축해야 한다.

 

첫째, 장동혁 당대표는 조중동과 같은 기존 레거시 미디어가 만들어낸 인물이 아니다. 당원들이 뉴미디어를 통해 스스로 발굴한 최초의 당대표라는 점에서 이미 차별적 정당성을 갖고 있다. 이는 기존 정치 엘리트와는 전혀 다른 출발점이다.

 

둘째, 그는 대권주자였던 김문수를 꺾고 당대표에 오른 인물이다. 이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도전정신과 파격을 통해 당원을 결집시킨 사례다. 이 서사를 제대로 확장한다면, 장동혁 당대표는 단순한 관리자형 정치인이 아니라 ‘도전자형 리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결국 정치의 본질은 서사다. 누가 더 많은 자원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갖고 있느냐의 문제다.

 

묵묵히 버티는 모습, 일관된 태도, 그리고 자신의 언어로 시대를 해석하는 능력. 여기에 2030세대의 감수성을 포착하는 정치적 감각까지 더해진다면, 비로소 배타적 지지층, 즉 팬덤이 형성된다.

 

지금 보수 정치가 놓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이야기다.
그리고 장동혁 당대표에게 남은 기회 역시,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것에 있다.

 

□ 심규진 스페인 IE대학교 조교수 약력

 

정치 문법을 문화 전쟁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며, 우파의 문화적·정치적 복권과 승리를 이끄는 담론을 제시하는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 연구자다. 호주 멜버른대학교, 싱가포르 경영대학교(SMU) 등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싱가포르 교육부 미디어개발국 및 스페인 과학혁신부의 지원을 받아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석사, 미국 시러큐스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제 커뮤니케이션 학회(ICA)에서 최고 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역민방 청주방송과 미디어다음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여의도연구원 데이터랩 실장,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며 학문과 실무를 아우르는 보수 우파의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채널 〈국민스피커 심규진 교수〉를 통해 정파적 이해에서 자유로운, 독립적 민심과 데이터 기반 정치 평론이라는 대중적 실험에 나서고 있다.

 

▶ 유튜브 검색: @kyujinshim78

 

저서로는 『하이퍼젠더』,『K-드라마 윤석열』, 『새로운 대한민국』(공저)이 있다.

심규진 q.kyujinsh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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