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마다 후보 공천을 확정하고 있다. 그중 필자에게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김현기 국민의힘 강남구청장 후보다.
김현기 후보를 알게 된 건 지난 2023년 4월경 그가 서울시의회 의장직을 맡고 있을 때다.
필자는 당시 김 후보에 관한 뉴스를 접한 뒤 과거 이력을 취재하던 중 그가 작성한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을 살펴봤고, 논문 일부에서 출처 기재를 빠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분명히 타 문헌을 인용한 내용이었고, 여기에 각주나 심지어 참고 문헌 부분에도 출처가 명기돼 있지 않았다.
이에 서울시의회 측에 이를 정식으로 알렸고, 며칠 뒤 김 후보 측으로부터 직접 연락이 와서 광화문 인근에서 대면해 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당시 필자가 제기한 문제는 논문 표절이라고 말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저 두 문장 정도를 출처 없이 썼을 정도로 사소하게 느껴져 ‘굳이 당사자에게 이를 알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심지어 논문의 다른 부분에서 이처럼 출처 기재를 빠뜨린 인용구가 또 있으리라 생각해 논문 전체를 철저히 뒤져봤다. 하지만 이 부분 외에는 어디에도 오류가 없을 정도로 내용과 형식 모두 완벽하게 느껴지는 한 편의 박사 논문이었다.
이에 필자가 제기한 문제는 어떻게 보면 그저 실수로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당시 김현기 후보는 만나자마자 필자가 제기한 대로 논문상 인용구에 관한 출처 미표기의 문제가 있었다고 고개를 숙이며 인정했다. 그러면서 즉시 대학원 측에 논문 내용 수정에 관해 문의했고, 전달받은 대로 곧바로 수정에 들어갔다고 말해줬다.
이후 일주일 정도가 지나 김 후보 측에서 다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러자 정정한 논문을 들고 와 직접 필자에게 보여줬고, 대학 측으로부터 이제 논문에 문제가 없다는 걸 정식으로 인정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때 김 후보는 귀찮거나 불편한 기색도 없이 “약속을 지켰다”는 말과 함께, 자신에게 그 어떤 조그마한 흠도 남기지 않으려 하는 태도가 느껴졌다.
향후 “정치 행보를 위해 논문에 발목 잡히지 않겠다”는 의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학원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스스로 학자라고도 생각하는데 이러한 오류조차 부끄럽다”는 말을 반복한 게 아직도 귓가에 선하다.
사실 그동안 필자는 유명인의 학위 논문을 다양하게 접했고, 그중에는 도작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표절과 내용상 오류, 각주와 참고문헌 등의 기재 형식에 관한 오류 등이 적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관련 논문만 하더라도 30편은 되는 것 같다.
이에 해당 문제점을 정리한 내용으로 취재요청을 하다 보면, 당사자 대부분은 “이미 오래전 썼던 논문이라 기억에도 없다”거나, 인용 오류에 대해서는 “그때는 다 그렇게 논문을 썼다” “당시에는 논문 작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등으로 둘러대기 바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김 후보는 사소한 오류라도 이를 깔끔하게 인정하고 속전속결로 문제를 바로 잡은 유일한 인물이었다. 참으로 ‘본받고 싶은 어른’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당시 일을 계기로 김 후보는 필자와 장시간의 인터뷰를 나눴고 현재도 관련 기사를 포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확히 그때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는 필자가 쓴 기사 내용을 다시 보고 나서야 겨우 기억이 날 정도다. 그런데 절대 잊히지 않는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김 후보의 ‘정제된 말’이었다.
흔히 대중들이 정치인에 호감을 느끼는 건 그의 말에서 결정된다고들 한다. 인기 있고 성공한 정치인일수록 당황하지 않으면서 막힘없고 상대방이 원하는 수준의 내용을 말로 다 쏟아낸다.
당시 김 후보의 인터뷰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질문에 대해 잘 정돈되고 거침없이 그리고 여러 내용을 답해줬다. 답을 사전에 준비했더라도 외우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필자는 당시 인터뷰 내내 김 후보의 말을 그대로 노트북에 워딩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그 내용을 다시 정리했는데, 딱히 추가로 손 볼 곳이 없을 정도로 김 후보가 한 말 그대로를 기사에 실었다.
벌써 이로부터 3년이 지나갔고,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 입후보해 최종 경선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여론조사 결과가 10%p 이상 앞서며 국민의힘 강남구청장 후보로 확정됐다.
김 후보는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강남에서 압승해 서울 전 지역의 승리를 견인하겠다”며 당의 승리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에서 당원 조직과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투표율을 끌어올리고 한 표라도 당에게 돌아가게 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번 선거가 김현기 개인의 이벤트가 아닌 현재 국민의힘이 어려운 시기 당과 모두를 위한 일이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여러 공약을 내걸었다. 그중 가장 와닿는 건 ‘강남에서 시작한 개혁·민생 메시지의 확산’이다. 필자가 겪은 ‘본받고 싶은 어른’ 그대로의 김 후보라면, 이 메시지가 매사 진심을 담아 정제된 말로 강남구민들에 전달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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