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거래 공시 폐지보다 개선으로"

  • 등록 2006.12.19 14: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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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고집계 오류사고에 극단처방..전문가들, 신고제·전산화등 대안 추천]

증권선물거래소(KRX)가 19일 차익거래 공시를 내년에 폐지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차익거래 잔고집계 오류가 발생할 때마다 시장참여자들과 여론의 지탄을 받아온 거래소가 마침내 제도를 없애 문제가 발생할 '싹' 자체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수치상 존재하던 잔고가 갑자기 증발하거나 없던 잔고가 태연하게 등장한 예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날에는 허수로 잡혔던 물량이 제외되면서 매수차익잔고가 줄었다. 하루전에 실행된 신규매수차익거래가 사라져버린 것. 거래소는 1608억원을 정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복되던 사고다. 잔고를 집계하는 증권사와 이를 받아 집계하는 거래소의 불협화음 탓이 크다.

사고가 날 때마다 여론은 거래소의 업무 태만이 아니냐는 쪽으로 쏠렸다.

거래소는 그간 '신고를 해야하는 회원사(증권사)들이 제대로 하지 않았다, 거래소가 집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해명을 반복했다. 증권사들의 자발적인, 성실한 협조없이는 정확한 공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거래소만 탓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A라는 기관이 다수의 증권사를 통해 차익거래를 할 경우 실시간 집계에 한계가 있다는 고백도 전해졌다.

거래소는 끝내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마침내 폐지라는 극단적인 대응책을 내놓았다. '우리는 더이상 공시를 하지 않겠으니 시장참여자들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일종의 협박도 느껴진다. 시장을 움직이는 주요 수급주체인 프로그램매매의 동향을 투자자들이 알아서 전망하고 판단해 매매에 참고하라는 것이다.

프로그램매매의 비중이 시간이 지나며 커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잔고의 폐지를 중요한 정보의 손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른바 '만기효과' 역시 프로그램 매매가 주도한다. 특히 차익거래잔고의 청산에 따라 주가가 요동을 친다. 잔고 집계가 공시되지 않는 만기일을 상상하기 어렵다. 현재 거래대금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프로그램매매 비중은 더 커질 전망이다.

잔고가 공개되지 않으면 시장정보의 쏠림 현상(비대칭성)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관, 외국인이 100% 차지하는 프로그램매매 정보를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기관, 외국인은 음성적으로 매매 정보를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부정확하게 운영할 바에는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는 주장도 있지만 신고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제도 보완을 통해 개선된 차익거래 공시를 해야한다는 것.

전문가들이 제시한 개선안은 차익거래자들에게 신고의 메리트를 강화하는 한편 불성실한 신고가 적발될 경우 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일례로 차익거래 계좌 신고제를 채택해 이 계좌에 한해서는 증거금, 수수료 등을 통해 각종 혜택을 부여할 경우 증권사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집계 자체를 전산으로 해야한다는 견해도 나왔다. 증권사가 신고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잔고를 집계하지 말고 신고된 계좌에 한해 선물 미결제약정의 잔량으로 잔고를 집계하면 보다 정확한 통계가 가능하다. 지금은 차익거래자들의 주문을 보조하는 직원에 의해 대부분의 신고가 이뤄지고 있다.

'레깅'(시차를 둔 차익거래, 먼저 현물을 사고 선물은 더 좋은 기회가 발생할 때 파는 것)에 대한 구분도 명확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기준을 정하고 정해진 시간안에 현물과 선물 반대매매가 있다면 차익거래로 간주해야한다. 지금은 통상 신고자의 임의적인 판단에 따라 차익, 비차익거래가 구분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때 차익잔고 신고 오류의 주범으로 지목된 인덱스펀드의 매매도 구체적으로 구분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인덱스펀드는 별도로 관리하면서 스위칭매도가 실행되면 매도차익잔고로 분류해야한다. 인덱스 펀드로서 차익거래 계좌로 신고했다면 초기 현물 매도 없는 선물 매수라도 신규일 경우에는 매도차익잔고로 보는 게 타당하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장부가 위주로 돼 있는 잔고 집계를 싯가평가로 수정해야한다. 4조원의 매수차익잔고지만 주가가 급락하면 실제 잔고는 줄어든다. 하지만 현재 잔고방식으로는 4조원이 변함없이 유지돼 실제보다 과장되게 된다.

공세 제도가 개선되더라고 위반에 대한 규제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증권사들의 정확한 신고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자칫 규제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따라 폐지론을 주장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한 시장관계자는 "증권사는 차익거래자의 보고를 토대로 수집한 데이터를 거래소에 전달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허수를 보고하면 증권사나 거래소가 손을 쓸 방법이 없다"며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제도인 만큼 없애는 게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유일한기자 only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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