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차익잔고 수치의 오류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증권선물거래소(KRX)가 차익거래 공시를 폐지하기로 했다.
수치의 정확성이 결여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지표를 시장에 공시해 투자자들의 혼란을 야기하는 것보다 공시 자체를 중단하는 편이 낫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시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지표를 공시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프로그램 매매로 변동성이 확대, 시장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자가 원하는 바를 우선 고려해 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차익거래 공시 내년 폐지될듯
거래소 관계자는 19일 "내년 금융감독원에 업무 규정을 개정하도록 요청해 차익거래 현황에 대한 공시를 폐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금융감독위원회에 증권업무 규정을 개정하도록 요청, 내년 중 공시를 폐지하기로 했다. 수치를 집계하는 과정에 오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쉽지 않다는 것.
사실 거래소는 올해에도 금감위에 이를 제안한 바 있으나 금감위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기간 투자 지표로 활용된 지표로 시장에 일정 부분 기여한 측면이 인정되는 만큼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인 것.
거래소 관계자는 "공시 폐지는 금감위가 업무규정 가운데 증권회사가 거래소에 차익거래 현황을 신고해야 하는 의무를 삭제하는 형태로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신고 의무가 폐지되면 증권사들은 거래소에 매수차익잔고 현황을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거래소를 통해 각종 단말기에 제공되는 차익거래 매매 현황과 매수차익거래잔고를 확인할 수 없게 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차익거래 수치는 미국에서도 오류 문제로 인해 공시를 폐지한 바 있다"며 "금감위와 논의해 차익거래 공시를 폐지하는 한편 투자자들이 다른 지표를 활용하도록 홍보할 예정"이라며 말했다.
◇ 매수차익잔고 1600억 '실종'
만기 때마다 매수차익잔고 오류를 둘러싼 잡음이 발생한 데 이어 18일자 잔고도 전날 거래 현황과 상이한 수치가 공시됐다.
실제 18일 차익거래에서는 1140억원의 순매수가 유입됐지만 19일 공시된 18일 기준 주식매수차익거래잔고가 593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 것.
거래소 측은 일부 증권사가 차익잔고에 대한 오류를 수정하는 신고를 냈고, 이 과정에 매수차익잔고 규모가 전날 거래 상황과 다르게 공시된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는 "몇개 회원사에서 전날 장 마감 후 그동안의 오류를 정정하는 신고를 냈고 이를 반영한 결과 매수차익거래잔고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신고를 받고 정정한 잔고 규모는 총 1607억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고된 부분에 대해 오류가 발생한 경위가 무엇인지 조사할 예정"이라며 "통상 거래규모의 오류나 신고 내용에 불공정한 의도가 엿보일 경우 감리부에서 조사를 실시한 후 내용에 따라 주의나 경고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회원사들이 거래소에 신고한 매수차익 포지션을 실제로 취하지 않고 있을 때 이같은 일이 발생한다"며 "수치 오류가 발생할 경우 시장지표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되기 때문에 상품 운용자나 시장 분석자들이 어려움을 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 공시 폐지가 최선인가
매수차익거래잔고는 기관투가자가 매매 현황을 증권사에 알리면 증권사가 이를 거래소에 신고하는 형태로 집계된다. 이 과정에 기관투자가들이 거래 내역을 정확하게 신고하지 않아 오류가 발생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잘못된 수치가 거래소 집계를 통해 공개돼 오류에 대한 화살이 거래소에 집중되기도 했다.
거래소는 매일 집계되는 잔고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으나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기관투자가 입장에서 차익거래 규모를 있는 그대로 밝힐 경우 내부적인 전략과 투자기밀을 공개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현실적으로 100% 정확성을 기대하기 힘들고, 증권사 역시 고객에게 정확한 수치를 강요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시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움직임은 다소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투자에 긴요한 정보인 만큼 폐지에 앞서 정확성을 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현물 거래가 위축됐던 올해 외국인의 선물 매매와 이에 따른 프로그램 수급이 코스피시장의 방향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바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를 공시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은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채 대규모 차익매물에 따른 충격을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시 폐지에 앞서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데이터 공시를 폐지할 경우 어떤 지표를 가지고 대응하도록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공시 폐지가 결코 최선책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황숙혜기자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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