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논객’으로 자칭해 온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캠프에 합류하려다가 퇴짜를 맞았다. ‘세계일보’의 12일 밤 단독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이날 이 전 교수를 선대위에 공식적으로 영입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는 이병태 전 교수의 과거 발언 논란이 결정적 이유였다고 보도하면서 △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비난(2019년) △ “친일은 당연한 것이고 정상적이다” 발언(2019년) △ 세월호 사건을 ‘불행한 교통사고’라고 지칭(2020년) 등 그의 문제 발언을 제시했다.
같은 맥락에서, 일찌감치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하고서 연일 그를 찬양하고 있는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도 조만간 이재명 진영에서 축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는 이 전 교수보다 훨씬 최근에 이태원 참사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정 전 주필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펜앤드마이크’ 유튜브 채널에 출연, 이태원 참사에 대해 “아마도 이태원 경찰서, 파출소 이런데는 이제 나를 다른 곳으로 보내달라는 일선 경찰들의 민원이 아마 줄을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매일마다 술먹은 벌거벗은 미군들 어깨 막 이렇게 벌리고 술먹고 마약하고 그 골목만 해도 마약 골목이라는거 아닙니까”라며 “저녁 8시만 지나면 벌써 쓰레기통에 마약 주사기가 쌓인 곳이라는거 아닙니까”라고 언급했다.
정 전 주필은 “그래서 그거는 사고이지 사건이 아니다”라며 “그래서 어떤 불행한 사건이 생기면 불행한 사건을 어떤 방법으로 처리하게 하느냐는것은 그 시민사회가 얼마나 성숙했는가 하는것이거든요”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그런데 여기에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자들이 지금 붙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태원 참사를 정부의 인재(人災)가 아닌 ‘사고’라고 규정한 그의 발언은 이재명 후보의 핵심 지지층인 좌파 진영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코로나 팬데믹 종식 이후 열린 첫 핼로윈 축제를 앞두고 정부 당국이 안전 관련 대비를 소홀히 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규재의 이 발언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시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과 극좌파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이 사건을 ‘해상교통사고’라고 지칭하는 인사들에 대해 적대적이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그해 7월에 주호영 새누리당(현재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세월호 참사를 “일종의 해상교통사고”라고 지칭하자 경향신문은 “정부와 집권여당의 책임 회피 발상”이라며 맹비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