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측 새민련 지도부, 윤장현 앞세워 호남대통령감 '강운태-이용섭' 동시 제거
강기정·김동철·박혜자·임내현·장병완 국회의원 5명이 13일 집단으로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를 지지하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호남대통령감’의 싹을 잘라내기 위해서다.
새정치민주연합(새민련) 안철수 대표의 대항마로 부상할 강운태 광주시장이나 이용섭 의원을 애초부터 제거하고 호남대통령론을 차단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계략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筆者는 지난 4월 5일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 같이 광주 김대중 센터에서 ‘호남대통령론이 진짜 새정치다’라는 강연을 개최한 바 있다.
이 강연에서 변 대표는 호남 대통령으로 강운태 광주시장이나 이용섭 의원을 공식 거론했다. "경력이나 스펙면에서 일개 벤처회사 출신의 안철수에 뒤져질 게 전혀 없다"며 "호남사람들이 호남대통령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번 시장선거에서 광주시민들의 선출기준도 광주시장감이 아닌 대통령감을 뽑아야 한다고 제안하며 호남인들의 정치의식 변화와 각성을 촉구했다.
새민련 지도부가 표는 호남인들부터 받고 대선후보는 영남출신 인사를 내세우게 된 배경에는 호남인들을 새민련의 호구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뒤 안철수 측 윤장현을 내세워 새민련 호남대통령감으로 거론되던 두 사람을 동시에 제거한 것이다.
경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5명의 국회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안철수 측 윤장현 후보를 지지한 것은 광주시민을 “표 찍는 기계"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치 않고서야 국회의원들이 떼로 몰려와 이런 지지선언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난 광주강연에서 변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짚었던 문제는 노무현 정권 이후부터 민주당에서 호남 대권 후보가 완전히 실종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새민련의 대선 주자 빅3는 부산의 문재인, 경남의 김두관, 경기의 손학규였다. 장외에서도 역시 부산의 안철수, 대선후보급인 서울시장 박원순마저 경남이다. 현 상황에서 2017년 대선을 예상해봐도, 역시 부산 경남의 안철수, 문재인, 박원순의 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이번 윤장현 지지선언으로 호남대통령감으로 불씨를 지핀 두사람의 정치생명을 사실상 끊어 놓고자 한 것이다.
◇호남의 김대중, 노무현에 대한 몰표는 이해 가능
민주화 이후의 1987·1992·1997년 대선에서의 호남의 김대중 후보에 대한 몰표는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초의 호남 대통령을 만들어보겠다는 호남인들의 충정을 누가 욕할 수 있겠는가. 지난 대선에서 대구·경북 주민들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열정적인 지지도 비슷한 맥락이다.
미국의 경우도 아칸소주(州)의 빌 클린턴, 텍사스주의 조지 부시,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버락 오마바 등, 대다수 정치인들이 자신의 활동 지역을 기반으로 정치적 도전을 시작한다. “내 고장 사람을 밀어보겠다”는 감정은 동서고금의 공통적 특성인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의 부산 출신 노무현 후보에 대한 호남의 몰표도 정치논리상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호남 포위론인 3당 합당에 저항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쌓아갔다. 그뒤 무려 세 번에 걸친 부산 선거에 대한 도전은 호남인들 입장에선 충분히 고맙게 생각할 만한 일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벌어졌다. 호남인들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기간 내내 부산·경남 공략에 집착했다. 호남색을 지우기 위해 민주당을 분당, 열린우리당을 창당했고 2006년 지자체 선거에서는 이재용 환경부 장관을 대구시장으로,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을 부산시장으로 차출하기도 했다.
2007년 대선에서 전북 출신 정동영 후보가 600만표 차로 참패하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호남 후보는 아예 승산이 없다는 분위기로 굳어졌다. 2012년 대선에서 3선의 박준영 전남지사가, 초선의 김두관 경남지사에 턱없이 밀려나기도 했다.
2002년 대선 때부터 시작된 영남후보 필승론의 근거는 호남의 몰표이다. 야당이 영남후보를 내세우면, 일부 영남표에다 90% 이상의 호남 몰표를 얻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승리한다는 정치공학이다
◇새민련의 영남후보 필승론은 필연적으로 좌클릭을 야기한다
이러한 정치공학에는 필연적으로 이념적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부산 출신이 호남표를 결집시키려면 이념적으로 좌클릭을 하게 된다.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우파 정당의 후보와 맞서서 호남의 표를 단속하려면 이념적 대립각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중도보수도 포함하겠다는 안철수 의원도 막상 부산 출신으로 호남기반 정당의 대선후보가 되면 좌클릭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반면 새민련에서 호남 대권주자가 나온다면 그 반대의 이유 때문에 우클릭을 하게 된다. 김대중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조순, 이기택 등 이른바 제3 후보들과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이기는 데에는 김종필, 박태준의 자민련과의 연합이 필수였다. 영남, 충청, 강원 등 호남보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의 표를 얻어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새민련은 1년 내내 데모와 반대만 하는 운동권 신입생 정당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철수의 새정치연합과의 신당 창당에 국민들이 최소한의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 출신 안철수 의원이 주도해서는 노무현, 문재인이 넘지 못했던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호남 기반 정당의 영남후보론은 결국에는 “호남에서 표만 몰아주면 영남의 표를 갖고와서 정권을 만들어 줄께”라는 정치공학적 계산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을 부산정권이라 규정한 문재인에 대한 호남 몰표는 기현상
그 정치공학은 노무현 정권을 부산정권이라고 규정해온 부산출신 문재인 후보에 호남에서 90%의 몰표가 나오는 기현상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그 정치공학이 반복되면서, 호남에서의 대권주자는 현재로선 찾아볼 수도 없는 실정이 되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개혁해야할 정치적 사안은 부산 경남 출신 대권후보만 찾아다니는 민주당의 왜곡된 정치공학이다. 심지어 충청남도에선 안희정 충남지사가 충청대권론을 기반으로 정치적 성장을 하고 있지만, 호남에선 대권론 자체가 없다.
과거 민주당은 제1 야당의 역할조차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국가안보와 경제성장에 대해서 좌클릭해왔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의외로 호남유권자들의 선택이 중요하다. 일단 호남인들도 호남의 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중지를 모아보자. 그 뜻이 모이는 순간에 민주당은 영남, 충청, 강원 등의 표를 공략하기 위해서라도 자연스럽게 우클릭, 정상적인 정당의 모습을 찾아갈 것이다.
“호남인들도 호남 대통령을 만들어보자”라는 상식적인 구호 하나는, 온갖 공허한 새정치 놀음 보다 더 강력하고 생산적인 새정치 흐름을 만들어낼 것이다.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와 의견을 기다립니다.
전화 가능 시간 : 평일 10:00~18:00
(주말, 공휴일은 쉽니다)
Copyrights 2006 All Rights Reserved | 대표전화 : 02-720-8828 | FAX : 02-720-8838 | 대표이메일 : mediasilkhj@gmail.com | 사업장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4길 36, 2층 | 등록·발행연월일 2013년 3월 27일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08208 , 영등포, 라00483 |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58 | 사업자등록번호((주)미디어실크에이치제이) : 101-86-45323 | 대표이사 : 변희재 | 발행인 : 변희재 | 편집인 : 변희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변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