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검찰 수사관이 여수의 한 사채업자로부터 3천만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놓고 검찰과 경찰간 미묘한 신경전이 오가고 있다.
여수경찰서는 3일 순천검찰에 이 수사관을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이 수사관은 조만간 사법부의 영장실질 심사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수사관 측에 따르면 돈 거래는 오랜 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정상적인 거래였고 사건과 관련해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구 주장이 옳은지에 대한 판단은 이제 사법부의 몫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런 판단과는 별개로 필자가 주목하고 있는 점이 있다.
고도의 직업윤리를 요구하고 있는 수사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이 갖추어야 할 도덕적 의무에 대해서는 언론으로서 질타의 목소리를 내질 않으면서, 사건초기부터 범죄혐의가 확정된 것처럼 보도하는 일부 언론의 행태다.
필자는 순천시 공무원들의 승진대가 청탁사건과 관련해서 이 사건을 다룬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최근에도 지적한 바 있다.
순천시 공무원들이 승진대가를 이유로 순천지역 S신문사 편집국장에게 청탁한 사건보도도 이런 점에서 기자들에게 소중한 교훈이 된다.
검찰 수사 결과 조사 대상이었던 순천시 공무원들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난 것이다.
이 사건은 당초부터 무혐의 처분 소지가 많은 사건이었다. 아마도 요즘 세상에 승진을 댓가로 수천만원을 신문사 기자에게 줄 어리석은 공무원들은 없다 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선 해당 공무원들이 편집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사실만으로 사건 초기부터 범죄혐의가 확정된 것처럼 보도됐다.
심지어 해당 공무원들의 실명이 공개된 적도 있었다. 순천시 공무원노조게시판 등에선 해당 공무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명예훼손성 인신공격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그 결과 해당공무원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후유증으로 자진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한번 실추된 명예는 두번다시 회복되기 힘든 게 우리사회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류의 사건보도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해당 공무원들의 명예훼손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피의자의 실명을 공개한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 에 위반돼 금지되어 있다.
또한 피의사실을 사전에 외부에 공표하는 것도 금하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현실은 그렇치 못하다.
명예훼손성 기사가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통상 언론보도로 인해 명예훼손이 성립되기 위해선 3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사건당사자가 특정이 되어야 하고, 구체적사실(Fact)이 적시되어야 하며, 그 보도로 인해 당사자의 사회적평가가 현저히 저하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3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었다고 해도 공익차원에서 보도가 이뤄졌다면 면책사유에 해당돼 명예훼손 성립 여지는 사실상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이다.
이런 보도가 남발하는 이유는 수사기관의 책임도 있다.
특히 경찰수사권 독립을 의식해서인지 일부 경찰서에선 사건초기부터 범죄혐의를 확정한 듯한 보도자료를 경쟁적으로 남발하거나 범죄사실을 흘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현행범이 아닌 경우 검찰의 기소단계에서 보도되는 것이 사건보도의 원칙이다.
수사책임자인 검사의 수사결과만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도 피의자가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공인이 아니다면 비실명보도가 원칙이다.
그러나 이런 명예훼손 가능성 때문에 사건보도를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 역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문제다는 시각도 있다.
언론은 공익적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항에 대해선 보도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건 당사자의 ‘명예보호’와 국민들의 '알 권리' 차원에서 어떤 점이 진정 사회적공익에 부합하느냐에 대한 판단이다.
언론의 명예훼손성 보도에 대한 판단 역시 판단주체가 누구인지, 특정 상황과 그 유형, 시대적가치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똑같은 법의 적용과 해석을 놓고 검찰과 법원은 물론이고 법을 만드는 국회의 판단이 각각 다를진대, 사회적담론과 가치를 제시하는 언론의 시각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똑같은 사건을 놓고 영역이 다르다보니 그 판단잣대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감스럽지만 그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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