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금요일 지역의 후배기자들과 함께 광양마린센터를 취재차 다녀왔다.
초여름의 무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중앙냉방통제시스템은 실내온도가 28도가 넘어야만 작동되는 시스템 때문에 사무실마다 에어콘 대신 선풍기로 더위를 식혀야 했다.
국제원부자재수습센터를 들러 몇가지 진행사항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우연하게 들른 광양만권U-IT연구소의 모습은 그야말로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
문은 굳게 닫혀져 있었고 몇차례 노크를 하자 안에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직원이 혼자 문을 열기 위해 나왔다.
다행히 그는 필자를 알고 있었기에 반갑게 문을 열어주며 사무실 안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필자는 이 연구소에 대해 진작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봐 왔기에 이날 연구소의 운영상황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부도난 회사처럼 책상만 덩그러이 놓여있고 근무해야 할 직원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 직원에게 물어보니 3명만 근무한다고 했다. 한 참 때 25명에 달한 연구원들과 직원들은 이제 없었다. 140억원을 쏟아부은 현장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유가 뭘까?
연구가 신통치 않았던 것일까? 연구결과가 상용화와는 거리가 멀었던 것일까? RFID 분야 연구에선 상당한 연구실적을 기록한 이 연구소가 이렇게 까지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1차 사업년도인 5년간의 연구결과가 그리 신통치 않았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상용화에 실패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소가 이렇게 망신창이가 된 데에는 또다른 이유도 있었다.
광양시의회가 지난해 특위까지 구성해 무려 6개월에 걸쳐 연구소 운영 실태를 집중 조사가 오히려 화를 자초한 것이다.
시민들의 혈세가 투입됐으니 당연히 조사해서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제가 무엇인지도 정확히 모르면서 연구소를 다 까발려서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려 6개월이나 말이다.
그 결과 연구소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고 연구원들의 사기도 저하됐다. 게다가 2010년에는 순천 대학교 교수들의 연구비 횡령 사건에 휘말리면서 이 연구소는 검찰의 압수 수색까지 당했다.
하지만 조사결과 특별한 위반 사례도 발견되지 않았고 검찰수사도 결국 무혐의 처리됐다.
실체도 없이 벌인 광양시의회의 무차별적인 감사로 인해 멍이 든 곳은 연구소 였다. 감사로 인해 일자리 없애고 실업자를 양산한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광양시가 쏟아부은 140억원은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날라간 것이다.
문제는 광양시의회가 광양만권 u-IT연구소라는 국책기관에 대해 죄인 취급을 하며 거의 몇 개월에 걸쳐 무차별적인 감사를 벌인 이유는 시의회가 이 연구소를 감사하는 것이 의회의 당연한 권한인 것 처럼 여긴 광양시의회의 무소불위적 사고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당시 감사과정을 짚어보면, 광양시의회의 감사권한 자체에 명백한 위법소지가 있는 행위일 가능성이 큰 만큼 재론의 여지도 있다.
첫째, 지방자치법 시행령 42조에 1항에 따르면 <'지방공기업법' 제77조의3에 따른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 외의 출자법인 또는 출연법인 중 지방자치단체가 4분의 1 이상 출자하거나 출연한 법인. 다만, 본회의가 특히 필요하다고 의결하는 경우에 지방자치단체의 출자 또는 출연에 관련된 업무ㆍ회계ㆍ재산에 대하여만 실시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2항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제1항에 따른 감사 또는 조사 대상 기관의 사무가 둘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해당하면 이를 감사 또는 조사할 때에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의회와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주지하다시피 '광양만권u-IT연구소' 라는 기관은 순천대학교가 정보통신부 공모사업에 응하면서 매칭펀드 차원에서 광양시를 비롯한 전남도, 순천대학교가 출자해 설립된 기관이다. 여기에 가장 큰 출자를 했던 기관은 중앙정부인 정보통신부이고 광양시 역시 해년마다 상당한 금액을 출자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위 지방자치법의 규정처럼 '광양시가 출자한 돈이 연구소 총 출자금의 25% 이상이 되느냐' 이다. 이 때문에 감사 당시에도 해당연구소 직원들이 반발해 논란이 됐지만, 광양시의회는 이를 무시하고 일사천리로 감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광양시의회는 광양시가 출자한 돈이 '해당 연구소 총 출자금의 25%이상이 되느냐' 를 따지기 앞서 조사대상에 출자한 기관이 있다면 당연히 다른 해당기관과 감사절차를 사전에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광양시만 이 연구소에 투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양시의회가 다른 기관과 감사착수를 두고 전혀 협의한 적이 없다는 게 당시 연구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둘째, 동 시행령 제47조(주의 의무)에 따르면 지방의회 의원은 감사 또는 조사를 하려는 때에는 그 대상 기관의 기능과 활동이 현저히 저해되거나 기밀이 누설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당시 광양만권U-IT연구소 감사과정에선 이같은 조항이 무시되고 연구소가 마치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처럼 일방적으로 언론에 공표된 탓에 연구소의 기능과 활동이 현저히 저해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결과론적으로 광양시의회는 감사결정을 하기에 앞서 감사조치가 해당기관이나 해당단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사전에 조사를 하고 파급효과를 조절해 감사여부를 결정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면밀한 검토도 없이 일방적인 감사를 실시함으로써 연구원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활동을 위축시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그 결과 4명의 직원만이 단촐하게 근무하는 연구소로 쪼그라들었다.
범죄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으면서도 미리 여론재판을 통해 단죄하고자 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정치적이득이 주목적이다. '시민들의 알권리' 라는 이유로 법적감사 권한이 확실치 않은 광양시의회가 정치적목적을 위해 연구소를 난도질한 것이다.
특정기관을 지목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공표해 해당기관의 명예가 훼손되고 이로인해 해당기관의 사회적신뢰가 현격히 저하되었다면, 이는 집단 명예훼손죄에 해당된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이다.
돈을 줄 당시에는 성과에 대한 검증도 없이 주었다가 자립을 앞두고 있는 연구소에 대해 사후약방문식의 무차별적인 감사를 통해 연구소의 신뢰를 무너뜨린 광양시의회의 위법부당한 행위.
이들의 이런 위법부당한 행위에 대해선 누가 감사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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