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관들의 전당대회, 새누리당의 암울한 대선 전조

  • 등록 2012.05.18 13:58:09
크게보기

거대한 쓰나미 예고한 5.15전당대회 결과

무관심 그 자체였다. 15일 있었던 새누리당의 전당대회 얘기다. 전대를 하루 앞두고 14일 전국적으로 치러진 선거인단 평균 투표율은 14.1%였다. 당원·청년 선거인단 20만6182명 가운데 겨우 2만9121명만 참여했다. 작년 7.4 전당대회(25.9%) 때보다 11.8%포인트 떨어졌다. 절반 가까이 투표율이 떨어진 셈이다. 언론보도를 보면 15일 당일 전대가 열린 킨텍스 현장도 이미 파장 분위기였다고 한다. 오후 2시부터 시작인데도 대의원들이 회의장에 오지 않아 2시 30분께서야 시작했다고 한다. 그나마 참석하기로 했던 대의원 8934명 가운데 4784명이 회의장을 찾아 겨우 개회를 선언할 수 있었다. 전대홍보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공중파 방송을 비롯해 4번의 토론회가 있었다. 그런데도 결과는 이 모양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전대 흥행 실패에 대해 이런 얘기들이 나왔다고 한다. “누가 돼도 친박근혜계 아니냐” “지역별로 자리를 나누는 선거니 긴장감이 없다” “현안에 대해 후보들의 의견이 너무 비슷해 재미가 없었다” “차별화가 안 되는데 대체 누굴 뽑겠냐” “전대를 앞두고 불거진 친박계 내부 갈등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경고를 하자 중량급 인사들이 몸을 사리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 원인이다” 어떤 언론은 10%대의 낮은 투표율 때문에 대표성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당원들로부터도 철저히 외면당한 새누리당 전대의 문제점은 뭘까?

국민과 당원으로부터 외면당한 환관들의 전당대회

한나라당의 새누리당 변신, 즉 박근혜당이 된 이유를 빼고는 설명이 안 된다. 박근혜당이 된 마당에, 모두가 박근혜 전 대표의 눈치를 봐야하는 당에서 누가 당 대표가 된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황우여가 되도, 이혜훈이 되도, 유기준, 정우택이 되도 결국 박 전 대표의 허가를 받고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다. 정몽준 전 대표가 이런 당의 현실을 두고 ‘환관’으로 빗대 비판해도 한마디 반응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말이 나왔으니 짚고 넘어가자. 환관이 뭔가. 거세된 채 궁중에서 사역하는 내관이다. 욕망과 자아를 강제로 거세당하고 오로지 권력자에 충성하는 영혼 없는 꼭두각시다.

이런 모욕적인 의미가 담긴 단어가 나와도 새누리당을 이끌어갈 지도부라는 사람들은 말도 없다. 똥이 더러워 피하지 무서워 피하는가 하는 심정인지는 모르겠다. 언론이 ‘박근혜 주위엔 환관만 득세한다’고 비판해도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공식적으로 화조차 내지 않는다. 안하는지 못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말이다. 새누리당이 이런 한심한 당으로 전락한 이상 전대 흥행 실패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올망졸망한 환관들이 의견이 달라봤자 거기서 거기고, 누가 되도 환관의 처지와 다를 바 없는데 전대흥행이 되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게다가 이미 누구는 당 대표요, 누구는 원내대표, 누구는 사무총장을 맡을 것이라는 명단이 이미 사전에 돌지 않았던가. 친이계로 불리는 심재철 한 명 지도부에 넣을 것이라는 예상도 한 치도 빗나가지 않았다. 급 떨어지는 연기자들의 연기도 똑같고, 스토리도 진부하며 게다가 결말이 뻔한 영화가 흥행하리라 기대했다면 그게 착각이다.

대표성 없는 새 지도부의 완전국민경선제 반대야 말로 당심 왜곡

당원들이 외면한 이번 새누리당 지도부의 대표성도 문제다. 당심이 제대로 반영되지도 못한 채 새 지도부가 구성됐는데, 그 지도부가 한 목소리로 완전국민경선제 반대를 주장하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친박 일색인 새 지도부가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가 없을 정도로 당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는데, 그 지도부가 완전국민경선제는 당심을 왜곡해 역선택 우려가 있다는 주장을 할 수 있나? 이렇게 되면 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한 친박계의 그간 논리가 다 허물어진 셈이다. 완전국민경선제가 당심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새 지도부의 완전국민경선제 반대야말로 당심을 왜곡하는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친박계 지도부를 외면한 당심보다는 오히려 박 전 대표에게 높은 지지를 보내는 국민을 보고 친박계는 완전국민경선제를 주장해야 맞다.

“이번 전당대회를 조용하고 깨끗한, 돈 안 드는 선거로 치르겠다”는 새누리당측의 목표는 달성됐을지 몰라도, 이번 전대는 당심의 왜곡, 대표성 논란 등 문제투성이를 안고 철저히 실패로 끝난 전대였다. 새 지도부는 당을 어떻게 이끌겠다는 비전과 목표도 전혀 보여주지 못했고, 네 차례의 방송토론까지 했지만 국민의 관심은커녕 당원들조차 외면한 전대였다. 그저 조용히 큰 말썽없이 끝나면 다행이라는 정신상태를 지닌 새 지도부로는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흥행, 나아가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매력적이고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를 만들어 낼 가능성도 없다. 새 지도부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능력조차 없는 것이다.

거대 쓰나미 예고한 새누리당 전당대회의 ‘불편한 진실’

이런 무능한 새누리당이 유일하게 믿는 것이 박근혜 전 대표의 높은 지지율이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50%를 웃도는 지지율을 얻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앞서고 있다. 어떤 언론은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과거 이회창 대세론 수준까지 왔다며 호들갑이다. 야권의 최종주자가 누가될지 전혀 모르는 안개속의 후보인 상태에서 대선 무대 혼자 올라가 오랫동안 독주하는 후보 박 전 대표의 고공 지지율 현상은 전혀 좋아할 일이 아니다. ‘제발 이대로만 가다오’ 하는 새누리당의 안이한 정신을 더 고착화킬 뿐이며, 야권 후보가 정해진 이후 본격 대선전에서의 대응능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환관들이 득세하는 새누리당 경쟁력을 가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는 대선전을 어떻게 승리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래서 새누리당의 이번 전대 결과가 더 암울하다는 얘기다. 전대가 열리는지도 모를 정도로 국민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새누리당, 당원들의 관심과 열기가 꺼진 새누리당, 그런 새누리당을 만드는 데 앞장서 온 친박세력들로 둘러싸인 박 전 대표의 오랜 독주, 모두 올 대선의 어두운 전조들이다. 거대한 쓰나미가 오기 전에 작은 개미들부터 이상 징후를 보인다고 한다. 그런 징후들을 눈치 채지 못하고 살피지 않는다면 결국 쓰나미의 희생자가 되고 만다. 새누리당의 전대 결과는 그 시작에 불과하다. 보이지 않지만 새누리당을 향해 맹렬히 다가오는 위험신호들을 감지하지 못하고 박 전 대표의 지지율에만 도취해 있는 새누리당의 현실이 안타깝다.



폴리뷰 대표필진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
트위터 주소 : https://twitter.com/phm5670


박한명 / 폴리뷰 편집장 hanmyoung@empas.com
ⓒ (주)인싸잇

법인명 : (주)인싸잇 | 제호 : 인싸잇 | 등록번호 : 서울,아02558 | 등록일 : 2013-03-27 | 대표이사 : 윤원경 | 발행인 : 윤원경 | 편집국장 : 한민철 | 법률고문 : 박준우 변호사 |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333길 9, 1층 | 대표전화 : 02-6959-7780, Fax) 02-6959-7781 | 이메일 : insiit@naver.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유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