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가란 사람들은 직업상 어느 특정 대선주자와 세력, 시민사회를 향해 대놓고 경멸감을 표시하거나 ‘수준’ 운운하며 비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반대로 얘기해서 특정 대선주자만을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것도 힘들다. 개인 성향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객관적 태도(근거자료 등)가 어느 정도 담보돼야 할 정치평론을 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일 경우 상식적으로는 대개 이런 식의 극단적 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현실적으로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친야인지 친여인지 정치적 성향을 은연중에 혹은 명확히 드러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특정 대선후보 입장에서 유리하게 정국을 해석한다거나, 시민사회운동가들 머리꼭대기에 앉아 가르치려 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유일하게 그런 이가 있다. 바로 고성국 평론가다.
좌우대립 구도가 분명한 한국 정치지형에서 고성국 정치평론가가 위치한 지점은 매우 기묘하다. 그는 좌파매체 프레시안 기획위원이면서도 친박 성향의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뿌리인 보수진영은 경멸하고, 본인이 주로 활동하는 무대는 역시 좌파진영이다. 젊은 시절에는 자타가 인정하는 운동권으로 좌경이념서적을 들여와 팔다가 처벌 받은 전력도 있고, 좌파지식인들과 어울려 활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좌파세력이 그토록 증오하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 위원장의 대권가도를 닦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니 세상일은 정말 모를 일이다.
고성국 평론가가 누구를 위해 평론을 하든, 유리한 판을 짜는 ‘플레이 메이커’든 필자가 알바는 아니다. 다만 고 평론가가 그 과정에서 보수진영을 근거 박약한 논리로 싸잡아 비하하는 오만한 태도는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 아무리 현 보수정치세력과 보수시민사회가 무기력하고 때로는 어리석다 해도 보수진영에 아무런 애정도, 관심도 없는 일개 정치평론가가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고 무시할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수준’ 운운했던 그 정치세력이 대한민국 산업화(정몽준)와 민주화(김문수)를 일군 세력이고, 고 평론가가 찬양해마지 않는 박근혜 위원장 역시 그가 무시하는 보수정치세력이 거두고 키운 결실이기 때문이다.
김문수, 정몽준 ‘보수세력 수준’ 폄하한 고성국, 박근혜 수준은 보수세력 수준 아닌가
최근 한 토론회에서 고성국 평론가가 그랬다고 한다. “정몽준, 김문수, 안상수, 임태희 이 네 사람 출마선언에서 ‘박근혜 안 된다’ ‘경선룰 바꾸자’ 빼고 기억나는 게 있나? 국가 경영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에게서 그 비전이 안 보인다” “보수세력의 수준이 이런데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선거판이 어떤 판이란 걸 뻔히 잘 아는 이가 새누리당 절대 약자들인 대선경선 후보들이 박 위원장과 경선룰을 비판했다고 이렇게 싸잡아 비판했다. 그럼 똑같이 물어보자. 고 평론가가 엄호하는 그 박 위원장은 2002년 당시에는 왜 ‘이회창 안 된다’ ‘경선룰 바꾸자’고 했었나? 국가경영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구체적 비전도 없이 고작 당의 유력후보 뒷다리나 걸고넘어져서는 탈당복당을 하는 분란까지 일으켰던 건 뭐였나?
약자의 입장에서 강자를 비판하는 것, 강자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룰을 어떻게든 고쳐보고싶은 건 당연한 일이다. 똑같이 박 위원장이 과거 이회창 총재를 비판하고 경선룰 문제제기한 그 자체도 당연한 것이다. 다만, 현 새누리당의 약자들은 그래도 당과 지지국민을 의식해 정도를 넘지 않고 있다는 것이고, 과거 박 위원장은 당과 지지국민은 아랑곳없이 자신의 욕망대로 좌충우돌 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국가경영 비전이 안 보인다는 것도 고 평론가의 주장에 불과하다.
오히려 정몽준, 김문수(안상수, 임태희는 예외로 하자. 고 평론가 역시 안, 임 이 두 사람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을테니까) 두 사람이야말로 활발한 언론접촉, 토론회 등을 통해 그들의 생각과 가치, 철학을 국민이 잘 알 수 있도록 직접 소통하고 있다. 국민이 박 위원장의 국가경영비전을 포함해 작은 생각하나 알려면 ‘박근혜의입’ ‘대변인’ ‘측근’ ‘핵심측근’ ‘친박계 인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안 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국민들은 지금도 TV와 라디오, 인터넷 등을 통해 새누리당 후보들의 국가경영비전을 하나둘씩 알아가고 있다. 대선출마선언에서 국가경영비전 찾아보기 어렵다고 투덜대지 말고 고 평론가도 손가락 좀 놀려 찾아보기 바란다.
더 웃긴건 고 평론가가 김문수, 정몽준 등 새누리당 대선 후보들을 비난하면서 보수세력의 수준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대선출마선언하면서 박 위원장을 비판했다고 국가경영비전 운운하며 옹색한 논리를 갖다 대는 것도 그렇지만, 김문수, 정몽준의 수준이 보수세력의 수준이라며 비난한 것도 황당하다. 그렇다면 박근혜의 수준은 어떻다는 얘긴가? 박근혜의 수준은 보수세력의 수준이 아니란 말인가? 박근혜의 대선판을 보수가 아닌 진보, 다른말로 좌파가 짜기라도 해서 박근혜의 수준은 보수의 수준이 아니라 좌파의 수준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근거도 없이 ‘보수표, 중간표 떨어뜨린다’며 ‘보수논객 퇴출’ 주장하는 오만방자
“언론에 나오는 보수논객들 몇 분, 그분들이 보수표, 중간표 더 떨어뜨리는 역할하고 있다” “(그 사람들이) 보수논객이란 말 함부로 쓰게 해선 안 된다고 본다. 그 사람들 얘기가 국민 다수한테 설득력이 있나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만일 아니다 싶으면 (보수논객)이란 호칭을 더 이상 쓰지 말라고 해야 한다. 여러분과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대선에선 그게 더 중요할 수 있다” 이 역시 고 평론가가 한 말이다. 최근 방송토론에서 전원책 변호사와 설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아마도 전 변호사를 지목한 것으로 추정된다. 설령 전 변호사가 아니라고 해도 그렇다. 언론에 등장하는 보수논객이라봐야 몇 명 되지도 않지만, 그 사람들이 보수표, 중간표 더 떨어뜨린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
고 평론가의 이 주장은 대충 넘길게 아니라 고 평론가가 직접 해명해야할 대목이라고 본다. 보수논객 누가, 어떤 이유로 보수층과 중간층 표를 더 떨어뜨린다는 것인지 평론가답게 각종 데이터와 논평을 곁들여 칼럼이라도 한편 공개적으로 써주기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고 평론가의 ‘보수논객 폄하’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근거도 없이 그들을 표를 깎아먹는 자들로 매도해 명예를 훼손한 것이고, 보수시민사회가 주최한 토론회에 와서 그들을 매도하고 심지어는 쫓아내라고 들릴법한 주장들을 내놓은 셈이기 때문이다. 고 평론가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특정인을 쫓아내라, 논객 호칭 쓰지 마라와 같은 어이없는 말들을 늘어놓을 자격이 있나?
더군다나 대선에서 이기려면 그 논객을 퇴출시키라는 요구인지 충고인지 모를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건 보수시민사회를 무시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이다. 얼마나 보수진영을 하찮게 여겼으면 이토록 무례하기 짝이 없는 말을 함부로 뱉을 수 있는지 기가찬다. 그 논객의 퇴출 여부는 보수시민사회가 결정하는 일이 아니다. 그 논객의 경쟁력이 결정하고 결국 국민이 결정하는 문제다. 결정적인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니고, 인격적으로 하자가 있어 모두의 외면을 받는 것도 아닌데 인위적으로 보수시민사회가 한 사람의 말을 듣고 논객의 호칭을 뺏을 수도 없는 것이고, 더더군다나 고성국 평론가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참견할 일도 아닌 것이다. 근거도 내놓지 않으면서 뒤로 음해하는 것처럼 따지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나서서 그 논객과 공개토론을 하여 왜 보수논객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인지 따질 일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본인의 개인감정에 의한 음해에 불과할 뿐이다.
보수세력이 가치와 이념 접고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고성국 맹목 논리에 따를 이유 없다
고 평론가는 박근혜 위원장의 대권을 위해서라는 이유를 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보수정치세력과 보수시민사회가 특정 대권 후보를 위해 이념도 버리고 가치와 신념을 버릴 이유는 없다. 박 위원장이 표를 위해 ‘광우병 촛불’세력 입맛대로 좌클릭을 하고 ‘경제민주화’와 같은 개념도 모호한 중도로 화장하고, 6.15와 10.4선언 존중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고 해서 보수세력이 무비판적으로 박 위원장을 쫓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보수세력은 나라를 걱정할 뿐이지 특정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보수세력이 박근혜에 이래라 저래라 할 건 없다”는 고 평론가의 발언은 그런 보수세력을 잘 모르고 하는 무지하고 오만한 발언이다.
이번 대선결과는 고 평론가가 흔히 하는 정략적 분석과 예측인 ‘박 위원장이 잘했기 때문’으로 요약되는 박근혜란 상수로 인해 결정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역동적인 경선은커녕 뻔한 경선 요식행위만 남겨둔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이 보여줄 것은 이미 다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얼마만큼 위력적인 단일화를 보여줄 수 있느냐, 얼마나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느냐, 혹은 얼마나 자멸수를 두느냐에 따라 결판이 날 것이다. 안철수를 포함해 야권에서 일어날 변수로 올 대선의 결과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대선 승패의 향배를 가르는 키를 쥔 것은 박 위원장과 새누리당이 아니란 소리다.
고 평론가가 할 일은 불필요하게 보수세력를 비하하거나 특정 논객에게 음해성 비난을 퍼붓는 것이 아니라, 정치평론가답게 중심을 잡고 자기 할 일이나 똑바로 하는 것이다. ‘친박 평론가’로 대접받는다고 해서 그것이 보수진영을 훈계할 자격이나, 마음에 안 드는 보수논객 쫓아낼 자격이 주어진 것이 아니란 점 똑바로 알기 바란다. 일부 극렬 친박세력 뿐 아니라 보수진영이 고 평론가를 제대로 인정할 때도 바로 고 평론가가 상식과 예의, 실력을 모두 갖출 그때일 것이다.
폴리뷰 대표필진 - 박한명 - (hanmyoung@empa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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