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본성 바닥 보이는 박근혜의 경선룰 고집

  • 등록 2012.04.30 11: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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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부총재 시절 한술 더 뜬 朴, 정몽준·김문수 경선룰 변경 요구 수용해야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이 있다. 다급한 처지에 몰렸을 때 마음가짐과 위기를 벗어난 후의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인간 본성을 꼬집은 말이다. 을의 처지에서 갑의 눈치를 보던 자가 처지가 바뀌어 갑의 위치로 올라서면 을 시절을 곧잘 잊거나 의식적으로 외면할 때도 비슷한 비판을 한다. 놓인 상황에 따라 ‘변심’하는 무원칙한 태도를 비판하는 말이라기보다는 근본적으로는 그 기동(機動) 되는 저급한 욕망, 욕심을 비판하는 말이다.

‘박근혜의 입’으로 통하는 이정현 의원이 아무리 박근혜를 두둔하고, 감싸려 해도 지난 2002년 한나라당 시절 이회창 총재에 오픈프라이머리를 요구하며 탈당했던 박근혜 현 비대위원장의 전력을 부정할 순 없는 일이다. 그래서 ‘선수가 경기룰에 맞춰야 한다’는 박 위원장의 주장은 과거를 잊은 갑의 오만이요, 자기 볼 일 다 끝낸 자가 화장실 문 걸어 잠그는 고약한 짓이라는 것이다.

비주류 시절 영남 텃밭의 지지를 업고 대권을 꿈꾸던 박 위원장은 2002년 어떻게 이회창 총재의 대세론에 도전했었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이회창 총재가 당권과 대권을 틀어쥐어 다른 대선경쟁자들을 완벽히 따돌리고 대세론 확산에 주력 했을 때, 박 위원장은 정당 개혁을 명분으로 국민참여경선제와 대선 전 집단지도체제 도입 등을 요구했었다. 박 위원장으로선 이 총재가 장악한 당의 경선룰로는 경선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박근혜, 2002년 탈당카드로 위협하며 ‘들러리 경선’ 룰 바꿔 국민참여경선 요구

당시 박근혜 부총재는 동아일보 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 앞으로 선준위(‘선택 2002 준비위’)에 참여하지 않겠다. 우리 당의 정당개혁 의지가 없다는 게 분명하게 드러났다. 경선을 지금 방식대로 하면서 대의원 숫자를 조금 늘리는 것이라면 들러리를 서는 것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을 장악한 박 위원장에 절대 유리한 경선룰로는 경선자체가 무의미하고 결국 박 위원장 들러리 역할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완전국민경선제로 바꿔야 한다는 정몽준 등 다른 대선 후보들의 주장과 똑같은 것이었다.

박 부총재는 "의미있는 경선이 되지 않으면 (내가) 경선에 참가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말로 이총재를 압박하기도 했다. 당시 박 부총재가 탈당을 거론하는 등 위협적으로 이 총재에 요구했던 것과 현재 정몽준, 김문수 등의 주자들이 박 위원장에게 요구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면 강도의 세기다. 박 부총재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란 배경으로 영남의 무시할 수 없는 지지를 등에 업고 협박처럼 들릴 수도 있는 강한 태도로 나올 수 있었지만, 현재 정몽준, 김문수 등 다른 대선주자들은 그런 배경조차 가지고 있지 못한 초라한 처지라는 게 다르다.

그래서 ‘선수가 경기룰에 맞춰야 한다’는 박 위원장의 주장은 ‘가진 자의 탐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선수가 경기룰에 맞춰야 한다면 왜 박 위원장은 과거 이회창 총재시절 당의 경기룰에는 그렇게 반기를 들었고, 수용하지 못했나? 과거 이회창 총재가 ‘제왕적 총재’라 불릴만큼 정당 민주화가 안됐기 때문이라면, 현재 박 위원장이 장악한 새누리당의 모습은 또 어떤가. ‘제왕적 총재’였다는 한나라당 이회창 시절을 뺨친다.

당 대표를 뽑는 전당 대회를 코앞에 두고도 모두 박 위원장의 눈치를 보느라 출마 선언을 하는 이가 없을 정도다. 친박들은 마치 왕조시대 측근 경쟁을 연상시키듯 연일 ‘박심’을 떠들며 ‘친박 내 친박’ ‘측근 내 측근’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친이·친박간 계파 정치가 사라졌다더니 이젠 ‘누가 더 친박인가’로 계파 정치의 폐해는 더 세밀하고 협소해졌다. 그저 박 위원장만 쳐다보고 있는 친박이란 사람들은 사실상 박 위원장의 재가가 없으면 당 대표로 나설 수도 없고, 비주류, 소장파들도 누가 과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느냐는 계산에 따라 당 대표 가능성이 점쳐진다. 오로지 박 위원장 단 한명 뜻에 따라 당 전체가 돌아가는 게 현재 새누리당 현실이란 얘기다. 이런 기형적 행태는 박 위원장이 ‘제왕적 총재’라고 비판했던 이회창 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박근혜가 빗댄 스포츠 경기룰은 대중의 흥미 끌기 위해 서슴없이 규칙 바꿔온 역사

경선룰 변경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경기의 룰을 보고 선수가 거기에 맞춰 경기하는 것이지 매번 선수에게 룰을 맞춰서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박근혜 위원장의 말도 절반의 진실에 불과하다. 스포츠에서 선수가 룰에 따라 경기하고, 그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 경기의 룰이 절대 고칠 수 없는 불변의 규칙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종 스포츠의 경기룰은 대중의 요구에 맞춰 시대와 현실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를 반복해왔다.

2010년 한국야구위원회는(KBO) 너무 좁고 엄격한 스트라이크존 때문에 소위 타고투저 현상이 일어나면서 경기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자 스트라이크 존을 확대했다. 경기시간이 늘어지면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피로감도 늘고 부상위험도 높아질 수 있고 그만큼 관중들의 흥미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 존을 확대하자 2011년은 반대로 투고타저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투수들의 각종 기록이 쏟아지면서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했다. 현실에 맞춰 ‘스트라이크 존 변경’이란 경기룰에 약간 변화를 준 것이 야구의 묘미를 살린 셈이다.

국제레슬링연맹이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파테르'(경기를 수동적으로 했을 때 주는 경고로 엎드린 채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내게 하는 것)를 없앤 적이 있었다. 적용 기준이 모호할 뿐더러 한쪽이 파테르를 받아 점수를 잃고 나면, 역전이 쉽지 않아 나머지 경기의 흥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란 이유로 경기 규칙을 바꿨던 것이다. 그러다 부정적 측면이 나타나자 다시 파테르 룰에 변화를 주었다. 태권도도 마찬가지다. 초기 지루한 경기를 유도하는 득점체계를 개선해 선수들의 공격적인 게임을 끌어낼 수 있도록 경기규칙을 바꾸는 등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다. 전후반제의 농구도 흥미진진한 게임을 위해 쿼터제로 변경했고, 기타 스포츠 종목 역시 마찬가지다. 관중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규칙을 바꾸고, 주저없이 적용하는 것이 스포츠계의 흐름이다.

박근혜 경선룰 고집은 변화에 소극적인 정치인, 기득권에 집착한 탐욕 정치인으로 비쳐

적어도 이런 사정을 아는 이들이라면 박 위원장의 경기룰 운운을 단지 원칙의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존재하는 스포츠가 흥행을 위해 끊임없이 경기규칙을 바꾸며 자가 발전하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국민의 지지를 얻고 존재하는 정당이 특정인에 절대 유리한 경선규칙을 고집해 아무런 재미도 감동도 없는 뻔한 경선을 자초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선룰을 고칠 수 없다는 것은 오로지 박 위원장이 자신의 기득권을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정몽준, 김문수 의원 등의 주장처럼 현재 경선룰 고집은 박 위원장이 변화를 두려워하는 소심한 정치인, 기득권에만 집착하는 탐욕의 정치인으로 비춰지는 부정적 측면이 더 크다. 박 위원장은 국민으로부터 40%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다른 주자들은 모두 합쳐 5~6%의 지지율에 불과하다. 아무리 경선룰을 바꾼다고 해도 박 위원장이 경선에서 질 확률은 거의 없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 지지자들의 이른바 ‘역선택’이 박 위원장의 대세를 바꿀 가능성도 희박하거니와 만일 그런 이유 등으로 현재 경선룰만 고집한다면 근본적으로 박 위원장은 40% 넘는 자신의 지지율을 믿지 못한다는 얘기 밖에 안 된다. 자신을 향한 국민들의 사랑과 지지를 의심하는 셈이다.

박근혜 위원장이 경선룰에 연연하는 것 자체가 본인과 당을 위해 아무런 득이 없다는 것쯤은 이제 알아야 한다. 다 가진 자가 아무것도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로 임하는 것도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게다가 과거 자신의 언행이 역사에 명백히 기록돼 있는데도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의 주인공처럼 군다면 박 위원장 중심에 똬리를 튼 그 무한욕심에 대해 국민이 철퇴를 내릴 것이라는 점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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