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은 명실공히 심판의 날이 될 것이다. 어떤 세력이 심판의 칼을 쥐게 되고, 어떤 세력이 심판의 대상이 될지는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번 선거는 여러 의미가 있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에 치러지는 총선거로 이 정권은 자신들이 이끈 국정운영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최종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것이고, 반대로 야당은 자신들의 집요한 이명박 정권 안티테제 운동성과를 의석수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지층 국민의 요구와 의사도 묻지 않고 단 한 사람의 필요에 의해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급변신한 정치세력에 대한 심판이다. 4.11 총선결과는 이렇게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의미로 나타날 것이다.
4.11 총선은 마땅히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권위마저 파괴된 우리 정치의 얄팍한 수준과 천박한 현실을 드러낼 것이다. 권위가 사라진 사회는 뿌리 깊은 나무가 없는 숲과 같다. 얕고 자잘한 뿌리들로 지탱하는 나무는 큰 비와 가뭄을 이기지 못하고 그런 나무들로 이룬 숲은 변화무쌍한 자연을 견디지 못한다. 맹목적인 공권력 불신, 정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감, 사회체제를 흔드는 불복종운동, 이를 통해 드러나는 반헌법 정신은 사회의 기둥뿌리를 흔들었다. 어느 사회나 빛과 어두움이 존재한다. 어둠을 거두는 것은 빛이지 파괴가 아니다. 잘못된 권위가 만든 어두움과 그늘이 밉다고 모든 권위의 파괴를 시도하는 것은 스스로의 존재마저 위태롭게 하는 짓이다.
‘야권연대’란 이름으로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이 이번 선거에서 올릴 성적이 일반적 예상대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그 이상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야당이 그 성적을 이루기 위해 집중해온 것은 민심의 분노를 자극하고, 우리 사회의 근간에 해당되는 헌법정신을 파괴하고, 권위를 무시하고 조롱하는 것들이었다. 그 결과로 정치가 지켜내야 할 최소한의 권위가 제거됐다. 그 대신 나꼼수라는 극단적으로 희화화된 형태의 新권력이 등장하게 됐다. 나꼼수 멤버 김용민이 국회의원에 나서고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인터넷방송에서 퍼부었던 여성 비하와 성폭력적 발언, 노인비하, 기독교 조롱 등의 발언이 큰 문제가 됐지만 당사자는 간단한 사과만으로 위기를 넘겼다. 공천한 야당은 비난 여론에도 나꼼수 권력에 꼼짝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현재 야권의 숨은 진짜 권력자가 누구인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우리의 증오, 분노, 파괴본능이 키운 나꼼수의 김용민 국회진출은 역사의 반동
만일 김용민이 당선된다면 대한민국 정치는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혼란기에 접어든 것으로 봐야한다. 권위주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정상적인 민주정치의 발전을 이뤄야 할 시기에 기형적인 또 다른 권위가 나와 정치를 지배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야권의 숨은 권력자 김어준은 그의 책 ‘닥치고 정치’에서 나꼼수와 나꼼수가 만들어 낼 新권력이 오로지 이명박 정권에 대한 핏빛 복수를 목적으로 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보복 심리에 기인해 탄생한 권력은 민주주의와 정치발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꼼수가 지금 발휘하는 영향력과 그로 인해 갖는 권위는 그래서 오히려 역사의 반동이라는 것이다. 단지 욕설과 권위파괴, 음모론으로 세상을 보는 염세적 태도가 문제가 아니다. 나꼼수가 나올 수 있었던 데에는 우리가 내면에 가진 증오심과 조롱, 파괴본능 등의 퇴행적 정신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고, 21세기 대한민국 정치를 바로 이런 정신이 주도하게 된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제도권 밖의 무소불위 권력인 나꼼수의 김용민이 제도권 안의 권력자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김용민의 국회 입성이 확정되는 순간 김어준의 나꼼수는 국회도 장악하게 된다. 제도권 밖의 발랄유쾌한(?) 정치세력이었던 나꼼수가 국회에 들어가면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다.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고 금식기도로 선거유세를 하는 김용민의 의도된 컨셉 대신, 막말을 퍼붓고 저주하며 각종 고급정보를 가지고 더욱 진화된 음모론으로 무장한 채 반대정치세력을 사냥하는 나꼼수 본색을 드러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나꼼수가 국회를 장악하게 된다면 반동으로 또 다른 나꼼수가 횡행할 수 있다. 이어지는 역사의 반동이자 끝없는 퇴행의 되풀이다.
내 한 표가 뭉치면 대한민국 칼질해대는 나꼼수, 새누리 노예 신세 벗을 수 있다
4.11총선 결과가 역사의 진보인지 퇴보인지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사건은 보수 분열론으로 또 다시 겁박당하고 있는 집토끼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다. 그들은 보수 분열을 지적하며 단일화를 떠드는 거대 주류 보수 언론들, 단 한 번도 소수 야당에 양보를 해 본적이 없었던 새누리당이 떠드는 보수 분열 위기론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이번 총선은 집토끼들의 선택 방향에 따라 집토끼들의 한계를 증명할 것이냐, 그들이 미래권력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냐가 달려 있다. 보수를 삭제했다고, 포퓰리즘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한다고 새누리당을 욕하며 한숨만 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소수 야당(자유선진당, 국민생각 등)이 보여준 무기력, 지역정당화를 질책만 하고, 또 다시 백마 탄 초인을 기다린다고 해서 내일 당장 권력,인물,자금을 갖춘 제2의 새누리당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한탄할 시간에 자신들이 가진 막강한 무기를 상기해보라. 총칼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강력한 무기인 투표권이 자신에게 주어졌음을 기억해야 한다. 스스로 노예화 되느냐, 권력을 만들어 내느냐 모두 자신에게 달려 있다. 내 한 표가 가진 힘을 안다면 나꼼수의 권력이 칼질해대는 대한민국의 권위를 다시 살릴 수 있고, 분열해선 안 된다는 억압의 논리로 무작정 순응해온 노예의 운명을 걷어찰 수도 있다. 정권이 무작정 미워서, 보수가 그냥 싫어서, 나꼼수가 한없이 좋아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이들에 정정당당히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내가 가진 한 표의 선택을 어떻게 잘 행사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마음으로 행사한 내 한 표가 하나둘씩 모여서 정권의 공과를 공정하게 평가해 줄 정치세력을 세울 수 있고, 보수를 오해한 이들에게 진짜 보수를 보여줄 수 있고, 나꼼수에만 열렸던 이들의 마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4.11총선, 심판의 날이 곧 밝는다. 대한민국을 거친 풍파에도 끄떡없는 뿌리 깊은 고목으로 만들기 위해, 노예가 아닌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박차고 나서자. 전과 다른 나의 선택이 황량한 들판에 홀로 선 고독감을 맛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시작이다. 시작은 두렵고 외롭다. 나의 시작이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고 대한민국의 도도한 역사의 물결을 바꿔 놓을 수도 있다. 4월 11일은 의로운 보수가 일으키는 혁명의 날이 될 것이다.
폴리뷰 대표필진 - 박한명 (hanmyoung@emap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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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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