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쇄신을 책임지겠다는 비대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2012년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분열과 절망의 해가 되지는 않을 지 걱정스러운 마음부터 앞서는 것이 바로 새 해를 맞는 국민과 지지자들의 심정이 아닐까 싶다.
한나라당을 믿고 지지해준 국민의 기대와 어긋나게 거대 초식공룡과 같은 원시적인 탐욕만 넘쳐나는 무능한 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발표를 할 때까지 만해도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던 이들은, 비대위를 구성하기까지의 과정과 결과를 보면서 참담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을 것이다. 국민이 기대했던 방향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국민만 보고 가겠다”며 어렵게 모셨다던 박 위원장의 비대위원들은 그의 유명한 표현을 빌려 표현하자면 “보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바로 그 자체다. 박 위원장의 복심이라는 비대위원들의 면면이 그를 지지하는 중심축인 보수세력은 물론 국민이 한나라당에 그토록 원하는 것과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이 나서서 한나라당에 덧씌워진 부패당의 이미지를 걷어내도 모자랄 판에 뇌물죄의 전과자를 쇄신의 주체로 영입하지를 않나, 한 때는 그토록 강성보수의 목소리를 내더니 돌연 좌파진영으로 넘어가 자신이 먹던 우물에 독을 푸는 ‘배신의 아이콘’이 되다시피 한 인물에게 쇄신의 칼을 쥐어줬다. 보수의 우물에서 큰 박 위원장이 보수의 우물에 독을 풀고 저주를 마다않는 사람을 등용시켜 과연 용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돌아선 젊은 세대의 마음을 얻겠다며 영입한 인물은 오히려 젊은 세대의 절망감과 상실감을 크게 자극하는 화려한 스펙의 26세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이다. 게다가 박 위원장 측근인 유승민 의원의 친구 아들이자 유 의원실에서 인턴생활을 했던 경력까지 감추는 등 벌써부터 노회한 정치인 뺨칠 정도로 거짓말에도 능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속칭 돈도 빽도 없는 가난한 20대들이 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나무를 박아 놓고 한나라당이 과연 젊은이들이 희망을 싹 틔울 수 있는 정당이라는 긍정적 비전을 줄 수 있다고 믿는지 그 안목이 믿기 어려울 정도다.
부패전력자, 정체성이 불분명한 기회주의자, (부, 권력) 되물림 특권층 2세가 박 위원장이 직접 영입한 한나라당 쇄신 위원들의 적나라한 ‘생얼’이다. 다른 위원들 역시 하나같이 이중삼중으로 박근혜 위원장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로서 박 위원장 역시 아는 사람만 쓴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재풀 구성을 훨씬 뛰어넘는 폐쇄성을 띤다. 한나라당을 쇄신하겠다고 들어온 사람들이 이런 지경이니 비대위를 쇄신할 또 다른 비대위를 구성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것이다.
문제투성이 쇄신 주최 비대위원들보다 김성식 등 쇄신파가 순수하다
박 위원장의 쇄신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은 비대위 구성 결과물뿐만이 아니다. 한나라당에서 오랫동안 “이대로 가다간 보수가 공멸한다. 한나라당이 쇄신해 진짜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들에 대한 박 위원장의 철저한 외면이다. 한나라당 쇄신 문제를 논의한다면서 정작 이들은 쇄신 논의와 과정에서 처음부터 빠져 있었다. 박 위원장이 쇄신 문제를 당의 핵심과제로 올렸다면 이 문제를 처음부터 제기한 핵심 인물들인 김성식, 원희룡, 정태근 등 쇄신파 의원들을 당연히 만나고 참여시켰어야 했다. 그런데도 초기 쇄신파의 면담 요청 논란이 불거질 때 그것도 쇄신 문제를 적극 제기하기보다는 시류영합적인 중도파 의원 몇몇을 만나고는 쇄신파의 문제제기는 다 해결된 것처럼 언론플레이로 끝내버렸다.
부패와 무능, 불통당, 기회주의 정당의 대명사처럼 돼버린 한나라당을 쇄신할 의지가 있었다면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들과 만나 그들의 의견을 들었어야 했음에도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 위원장은 쇄신파를 처음부터 믿지도 않았고 그들의 목소리도 경청할 의지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당이 진정 변화하지 못한다며 절망감에 뛰쳐나간 자당 사람들을 어떻게 한번 만나보지도 않고 “나를 믿어 달라”며 설득을 시도하지도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사람이건 단체건 비판보다 무서운 것은 실망의 침묵이다. 쇄신파 의원들 다수가 현재 쇄신 문제에 입을 다물고 있다는 건 한나라당으로선 좋지 않은 신호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과 친박 논객들은 쇄신을 주장하는 쇄신파 의원들의 정체성과 의도성을 비판하지만, 김종인, 이상돈 등 현 비대위원들의 정체성과 의도성을 따져보면 쇄신파 의원들이야말로 그들보다 훨씬 순수하다. 박 위원장은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비대위원들은 직접어렵게 영입했다면서 그토록 외롭게 쇄신 목소리를 내온 쇄신파 의원들에겐 단 한 번도 진정성 있게 다가가지 않았는지 그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 비록 탈당은 막지 못했더라도 자신의 쇄신 방향을 뒤늦게라도 알려주고 당에 실망한 의원들을 달래고 설득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점은 박 위원장이 주도하는 쇄신의 진정한 의도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2012년은 가짜 보수는 가고 진짜 보수가 희망의 싹을 틔울 것
더 큰 문제는 한나라당이 이런 황당한 쇄신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데도, 지적은커녕, ‘닥치고 화합’식의 대충주의가 또 보수세력에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에 부패와 무능, 기회주의가 난무하게 된 근본적 원인은 지지세력의 이 같은 대충주의 때문이다. 같은 편이니 대충 눈감고 봐주자는 식의 음습한 안이함이 한나라당의 고질병을 더 곪고 짓무르게 하는 것이다. 이런 대충주의가 낳은 해악은 현 한나라당이 보여주는 모습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로 그 점을 목도하면서도 또 다시 대충주의로 진짜 쇄신해야 할 것들을 덮는 것이야말로 보수가 단절하고 버려야 할 점이다.
진정한 쇄신으로 거듭나야 함에도 2012년을 한나라당이 또 다시 대충주의로 시작하는 것은 아무래도 불길하고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의 방식과 태도로는 한나라당의 미래는 예견돼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올 해는 보수세력에게도 중요한 해이다. 대충주의로 과거회귀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타협해 공멸의 동반자가 될 것인지, 진짜 쇄신의 목소리로 한나라당을 바로잡아 지켜야 할 가치를 지켜내는 진짜 보수로 거듭날 것인지 그 선택의 기로에 섰다.
고쳐야 할 부분은 손도 대지 않고 당장의 눈앞 표만 쫓아 갖은 계산 끝에 나온 박근혜 표 쇄신이란 가면에 국민이 또 속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런 사기를 쳐도 통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보수들이 있다면 그것도 착각이다. 2012년은 한나라당을 포함해 그런 잔꾀와 터무니없는 욕심으로 세월을 보낸 대한민국 가짜 보수세력에게 조종을 울리는 그런 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황폐한 터에서 다시 희망이란 새싹을 틔우는 해가 될 것이다. 가짜 보수라는 껍데기를 버리고 알맹이를 남기기 위한 진짜 보수들의 치열하고 눈물겨운 싸움이 지금부터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폴리뷰 대표필진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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