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현교수님(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동위원장)이 한겨레신문 미디어전망대에 쓰신 칼럼으로 인해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필자를 포함하여 여당측 추천위원들을 성의도 없고, 예의도 없으며, 정의롭지도 않다고 비판하였다. 비공개, 비조사, 비협조적 자세로 ‘시간이나 끌다가 6월 국회까지 가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라는 판단이 그 단정의 근거였다.
처음 여당으로부터 ‘위원’ 제안을 받고 공정언론시민연대 내에서 심각하게 토론했다. 사무처회의와 대표자회의를 통해 최종 참가결정을 하게 된 것은 ‘공정’이라는 단체명에 생체기가 생기더라도 12월 같은 날치기·해머·전기톱 국회를 막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하는 것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 때문이었다. 12월 3일 한나라당이 법안 상정하기 전부터 80년 체제를 개혁하여 미래를 준비해 가야한다는 우리의 일관된 원칙이 있었기에 이를 지키며 소신있게 행동하라는 주문이 조건부로 붙었다.
크게 보면 나라의 미래에 관한 문제가 있었고, 최소한 필자에겐 단체의 명예와 운동가로서의 자존이 걸린 문제였다. 밥이나 축내며 적당히 시간이나 떼우려고 위원을 수락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한나라당의 눈치나 슬슬 살피며 대리전을 하러 들어간 것이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미디어위원회 첫날 밝혔던 것처럼 ‘시간과 체력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해 논의에 임하려 했다.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스스로를 진화시키며 사회적 논의기구가 제 사명을 다하도록 하고 싶었다.
강 교수의 칼럼은 필자와 공언련의 결정과 노력, 그리고 미디어위원들의 온갖 노력을 순식간에 부정하는 것이어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누구도 비공개를 주장하지 않았다. 다만 공개의 수위가 적절해야 하며 회의마다 그 성격에 따라 그 수위가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론조사도 원칙적 무용론부터 적극적 추진론까지 다양하게 분포하는데 이를 비조사라 통칭하고 무례, 무성의, 불의라고 세상에 전하니 이야 말로 옳지 않다는 뜻의 不義다.
백보 뒤로 가서 비공개나 여론조사 무용을 주장하면 그것이 무례, 무성의, 불의일 수 있는가? 그 주장은 나름대로 다 근거가 있다. 숙의를 하려면 기자들이 없는 상태가 용이하다. 유명배우가 운명을 달리한 후 여론조사를 하면 사이버모욕죄 지지가 80%에 육박한다. 여론조사와 책임있는 대의정치와의 관계를 논하며 여론조사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 표명이 어찌 무례, 무성의, 불의일 수 있는가?
다만 견해가 다른 것이다. 그 다름에는 또 나름의 이유들이 산더미처럼 존재한다. 우리는 그 차이를 좁혀가며 하나의 길을 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 길을 안내하는 분들이 공동위원장이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그렇게 단정하고서 첩첩한 길을 어찌 걸어갈 수 있을까?
오늘 필자가 약간은 無禮하게 강 교수님께 문제를 제기했던 것은 그 분이 우리의 위원장이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차이들을 허심탄회하게 보둠과 조율하며 동행해야 할, 그래서 12월 국회의 모습이 재현되지 않도록 함께 막아야 할, 우리의 안내자이시기에 강하게 짚어가고 싶었다.
오늘 강상현 교수님이 무척 힘드셨을 것이다. 죄송한 마음을 한편으로 금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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