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일 '급등'…"실적 개선 모멘텀에 주목해야" 신중론 우세]
14일 시장이 출렁였다. 개장 전에는 장하성펀드의 독보적 활약이 주목을 끌었고 마감 직전에는 동시호가에 외국인과 보험, 프로그램 등의 대규모 매수가 유입되며 지수가 수직 상승했다.
두 현상을 대변하는 것은 무거운 주식으로 소문난 태광산업과 롯데제과의 상한가 마감이다. 장하성펀드의 타깃이었던 태광산업은 형제주격인 대한화섬과 함께 장 개시 후 꾸준히 강세를 유지하며 나란히 상한가로 마감됐다.
롯데제과는 프로그램 매수로 추정되는 사자 물량이 몰리면서 지난해 9월28일 이후 처음으로 상한가로 마감됐다. 양 주식의 강세는 소외주의 초강세라는 측면도 있지만 시장이 혼란스럽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장하성펀드는 이날 태광산업이 펀드측이 꾸준히 요구해 온 지배구조개선 요구에 합의했다면서 이 사실을 오전 8시에 알렸다. 태광산업이 장하성펀드와의 합의사실을 뒤늦게 공시한 것은 오전 10시40분 전후였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도중이었다.
태광그룹이 장하성펀드와의 합의가 굴복이 아닌 회사가 자체적으로 계획했던 것들을 실천에 옮긴 수준이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이와는 다소 다르다.
장하성펀드와 태광그룹의 사례는 5.16과 박정희 전 대통령,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상징되는 60 ~ 70년대의 개발시대의 상황과도 묘하게 겹친다. 5.16 직후 군이 가장 발빠르게 장악했던 곳이 방송국이었던 것처럼 장하성펀드는 모습을 드러낸 이후 언론과 시장의 시선을 사실상 독점했다.
당초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5.16주체들의 최대의 치적으로 꼽혀왔지만 최근 반론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당초 민주당 정권의 2공화국 행정부에서 입안됐던 계획을 3공화국의 테크노크라트와 군인 출신 집권세력이 이행해 그 과실을 모두 독차지했다는 것이 반론의 골자다. 가정하자면 5.16이 없었더라도 경제개발은 실행에 옮겨졌을 것이니만큼 3공 세력에 대한 일방적 찬사와 2공 주체들에 대한 폄훼는 중지돼야 한다는 것. 하지만 일반인의 큰 공감을 얻지는 못 한다. '그때가 좋았지', '배고픔으로부터의 해방' 등 박정희 향수에 가려진 부분도 있다.
이 상황을 태광그룹에 대입하면 이렇다. 태광그룹 주변에서는 자체적인 개선노력을 장하성펀드에 모두 빼앗긴 측면도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장하성펀드가 모멘텀이 됐다는 면은 부인할 수 없다. 2공의 계획이든, 3공의 계획이든 박정희로 상징되는 불도저 같은 추진력(태광의 사례에서는 장하성펀드)이 없었다면 성과(시장이 인정한 지배구조 개선조처)는 불가능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태광그룹 계열사의 출렁이는 주가에 닻을 달아 순항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오롯이 그룹의 몫이다. 장하성펀드의 요구수준이 아무리 거세도 주주들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주체는 펀드가 아닌 그룹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장하성 펀드 등이 시장 판도를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펀드의 경영참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심화되다보면 큰 기관의 경영권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트리플위칭 데이라는 불확실성을 급등으로 이끌어낸 이후의 시장 전망에 대해서 증시 전문가들은 여전히 신중함을 고수하고 있다. 대형주에 대한 선호를 바탕으로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실적 개선 모멘텀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날 시장충격 우려와 관련해 찻잔속의 태풍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던 삼성증권은 "낙관적인 내년 시장 전망이 유지되는 한 만기 이후 주가흐름은 순항이 가능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POSCO, 신한지주, 신세계, SK, 현대중공업, 삼성화재 등 대형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은 실적우량주내 대형주를 중심으로 비중을 확대하여 연말 주가 상승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SK증권은 "남아 있는 연말 장세에서 시장의 화두는 07 년 기업이익 회복 전망에 대한 신뢰성 여부가 될 것"이라며 "핵심업종 대형주의 업황 개선 여부와 기존 주도주의 고점 부담 완화 여부를 면밀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배성민기자 bae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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