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뛰는 송유관 기름 도둑 막을 길 없나>

  • 등록 2008.04.13 07: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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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대구.경북과 울산 등 영남권에서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쳐 되파는 절도범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나 송유관 관리 당국은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급증하는 기름 절도 = 13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2005년 1건이던 송유관 기름 절도건수는 2006년 15건, 2007년 31건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들어 3월까지 7건이 발생했다.

검거된 도유(盜油)범도 2006년 15명에서 지난해 38명으로 늘었고, 피해액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송유관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국내 송유관은 경인송유관(경기 고양~김포공항)을 비롯해 남북송유관(전남 여수~경기 성남, 울산~성남), 인천~영종도 송유관, 한국종단송유관(의정부~포항) 등으로 전체 관로가 1천81㎞에 이르고 국내 경질유 소비량의 53.1%를 수송하고 있다.

송유관은 고속도로나 주요 국도와 나란히 매설돼 있어 절도범들의 주요 표적이 돼 왔다.

송유관 기름 절도는 특히 경북 경주와 칠곡, 울산 등 영남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경북지방경찰청이 2일 검거한 기름 도둑 일당 8명은 작년 9월부터 5개월간 경주시 외동읍 구어리의 한 모텔을 빌려 지하에 매설된 송유관을 뚫고 70억원 상당의 기름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10일 뒤인 12일 이모(42) 씨 일당 3명이 한 모텔 지하층에서 땅굴을 파고 인근에 매설된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내려다 유증기의 압력으로 땅굴이 매몰되면서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장소도 경주시 외동읍 구어리였다.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이 지역에서 송유관 절도가 만연함을 드러낸 셈이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작년 6월부터 12월까지 칠곡군 지천면 용산리에서 창고를 임대해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10억원 상당의 기름을 훔친 일당 4명이 경찰에 검거됐고, 지난달 24일에는 2006년 7월부터 최근까지 경주시 건천읍에서 송유관을 뚫고 62억원 상당의 기름을 훔친 일당 7명이 검거되는 등 올해 들어서도 대구.경북지역에서 송유관 기름 절도범의 검거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 송유관 기름 절도범은 대포폰과 대포차량, 차명계좌 등을 이용하고 역할을 분담해 점조직으로 움직이며 경찰 수사망을 피하고 있다.

◇ 2차 피해도 문제 = 송유관 절도의 문제는 직접적인 기름 손실뿐만 아니라 시설물 훼손과 토양 오염 등 2차 피해를 일으킨다는 데에 있다.

송유관에는 기름이 고압으로 이동하고 있어 드릴 등 철제 공구로 구멍을 뚫는 순간 기름과 유증기가 강한 압력으로 솟구치기 때문에 불꽃이 튀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1월 울산시 북구 중산동에서도 일당 2명이 송유관을 뚫고 기름을 훔치려다 불이 나는 바람에 1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이 크게 다쳤고, 소방당국이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칠곡군 지천면 용산리의 한 창고에서 일당 4명이 지하에 매설된 송유관에 구멍을 뚫고 기름을 훔치는 과정에서 유증기에 불이 옮겨 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하는 바람에 진화에만 7시간이 걸렸다.

12일 경주에서 지하에 땅굴을 파고 인근에 매설된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내려다 1명이 땅굴이 매몰돼 숨진 것도 유증기의 강한 압력이 허술한 땅굴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4월에는 울산시 남구 여천동 여천교 옆에 설치된 울산~대구간 연장 90㎞, 직경 30㎝의 SK에너지 대형 송유관에 지름 1.5㎝ 가량의 구멍이 나 1시간 가량 경유 수백ℓ가 인근 하천으로 유출되는 바람에 복구에 애를 먹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2004년부터 송유관 절도로 인해 시설물을 복구하고 토양을 정화하는 등 2차 피해를 복구하는 데 소요된 비용도 20억원이 넘어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대책은 없나 = 정유사들과 대한송유관공사는 기름 절도를 막기 위해 송유관을 따라 매일 도보 순찰을 하고 있다.

이들은 탐지봉으로 송유관이 매설된 부위를 더듬으면서 송유관의 소재와 다른 금속이 연결돼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심야에 땅 속에 매설된 송유관을 몰래 뚫고 흙으로 덮어두면 범행현장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고, 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어 대응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또 송유관 자체에 압력 센스가 달려 있어 고압 상황의 기름이 샐 경우 확인되기도 하지만 압력이 미미하면 이 센스로는 감지가 어려운 단점도 있다.

급기야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30일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는 도유범에 대한 형사처벌 하한선을 높여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을 부과하던 것에서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강화했다.

송유관공사도 관로 압력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도유감지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송유관공사의 도보 순찰이나 처벌 강화만으로는 '기름 도둑'을 근본적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사법당국이나 송유관공사는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송유관 도유범을 검거한 칠곡경찰서 서영일 강력팀장은 "현실적으로 심야에 몰래 기름을 훔쳐가는 도유범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방법은 없다"며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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