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방화 가능성 없어"..유독가스 질식
(제주=연합뉴스) 홍동수 기자 = 8일 오전 4시 30분께 제주시 삼도2동 횟집에서 일가족 5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는 누전 등에 의한 실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요원들과 함께 화재현장 감식작업을 벌인 경찰은 음식점 주 출입문 옆에 있는 카운터 벽면 아래 전기 콘센트가 집중적으로 설치된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이 탄 점 등으로 미뤄 일단 이곳에서 발화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국과수의 정밀감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횟집 주인 홍모(44)씨가 평소 부부 싸움을 심하게 했고, 거친 행동을 자주 보였던 점 때문에 홍씨의 방화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이웃 주민들은 추정하기도 했으나, 경찰은 방화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그 근거로, 발화 추정 지점이 카운터 뒷쪽 구석이고, 기름 등을 부은 흔적이나 냄새가 없으며, 가스 누출 흔적이 없는 점에다 홍씨 등 일가족 5명이 모두 3층 방 안에서 숨졌고, 외상이나 타살 흔적이 전혀 없는 점 등을 들었다.
일가족 5명이 대피하지 못한 것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유독가스를 1-2회만 들이마셔도 정신을 잃게 된다"며 "깊은 잠에서 깨었을 때는 2층까지 불이 번져 3층 숙소 안방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유독가스로 가득 찼고, 안방 출입문과 창문 등을 열고 대피하려는 순간 모두 유독가스에 질식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3층 안방 창문틀 바깥쪽 검게 그을린 시멘트 외벽에는 탈출을 시도하며 손가락으로 긁었던 흔적이 역력히 남아있어, 창문을 열었을 때에는 이미 검은 연기가 창밖을 가득 애워싸고 있었던 상황임을 짐작케 했다.
사다리차가 늦게 도착하고 인명구조는 물론 진화도 제 때 이뤄지지 않았다는 일부 주민들의 지적에 대해 제주소방서 관계자는 "신고를 접수하고 3분여 만에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2층 창문 밖으로 불길이 치솟고 있었고, 3층에서 인기척이 전혀 없었던 점으로 미뤄볼 때 홍씨 가족은 이미 질식해 쓰러진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행인조차 적은 새벽 시간에 문이 굳게 닫힌 횟집 안에서 불이 나면서 잠자던 홍씨 가족은 물론 이웃들도 화재 상황을 초기에 감지하지 못해 인명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홍씨 일가족은 최근 음식점 영업부진으로 쪼달리자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별도 주거지를 정리하고 음식점 3층 단칸방으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ds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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