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부재 '맥빠진' 선거..비방전.관권선거 공방 재연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 4.9 총선이 하루 앞으로 박두했다.
총선에 출마한 전국 각지의 `예비 선량'들은 지난달 27일 0시부터 8일 자정까지 13일간 선거운동의 여정을 모두 마치고 선택의 순간만을 남겨놓게 됐다.
이번 총선은 뚜렷한 정치적 이슈도 정책 공방도 부각되지 않은 채 각 당의 내홍 속에 공방전만 지루하게 전개된 `최악의 선거'라는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극심한 경기침체 속에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경제 살리기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각 당의 비전과 대안 제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안정론 vs 견제론'이란 공허한 구호만 나부꼈을 뿐이다.
정책과 이슈가 실종된 탓에 수도권의 경우 정당 지지율과 후보 지지율이 역전되는 이상현상이 속출 했다. 이 같은 선거 흐름은 유권자들에게 선거 무관심과 냉소를 부채질했고, 선거에 식상한 유권자들이 대거 부동층으로 몰리면서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낳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런 `맥빠진' 선거는 각 당의 공천 과정에서 배태됐다고 할 수 있다. 대선을 치른 뒤 곧바로 총선이 이어진 탓도 있겠지만 각 당의 공천 갈등은 유권자들에게 희망보다는 실망을 안겨줬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현역 의원 교체율이 각각 39.0%, 22.8%라는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을 단행했지만, 총선 후보등록일인 지난달 25일에야 비로소 여야 대진표가 짜여지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공천 물갈이에도 불구하고 `정치 신예'들이 휩쓸었던 제17대 총선과는 달리 기성 정치인이 두각을 나타냈다. 중앙선관위에 등록한 지역구 후보 1천119명 중에서 정치인은 국회의원 197명을 포함해 모두 645명. 이는 전체 후보의 57.6%로 17대 총선 때 정치인 비율 38.6%보다 20% 포인트 가량 높아진 것.
이런 가운데 선거 사상 가장 많은 17개 정당이 참여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평화통일가정당과 문화예술당, 직능연합당, 시민당, 신미래당 등 신생정당의 창당이 우후죽순격으로 잇따랐다.
각 정당의 `늑장 공천'과 공천 후유증으로 낙천자들이 대거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데다 특정 인물을 내건 `사당화(私黨化)'된 정당도 등장했다. 진보정당은 극심한 노선대립 속에 끝내 갈라서는 비운을 겪었다.
한나라당 공천 갈등 속에 낙천한 인사들이 역대 선거 사상 최초로 정당명에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내건 `친박 연대' `친박 무소속 연대'를 결성했다. 박 전 대표의 동정론을 등에 업고 후광효과를 보자는 이른바 `박근혜 마케팅'이다.
민주당에서도 호남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한 동교동계 인사들을 주축으로 한 `DJ 마케팅'이 나타나기도 했다.
예상을 뒤엎고 이들 무소속 출마자들의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한나라당의 경우 영남권에서 무소속 돌풍이 현실화됐으며, 민주당도 `안방'인 호남에서 무소속 후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지역주의도 다시 꿈틀거렸다. `탄핵 역풍' 속에 치러졌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자민련이 쇠퇴하고 양당 구도로 재편되면서 주춤했던 지역할거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무소속 변수가 심상치 않지만 영남과 호남에서는 여전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강세가 이어졌고, 자유선진당은 충청지역의 `맹주'를 자임하면서 제2의 자민련화를 꿈꾸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영남의 상당수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못했고, 한나라당도 호남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등 영.호남의 `배타적 구조'는 깨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울러 여야 정당끼리 거물급 인사들을 내세운 `강대강' 대결도 화제를 모았다.
민주당이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후보를 서울 지역에 전진배치하자 한나라당은 박진 정몽준 의원 카드로 맞섰고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에 맞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대운하를 고리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뚜렷한 이슈가 없었다는 점이다. 선거구도가 `안정론 vs 견제론'이란 프레임에 갇히면서 야권에서 쟁점화를 시도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은 여당의 무대응 속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또 역대 선거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북풍'도 힘을 받지 못했다. 북측이 개성공단 내 남측 직원들의 철수를 요구하고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했지만 총선 이슈의 체감도를 높이지 못했다.
잠잠했던 관권.금권선거의 망령이 되살아났고, 네거티브 공세도 여전했다.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에서 한나라당 김택기 전 의원이 `돈다발' 살포로 구속된데 이어 경북 경주에서는 `친박 연대' 김일윤 후보측 선거운동원이 금품을 뿌리다 구속되는 등 돈선거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됐다.
실제로 중앙선관위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총선에서 금품이나 음식물을 제공받았다가 `50배 과태료'를 부과받은 유권자 수는 116명에 달했다. 이들에게는 모두 8천1377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고 검찰에 계류 중인 사건까지 포함하면 전체 과태료 부과 액수는 7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거 막바지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은평 뉴타운 방문을 둘러싼 관권선거 공방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상호 비방.폭로전이 연일 확산되면서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은평 뉴타운 현장을 방문해 최측근인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를 간접 지원했다고 공세를 펴자 한나라당은 민주당 김진표.한명숙 후보가 금권선거운동을 벌였다고 맞불을 놓았다.
jo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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