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아사바 유키(淺羽祐樹) 일본 야마구치(山口)현립대 국제문화학부 조교수는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의 오는 20일 방일 및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관련, "두번째 정상회담을 맞아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제도화할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관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단일 쟁점이나 한 사람의 고집이 한.일관계 전체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복합적이고 중장기적인 '큰 그림'에 대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하고 구체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사바 교수는 일본 리츠메이칸(立命館)대 국제관계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 정치·선거 분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규슈(九州)대 한국연구센터 연구원을 역임했다. 한국과 일본의 정치에 정통한 일본내 대표적 소장파 학자다.
다음은 아사바 교수와의 인터뷰 요지.
--이 대통령의 방일의 의미는.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제도화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양국 모두 미국과의 동맹을 주축으로 하면서도 이를 아시아 외교와 조화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방미, 방일, 방중이란 순서는 종전 관행대로지만 일본을 중시한다는 신호임이 분명하다.
--일본 외무성은 외교백서에서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한.일 신시대(新時代)를 열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서 기대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기대되는 것은 정상간에서 튼튼한 신뢰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한.일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서 양국간 차원에서 뿐 아니라 한층 더 넓은 차원에서도 확인, '한.일 신시대'에 걸맞게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정부간 뿐 아니라 국회, 기업, 지자체, 대학, 언론 분야에서도 양국간 관계를 심화, 강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기후변동이나 에너지 등 지구적 문제에 대한 프로젝트 공동 추진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래야 한.일관계를 양국 차원을 넘어 국제적 공공재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
--경제 부문에 있어서 양쪽 모두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농산물 관세 수준 등을 둘러싸고는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늘고 있는 대일무역 적자구조 개선이나 지체되고 있는 FTA 협상의 재개는 국익우선의 실용외교에서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농수산물 자유화는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 농가의 보호를 내세운 민주당에 특히 지방에서 크게 패배한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쉽게 손대지 못하는 부문이다.
파이 전체 확대 및 각 부문별 파이 배정 사이에 조화를 이루는 것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열세한 부문에 대한 정책적 대응 등을 포함한 정치의 지도력이 필요하다. 농가의 노력과 물류 혁신으로 '아마오우'란 일본 딸기가 아시아 시장 수출에 성공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농수산물이 열등 산업이란 생각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한.일 간에 과거사 문제는 항상 뜨거운 감자다.
▲역사 인식의 완전한 일치란 있을 수 없다. 이는 한.일 간 뿐 아니라 각 국가 내에서도 그렇다. 다양성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장점이란 점도 항상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첫째로 그런 차이가 쟁점화되지 못하게 신중히 '관리'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만일 쟁점화될 경우에도 다른 차원과 연결하지 않은 것이다. 다른 점이 있더라도 그보다 훨씬 큰 공통점에 입각해서 대국적 시각을 견지하는 것이 양국 지도자들에게 요구되고 있다. 반일과 혐한(嫌韓)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대북 문제와 관련,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노무현 정부보다는 한.일 양국 정부의 입장차가 많이 좁혀졌다. 반면 최근 북한이 이명박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등 마찰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은 지역전체의 과제이지만 기본적으로 북미관계에 달려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으로서는 6자회담 틀 속에서 북한에 합의 사항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계속 요구해 나갈 수밖에 없지만 그 부분에서 진전이 있으면 북미관계가 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그때 북핵 이외에 남북관계나 납치문제 등 다른 중요한 쟁점을 갖고 있는 한.일 양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한일간의 차이보다는 오히려 한미동맹, 미일동맹, 한.미.일 공조의 진정성이 부각될 수도 있다.
-한국 정부의 바람직한 대북 접근 방식이 있다면.
▲한국에 있어서 대북정책은 외교안보 정책임과 동시에 통일정책이라는 이중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제적 차원과 남북관계의 특수성이라고 말해도 좋다. 이는 일본이나 미국의 대북정책에 없는 것이다. 정부 조직개편에서 통일부는 일단 존치됐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상 비중이 전자에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 이들 간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룰 것인가는 한국의 대북정책에서 항상 중요한 과제다. 그 점에서 무게 방향은 거꾸로이지만 노무현 정부 때와 별로 다를 바 없다.
--양국 정상 모두 국내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출범 후 지지율이 하락했다. 원인 진단과 회복 방안이 있다면.
▲한마디로 '노무현이 있는 이명박'과 '노무현이 없는 이명박'이 다르다는 것이다. 대통령으로서의 진가가 시험대 위에 오른 것이다. 인사나 총선 공천 문제를 통해 대통령은 국가 전체의 통합을 상징해야 하는 데도 정파적 이해만 챙기고 있는 것처럼 비치는 것이 문제다.
기대가 컸던 만큼 유권자는 한번 실망하면 지지를 철회하는 것도 빠르겠지만 당선 3개월반 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으로서는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
어쨌든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경우 행정부와 입법부를 중앙과 지방 모두에서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가 좋거나 나쁘거나 앞으로 모든 책임을 전적으로 맡아야 하는 것이다. 지방선거가 2년 후에 예정돼 있지만 그 때까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고금동서를 불문하고 정치적 지도자는 말이 아닌 결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노무현 정부가 그랬듯이 이명박 정부도 결코 그 예외가 아니다.
--후쿠다 총리 지지도도 30% 안팎으로 추락해 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조기 중의원 해산에 이은 총선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4월 위기설도 대두되고 있다. 중의원 해산 시점과 전망은.
▲후쿠다 총리가 국회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중의원에서 3분의 2이상의 의석을 갖고 있지만 참의원에서는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원제인 일본형 여소야대인 셈이다. 중의원의 임기는 2009년 9월까지인데 언제 선거를 실시해도 자민당은 3분의 2를 확보하지 못할 것이 확실하다.
그렇게 되면 우정법안과 같이 참의원에서 부결돼도 중의원에서 다시 가결시켜 양원간의 의견차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막힌다. 또 민주당이 승리하지 않은 한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 일본형 여소야대는 해소되지 않는다. 후쿠다 총리의 지지율이 이대로 낮아져 가면 중의원 해산이 아니라 '선거의 얼굴', 즉 총리를 교체하라는 요구가 자민당 안에서 공공연하게 나타날 것이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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