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선거에 무관심했던 유권자들도 막상 투표일이 다가오면 특정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부동층이 확연히 줄어들었던 역대 선거가 그 반증이다. 4.9 총선은 그러나 그 반대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어느 정당 후보를 지지하느냐고 물었더니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부동층이 41%에 달했고 이달 1일의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 조사에서는 36.6%로 추산됐다. 이 같은 결과는 다른 여론조사기관도 마찬가지다. 적게는 30% 후반대에서 많게는 40% 초반대까지가 부동층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두어 달 전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은 20%대에 머물렀었다.
전문가들의 설명은 이렇다. "이명박 정부를 만든 수도권 40대 중산층이 한나라당 지지를 철회했으나 그렇다고 곧바로 통합민주당 등 다른 정당 지지로 표심을 바꾸지 않고 부유(浮遊)하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파행과 각료 및 청와대 수석 인사 파동, 보수권 분열 등 여권의 잇단 헛발질과 과거 정권의 미덥지 못했던 행태가 초래한 결과인 것이다. 특히 정당들이 정책이나 대형 이슈로 뚜렷한 대결 양상을 보였던 과거 선거와는 달리, 정책선거가 실종되고 후보자 공천이 늦어지면서 인물에 대한 평가 기회마저 앗아가 버린 각 당의 한심한 공천 과정이 부동층 증가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이는 곧바로 선거판의 유동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판세를 예측하기 어려운 각 정당 지도부는 저마다 죽는 소리다. 한나라당은 170석 안팎을 얻을 것이라는 여론조사기관들의 예상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가 과반도 어렵다며 앓는 소리를 내고 있고,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수도권에서 안정적인 10여곳을 제외하고도 수십 군데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으나 10석도 못 얻을 것 같다며 엄살이다.
각 당이 엄살을 피우든 말든, 판세 읽기가 어려워졌든 말든, 그것은 그네들 사정이다. 문제는 이들 부동층이 아예 투표를 포기해 버릴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 투표율이 역대 최저인 50% 초반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최근 동향을 보면 자칫 이마저도 위험할 것이라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총선 투표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면 유효투표의 절반을 득표한다 해도 유권자의 지지가 4분의 1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국민의 대표는 민의와 동떨어진 일을 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하지만 투표도 하지 않고 그들을 비판하는 유권자들의 행태에도 문제가 있다. 정치판에 아무리 염증이 나고 정치인들이 아무리 한심하고 밉더라도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포기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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