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 권역별 르포> ②호남권

  • 등록 2008.04.02 13: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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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당만 보고 찍었지만.." 곳곳 무소속 강세



(전주.목포=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 "민주당 공천 받고도 이렇게 힘든 선거는 첨이요."

호남권 지역구에서 무소속 후보들에게 뒤지거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통합민주당 총선 후보들은 하나같이 `민주당 프리미엄'이 현저히 약해진 이번 총선이 "참 힘겹다"고 하소연했다.

4.9총선을 목전에 두고 돌아본 호남은 더이상 `민주당 말뚝만 꽂으면 당선되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되고 탈락한 후보들이 `진짜 민주당 후보론'을 내세우며 곳곳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호남 무소속 강세 지역은 9곳. 이중 `무소속 돌풍'이라 할만한 지역구는 전남 목포와 무안.신안, 광주 남구, 전북 군산과 정읍, 전주 완산갑 등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전남 목포.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큰 인물론'을 내세우며 무소속으로 선거전을 펼친 결과, 관선 목포시장을 지낸 민주당 정영식 후보와의 격차를 벌리며 선두로 나섰다.

선거전 초반 판세는 초박빙이었지만, 최근 실시된 조선일보-SBS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정 후보를 35.5% 대 23.4%의 지지율로 앞섰고, KBS 여론조사에서도 34.4% 대 27.7%로 우세를 보였다. 현역의원으로 무소속 출마한 이상열 후보는 12%대에 그쳤다.

지난 1일 아침 8시 박 후보의 가두유세가 펼쳐진 목포시내 구 청호시장으로 향하는 길에 택시운전사 이승철씨에게 선거 분위기를 물어보자 "그동안 당만 보고 찍었는디 인자는 능력있는 사람이 돼야지라. 박지원씨가 진도사람인디 진도대교도 만들고 문화예술회관도 짓고 한 일이 많답디다"라며 박 후보가 내세운 `지역발전을 이뤄낼 인물론'에 공감을 표했다.

이씨는 박 후보가 공천배제 기준에 걸려 탈락한데 대해서도 "서울서 보는 것하고 여그서 보는 것은 다르요"라고 잘라 말했다. 박재승 공천특검의 `금고형 이상 비리전력자 원천배제' 기준을 별로 수긍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유세장에서 박 후보는 "방금 김대중 전 대통령과 통화했는데 `좀 이기고 있다고 해서 목에 힘 들어가면 어렵게 되니 겸손하게 하면 목포시민들이 반드시 당선시켜줄 것'이라고 격려해주셨다"며 `낮은 자세'를 강조했지만, 앞서가는 후보답게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민주당 정영식 후보 캠프 사무실은 절박감과 당혹감이 함께 느껴졌다. 박 후보 선거사무소 맞은편에 위치한 정 후보 사무실 벽면에는 `5분 이상 (머물면) 안돼요. 사무실엔 표 없어요'라며 선거전을 독려하는 글귀가 나붙었고, 7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구호를 외친 뒤 이른 아침부터 거리로 나섰다.

정 후보 대변인인 임채영씨는 "예전같으면 (민주당) 공천이 당선이었는데 공천이 너무 늦어지다 보니 당 프리미엄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 박 후보 인지도가 높아서 지금 판세는 어느 정도 각오했던 일이다"면서 "하지만 언제까지 DJ사람만 찍어야 하느냐는 생각이나 흐름은 분명히 있고, 우리가 조사한 선거판세로는 아직 초박빙"이라고 말했다.

무소속으로 있다가 최근 정 후보 지지를 선언한 강성휘 목포시의원은 "동교동과 DJ세력이 공천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반칙행위를 하고 있는데 용납해선 안된다는 생각에서 입당했다"며 이미 판세가 기운 상황에서 민주당 후보 진영에 참여한 배경을 밝혔다.

목포에서의 무소속 바람은 인접 지역구인 무안.신안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김 전 대통령 차남인 김홍업 의원은 민주당 황호순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뒤지다가 지난 1일 처음으로 여론조사에서 역전하면서 선두로 올라섰다.

1일 오후 발표된 KBC(광주방송)와 광주일보 공동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19.5% 지지율로 경쟁자인 황 후보(15.2%)와 이윤석(14.4%) 후보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김 후보 진영은 "드디어 바람을 타고 있다"며 환호성을 질렀으나, 황 후보 진영은 "여론조사를 믿기 어렵다"며 당황스러워 했다.

1일 무안 일로읍 5일장터에서 만난 김 후보는 "그동안 접해 본 바닥민심은 참 좋았는데 여론조사에 반영이 안 돼 걱정을 많이 했다"며 "이제 겸손하게 열심히만 뛰면 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김 후보 지역구에는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김옥두 전 사무총장, 이훈평 전 의원 등이 방문해 힘을 보탰다.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는 고령의 모친 이희호 여사가 직접 목포와 무안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고 해상의 기상 악화로 방문하지 못한 신안 섬 지역 지인들에게는 일일이 전화까지 돌렸다.

동교동계가 김 후보 총력지원에 나선 데 대해 황 후보측 임용호 홍보실장은 "이 여사가 내려오면 신문의 가십거리는 될 지 몰라도 실제로는 역풍도 있다. 박지원 후보는 이런저런 경력이라도 있지만, 김 후보가 내세우는 것은 오로지 DJ뿐이어서 사람들이 식상해한다"면서도 "선거 막판이 되면 DJ가 직접 내려올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호남정치의 심장부인 광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광주 남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강운태 전 광주시장이 민주당 지병문 후보를 거의 모든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차이로 앞서고 있다.

민주당 박상천 공동대표가 지역구인 고흥.보성을 벗어나 2일 광주 남구에서 지 후보 지원유세에 나섰고, 오후에는 광주공원 앞에서 광주시당 선대위 전진대회를 갖는 등 판세 반전을 시도하고 있으나 현저한 지지율 격차를 뒤집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강 후보는 "전국적으로 총선이 인물중심 선거가 되고 있는데 호남 역시 인물을 키우자는 분위기가 아주 강하다"며 "지금 크게 앞서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고 압승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지 후보측 캠프 관계자는 "통합 이후 내부조직 정비하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 이제 정비가 다 끝나서 막판 추격을 하고 있다"며 "1주일 남았는데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고 추격 의지를 다졌다.

전북 역시 무소속 후보들의 약진이 심상치 않다. 민주당이 2일 정세균 공동선대위원장 주재로 군산강봉균 후보 사무실에서 중앙선대위회의를 가진 것은 무소속 강현욱 후보의 추격세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군산의 경우 전북지역 일간지와 방송사 여론조사에서 강봉균 후보와 강현욱 후보가 오차범위 안팎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 새만금 사업에 대한 정부의 입장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문도 선거판세에 조용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읍은 공천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무소속 유성엽 후보가 KBS기자 출신으로 김원기 전 국회의장의 지원을 받고 있는 민주당 장기철 후보를 상당한 격차로 앞서고 있어 전북에서 무소속 당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곳으로 꼽힌다.

민주당 대의원이었다가 탈당하고 유 후보 선거캠프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서혁기(48)씨는 지난 1일 정읍역앞 사무실에서 만나 "개인적으로 따지면 (열린우리당 소속이었던) 유 후보하고 노선은 좀 달랐다고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민주당 공천을 보면서 `이건 공당의 공천이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듭디다"라며 공천에 대한 불만이 유 후보 지지로 이어졌음을 밝힌 뒤 "유 후보가 무소속이지만 당선되면 민주당 갈 것 아니겄소"라고 반문했다.

장기철 후보측 임장훈 공보팀장은 "선거가 `정당 바람'이 없어서 너무 조용하다. 장 후보가 기자로 활동하면서 고향에 보탬되는 일을 많이 했지만, 민선시장을 지낸 유 후보에 비하면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게 부담이 된다"며 "어차피 한나라당에 대항할 견제세력은 민주당이니까 그런 인식이 퍼지면 내일 모레 사이에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섞인 전망을 내놨다.

그러면서 임 팀장은 "추미애 전 의원 시댁이 정읍인데 추 전 의원이 한 번 와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아무래도 자기 선거가 바빠서 어렵겠죠"라며 중앙당의 빈약한 지원사격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군산, 정읍과 함께 전북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을 끄는 지역은 전주 완산갑. 5선 고지에 도전하는 민주당 장영달 후보와 공천 1차 서류심사에서 예상밖으로 탈락한 무소속 이무영 후보가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쫓고 쫓기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공천심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인물 교체론'을 앞세운 이무영 후보가 우세였지만, 장 후보가 공천을 받은 직후 상황이 뒤집혀 한때 20% 포인트 가량의 격차로 장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서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달 25,26일 후보등록을 전후해 13∼15% 포인트 차로 좁혀졌고, 선거운동 초반에는 10% 포인트 안팎으로, 최근 일부 언론사 조사에서는 7∼8% 포인트 차이로 바짝 좁혀진 결과가 나올 정도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후보들의 득표 경쟁도 호남권 다른 어떤 지역구보다 치열했다. 1일 저녁 완산갑 지역구의 서서학동 우정아파트 뒷산에서 산불이 발생하자 장 후보가 먼저 발 빠르게 소방 관계자와 주민들을 만나고 지나가자 이 후보가 뒤이어 현장을 방문해 화재현장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주민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건네고 지나는 버스에까지 연방 손을 흔들었다.

이 후보는 2일 "바닥민심은 엊그제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남문시장 싸전다리와 미장원, 찜질방에서 만나본 유권자들의 반응이 며칠 새에 확실하게 달라졌다"며 "장 후보가 16년간 이 지역 국회의원을 했는데 이젠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고, 격차도 거의 좁혀져서 몸이 부서져라 뛰면 2∼3일 안으로 확실히 승기를 잡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장 후보는 "중앙당에서는 군산을 지원하라는데 내가 그럴 처지가 아니다. 인심은 변하는 것이어서 참 어렵다"며 추격당하는 후보의 심경을 털어놓은 뒤 "하지만 격차가 상당히 크니까 실제 투표에서는 20% 포인트 이상 큰 차이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유권자들의 표심은 다소 복잡했다. 주부 김영주(58)씨는 "예전에는 당 보고 찍었지만, 이제 민주당은 별로 인기가 없다"며 "살림만 하는 사람이라 정치는 아는 것도 별로 없지만, 인물을 보고 똑똑한 사람 찍어야 한다"며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음식점 주인 박모(여.54)씨는 "장영달 의원이 4번이나 국회의원을 해서 바닥(조직기반)이 짱짱하기는 한디 바꿔야 한다는 얘기도 많고 해서 더 얘기를 들어볼랍니다"며 표심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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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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