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아들 유괴당했던 어머니의 애끓는 탄원>

  • 등록 2008.04.02 06:10:00
크게보기

"`어린이 범죄' 엄벌해야…그러나 아이들 위해 선처를"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는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안전까지 보장받지 못한다면 어느 부모가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겠습니까."

어린이를 상대로 한 강력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자식을 유괴당했던 한 어머니가 사건 당시의 깊은 고통을 절절이 표현하면서 납치범에 대한 선처를 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여덟 살 난 아들을 납치당했다가 `몸값'을 주고서야 다시 아들을 품에 안을 수 있었던 A씨는 지난해 말 항소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재판부에 편지를 보냈다.

아들을 납치해 승용차에 태우고 다니며 20여차례나 전화를 걸어 돈을 요구했던 납치범은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고 형이 무겁다며 항소한 터였다.

A씨는 편지에서 "`20분 안에 3천만원을 마련해놓지 않으면 영원히 아이를 못 보는 줄 알라'는 전화가 걸려오는 순간 다리도 풀리고 머리에서 뇌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고 괴로운 기억을 떠올렸다.

건강치 못한 몸으로 태어나 잔병치레를 하며 커 온 아들을 `(제가) 살아가는 이유를 알려주는 아이'라고 칭한 A씨는 "아들의 부재는 제 자신이 사라진 것과 같았고 납치범과 어떻게 23번의 통화를 이어갔는지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고 털어놨다.

A씨는 "아들을 다시 품에 안았을 때는 세상의 모든 것에 감사했다"면서도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수면제를 먹어도 제대로 못 잤고 납치범의 가족이 (주소를 알아내) 수 차례 선처를 해달라는 편지를 보내고 집으로 찾아올 때는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정말 싫었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이어 "생활고든 카드빚이든 다시는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들이 범죄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되며 제도적으로도 아주 강력한 형벌이 필요하다"면서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는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안전까지 보장받지 못한다면 어느 부모가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A씨는 "지금은 아니지만 판사님 말씀대로 언젠가는 그 사람을 용서하는 날이 오겠지요. 사람이 아니라 그 엄청난 죄가 미운 거니까요"라면서 "저도 두 아들의 어머니로서 피고인의 두 아이들만 생각하며 선처를 부탁드린다"며 편지를 맺었다.

항소심 법원은 A씨가 편지를 보낸 사정을 감안해 납치범에게 1심보다 1년 적은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 어린이와 피고인의 아이들,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그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애절한 어버이의 마음 때문에 피해자 측에서 이런 탄원을 해왔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며 "당초 형량을 높이려다 1년 감경하지만 단순한 동정이나 온정주의의 발로가 아니라 피고인에게 앞의 당부를 엄하게 전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nari@yna.co.kr

(끝)


연합뉴스 master@yonhapnews.co.kr
ⓒ (주)인싸잇

법인명 : (주)인싸잇 | 제호 : 인싸잇 | 등록번호 : 서울,아02558 | 등록일 : 2013-03-27 | 대표이사 : 윤원경 | 발행인 : 윤원경 | 편집국장 : 한민철 | 법률고문 : 박준우 변호사 |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333길 9, 1층 | 대표전화 : 02-6959-7780, Fax) 02-6959-7781 | 이메일 : insiit@naver.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유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