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시는 2002년 한진해운의 터미널 옆으로 난 사잇길에 '한진로드(HanJin Road)'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진해운이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항만터미널을 운영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지역에 공헌하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그러나 한진해운의 미주 진출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1977년에 750TEU급 컨테이너선 1척으로 미미한 출발을 했고 전용터미널도 물론 없었다. 미주 진출을 위해서는 대규모 선대를 보유해야 했고 방대한 영업망을 구축해야 했는데 자본도 턱없이 부족했다.
더욱이 석유파동으로 인해 시황이 악화되고 해운시장의 경쟁이 치열했던 1979년 2월 태평양항로를 운항한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모험이었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컨테이너 정기선사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과업이었고 한진해운은 이를 해냈다.
한진해운의 국내 최대 경쟁사인 현대상선 역시 비슷한 길을 걸었다. 1976년 유조선 3척으로 창립했던 현대상선은 석유파동 이후 중동특수가 사라지면서 신규항로를 모색해야 했고 1982년 미주동안 및 서안에 재래 정기선 라인을 개설하며 미주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재 한진해운은 미국에서 롱비치 뿐만 아니라 시애틀, 오클랜드 터미널을 운영하며 주재원 36명에 현지인력 700명을 고용하면서 글로벌 기업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3개의 터미널을 비롯한 6개 현지 법인에 총 540명이 근무하고 있다.
나아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최첨단 선박, 촘촘한 항로망, 다양한 항만물류시설 등을 통해 세계 140여개국의 수출입 화물을 운송하며 수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무역의 날'에 한진해운은 50억불, 현대상선은 30억불 수출탑을 각각 수상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미국 등 세계 주요 지역에서 활동영역을 넓혀가며 기업가치를 높이는 동안 정작 기업 자체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되며 경영권 안정을 위해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왔다.
비록 불확실성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두 해운선사가 흔들림 없이 본업에 집중하며 자신들의 항로를 잘 찾아가기를 바래본다.
강기택기자 ace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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