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비례대표 도입 `취지' 되새기길

  • 등록 2008.03.20 11: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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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말 많고 탈 많던 4.9 총선 지역구 공천이 거의 끝나자 이제 관심은 비례대표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의원 정수 299명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비례대표(54명)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소속 정당의 정책노선에 충실한 인물들이어야 한다. 또 각 정당이 당헌.당규에 명시한 대로 지역.직능대표성과 전문성을 갖춘 신진 인재들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양당에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을 보면 이런 기준과는 동떨어진 게 아니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역구 공천 과정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내 사람 심기와 계파 안배 논란이 재연될 소지도 다분해 보인다.



특히 통합민주당은 지도부와 공천심사위원회가 비례대표 추천위 구성 문제를 놓고 한판 크게 붙으면서 비리 인사 배제와 호남 현역 물갈이 등으로 어렵게 쌓은 점수를 다 까먹을 위기에 놓였다. 금고형 이상 전력자로 공천 심사 대상에서 배제됐던 신계륜 사무총장과 김민석 최고위원이 당 지도부에 의해 비례대표 후보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자 박재승 공심위원장이 "공심위 권한을 무력화시키는 시도"라며 크게 반발하면서 정면 충돌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천 배제가 정치권에서 이들을 영원히 추방한다는 의미는 아니지 않느냐'는 지도부의 입장이나,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사람이 어떻게 추천의원이 될 수 있느냐'는 공심위의 주장 모두 일리 없는 것은 아니나 국민이 보기에는 누가 공천 주도권을 쥐느냐는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뿐이다. 여기에 260명에 달하는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 가운데 과거 정권의 고위직 출신 영남 인사와 현역 의원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오죽하면 당내에서조차 "망한 집안 살릴 생각은 않고 남은 재산 다툼에만 여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겠는가.



한나라당의 경우 비례대표 공천 명단이 오래 전에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심사도 하기 전에 명단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상위 순번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이경숙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배은희 전 공동 선대위원장, 이춘식 전 서울시 부시장 등 상당수가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청와대 공천'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김장수 전 국방장관 영입도 깔끔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의 `꼿꼿장수' 이미지를 한나라당이 높게 평가했겠지만, 그는 엄연히 노무현 정권에서 마지막 국방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욕심이 나도 손을 대지 말야할 사람이 있는 것이다. 공심위원인 이은재 건국대 행정대학원장과 강혜련 공심위원의 언니인 강혜숙 한영캉가루 대표이사 등이 포함된 것도 공천 심사의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양당의 비례대표 공천 심사가 지나치게 정치적 기준에 의존할 소지가 크다는 게 문제다. 양당의 비례대표 추천.심사기구가 지역구 공천 때와 거의 같으며 민주당의 경우는 오히려 지도부의 입김이 강해졌다. 직능 전문성과 정책 능력 대신 정치권과의 연줄이 강조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별도의 심사위를 구성할 시간이 없었다는 변명은 그저 핑계일 뿐이다. 국민 눈에는 `하고 싶지 않아서겠지'라고 보일 수밖에 없다. 양당이 비례대표제의 원래 취지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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