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WTO가입... 31년 만의 세계무대

  • 등록 2006.11.07 11: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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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이 마침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의 꿈을 이룬다.
지난달 27일 WTO 실무위원회가 "베트남이 WTO회원이 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
추었다"고 발표한데 이어 7일 WTO 일반이사회가 베트남의 150번째 회원국 가입을 승
인한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30일 후인 12월 초부터 WTO 회원국으로서 모든 혜택을
누리고 의무도 지게 된다.


◇ 세계 정치와 경제 무대에 정식 복귀
베트남의 이번 WTO 가입은 지난 2001년 중국의 가입에 이어 세계 경제무대에 상
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결정이다. 베트남으로서는 전쟁이 끝난후 31년만에 전쟁으로
인한 정치.경제적 모든 장벽을 허물고 세계 무대에 복귀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베트남은 지난 1995년 전쟁 상대국이었던 미국과의 수교를 계기로 정치적으로는
국제무대의 일원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는 WTO 가입과 미국의 항구적 정
상 무역관계(PNTR) 승인 등 많은 과제가 남아 국제 경제 무대에선 `정상적인 국가
대우'를 받지 못해왔다.


따라서 이번 WTO 가입은 미국 의회의 PNTR승인과 함께 베트남이 정치.경제 모든
면에서 국제무대의 일원이 됐음을 알리는 중요한 뜻을 담고있다. 미 의회의 PNTR 승
인은 이달 중순 이뤄질 전망이다.


◇ 경제발전 가속화 계기
베트남의 WTO가입은 역사적 의미 외에 경제적으로도 절실한 과제였다.
2000년대 들어 연평균 7.5%의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2010년까지 8% 이상의 지속
성장을 추구하 베트남으로선 성장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을 외부에서 마련할 수 밖
에 없는 상황이다. 빈약한 재정과 내수구조를 가진 베트남이 의존할 것은 수출증진
과 외국 투자유치 뿐이다.


이를 위한 선결과제가 곧 WTO 가입이다. WTO에 가입하면 우선 대외신용도가
높아져 외국자본의 투자가 활발해진다. 쿼터 규제와 관세장벽이 낮아져 수출이 늘어
난다.


특히 섬유.봉제와 신발류 등에서 경쟁력을 갖춘 베트남은 미국과 EU 등의 이 분
야 쿼터가 폐지되면 단기적으로 이 업종의 수출이 25%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 업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수출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WTO 가입을 예상해 이미 올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
다. 지난 10월 20일 현재 외국인 투자는 48억달러로 지난해의 40억달러를 이미 넘어
섰다. 연말까지는 당초 올해 목표인 50억달러를 넘어 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 정치 민주화 요구를 경제성장으로 피해갈 듯
WTO가입은 장기적으로 베트남의 국내 정치에도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은 공산당 1당체제를 유지하고있는 세계에서 몇개 안되는 나라 중의 하나
다. 이미 급속한 개방과 함께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다양해지면서 공산당 1당체제
에 대한 도전이 만만치 않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과 세계의 인권단체들은 물론 국
내에서까지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세력이 등장하고 있다.


WTO 가입으로 경제발전이 가속되고 개방체제가 확대될수록 빈부격차 확대 등 자
본주의 폐해가 커질 곳으로 보인다. 관료주의에 대한 저항이 거세지고, 인권 의식이
높아질 것임은 중국 등의 사례에서 보듯 불보듯 뻔하다. 이런 흐름은 나아가 체제에
대한 비판과 근본적 정치개혁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


베트남 공산당은 지난 4월 제10차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체질개선과 자본주의 시
스템의 도입 등을 시도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련하지 않았다. 중국이 성공한
것 처럼 경제성장으로 1당체제에 대한 국내.외의 반발과 비난을 무마하겠다는 계산
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 `제2의 중국' 장미빛 전망 뒤에 문제점 도사려
베트남의 WTO가입은 섬유와 신발 등 일부 품목에서 세계시장 판도에 상당한 영
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아직 쿼터에 묶여 있어 이 품목들의 수출 실적이
그리 높지않으나 쿼터가 해제되고 본격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면 중국 다음으로 많은
수출 물량을 쏟아내게 될 것이다.


특히 베트남은 30세이하 청년 인구가 전체의 64%를 차지하는데다 교육을 받은
질좋은 노동력이 풍부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생산기지로 각광 받고 있다. 당분간
베트남은 중국을 넘어 인도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투자대상국으로 꼽힐 전
망이다.


그러나 WTO 가입이 베트남에 반드시 장미빛 전망만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베
트남은 섬유, 신발 등 경쟁력이 있는 업종의 수출과 투자가 증대되는 대신 이들 품
목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없애야 하고 수입원자재 값도 함께 올라 어느정도의 비용
감수가 불가피하다. 또 질좋은 외국의 섬유와 신발이 몰려들어 올 경우 오히려 이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베트남이 취약한 금융,통신, 자동차,서비스 등 다른 업종에서 선
진국들과 대항 할수 있느냐 하는 것. WTO 가입으로 베트남은 주요 서비스 업종의 개
방이 불가피해졌고 이 분야에서 선진국 기업들과 자국 기업들의 싸움이 불가피하다.


베트남 정부는 어느정도 자국기업들의 보호를 위한 자구책을 만들고 유예기간을
두어 외국기업의 진출도 당장은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조치일 뿐 장
기적으로는 자금과 능력면에서 월등한 외국기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베트남의 이번 WTO가입은 이런 측면에서 볼때 단기적으로는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처럼 일단 개방으로
경제를 어느정도의 궤도 위에 올려 놓은 뒤 이후의 문제는 차근차근 대책을 세워 나
가겠다는 것이 베트남의 전략이다.

 

(하노이=연합뉴스) 권쾌현 특파원

kh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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