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긴급진단> 악재수렁..해법 안보인다

  • 등록 2008.03.17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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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주종국 신호경 기자 = 두바이유 100달러 돌파, 원-달러 환율 1,000원 돌파, 증시 추락, 물가 불안 등 경제가 총체적 난국이지만 정부는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정부가 이처럼 침착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기본적으로 외생변수에서 비롯된 위기로 국내의 정책잘못이 주된 요인이 아니기 때문에 딱히 취할만한 조치가 없다는 점도 있지만 환율 급등은 경상수지나 성장률 면에서는 유리한 작용을 한다는 정책기조를 깔고 있다.

그러나 환율과 국제 원유가의 상승 속도가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에 만만찮고 당장 물가에 직격탄으로 작용하면서 서민생활에 심각한 타격이 되고 있다.

이는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도 큰 부담인 만큼 정부에서도 언제까지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부가 발벗고 나서보았자 난국을 돌파할만한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데 있다.



◇ 정부 "아직 더 봐야 한다"

원-달러 환율이 1,000달러를 수직 돌파한 17일 기획재정부는 차관보 주재로 대부분의 국장급 간부들이 모인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고민했다. 그러나 회의 이후 정부 차원에서 나온 대책은 없었다.

김규옥 기획재정부 대변인의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환율문제에 관한 한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그는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한 대응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평소 하던대로 경제정책을 운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를 계속하면 된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했다.

현 상황이 경제정책 전반을 손보거나 긴급 대책을 내놓을만큼 위기는 아니라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재경부 김동수 차관보는 "올해 유가가 상반기에 오를 것이라는 점은 이미 경제운용방안을 만들 때 예측했던 것"이라면서 "하반기에는 미국의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고 중국도 긴축에 들어갈 전망이이서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보는 "경제운용방안의 성장률 목표나 물가억제선을 다시 조정할 생각은 없다"면서 "여러가지를 주의깊게 지켜보겠지만 아직은 정부 예측 범위 내에 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정부의 한 고위 간부도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문제도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것"이라면서 "환율 문제는 여러각도에서 생각해 봐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의 이 같은 발언은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물가나 수입측면에서는 당장 어려워지지만 수출은 훨씬 쉬워지고 이는 경상수지 흑자에도 도움이 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즉 경제성장이냐 물가안정이냐의 두가지 기로에 선 정부가 아직은 성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간부는 또 "최근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결국 물가 때문 아니었느냐"면서 물가안정은 중앙은행에 맡기고 정부는 성장동력을 높이는 문제를 더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 스태그플레이션이 '화두'

기획재정부의 이 같은 의연함이 지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에도 원-달러 환율은 장중 1천30원까지 무너지고 주식시장도 코스피지수가 3% 이상 빠지는 등 패닉현상이 연출됐다.

그냥 두어서는 물가급등, 소비심리 위축, 투자위축, 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스태그플레이션 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우선 이번주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듣기로 했다. 또 가능하면 소비자단체 등도 만나 최근의 물가급등세에 대한 어려움을 들어볼 예정이다.

기업 관계자들은 기업활동에 대한 지원, 특히 수출업체들에 대한 배려를, 소비자단체의 경우 정부가 서민생활을 위해 물가안정에 더욱 노력해줄 것을 촉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요즘 상황 때문에 무척 머리가 아프다"는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은 경제 난국의 위험성을 정부도 강하게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지식경제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생활필수품에 해당하는 50개 품목을 집중 관리, 서민들이 쓰는 최소한의 생필품 가격이 올라가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 정부의 적극적인 물가관가를 촉구했다.

정부 내에서도 물가가 급등할 경우 높은 경제성장도 무의미해지며 자칫 시장에 불안심리가 일 경우 경제 전반의 통제가 힘들어지는 상황도 올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다만 강만수. 최중경으로 이루어지는 기획재정부의 장.차관 라인이 워낙 환율상승에 대해서는 관대한 입장이기 때문에 당분간 환율 상승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승용차 요일제 확대 검토

정부는 환율상승에 대해 아직 움직임이 없지만 고유가 대책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일단 수입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원유의 가격 상승이 국내 물가 불안과 소비 등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를 비롯해 최근 몇 년 동안 유가 상승의 일정 부분을 원화 절상(원.달러 환율 하락)이 상쇄했으나, 이제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을 넘어서면서 고유가의 고통이 오히려 국제시장보다 가중되는 상황이다.

일단 정부는 서민의 생활고를 덜어준다는 취지로 지난 10일 출고분부터 유류세를 10% 낮췄다. 그러나 인하 첫 주 실제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불과 1ℓ당 30원 정도 떨어지는데 그쳐 대책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원유 수요 자체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공공기관이나 일부 지방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승용차 요일제를 전국적으로 민간부분까지 확대하는 방안, 찜질방, 스포츠.레저시설 등 전력 사용이 많은 시설들의 심야 영업시간 단축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민간 부문의 요일제나 영업시간 단축 등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은데다 국민들이 겪는 불편에 비해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많아 실제 실행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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