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사태..중국의 딜레마 VS 미국의 딜레마>

  • 등록 2008.03.17 13: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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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티베트의 폭력시위와 유혈참사 사태에 직면한 중국과 미국이 과거와는 사뭇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의 고민이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사회가 지켜볼 시선에 대한 고민이라면, 미국의 낮은 자세는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거둬들일 실효가 적다는 판단에서 비롯된다.

베이징의 한 관측통은 유혈진압이 벌어지긴 했지만 중국 지도부가 이번 시위사태 처리에 극도로 자제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측 주장은 민감 지역인 티베트에서 20년만에 가장 심각한 소요사태가 일어났는데도 `계엄법'에 따라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은채 군경을 동원해 치안확보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국 정부가 17일 자정까지 자수하면 최대한 가볍게 처벌하겠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중국이 나름대로 `관용'을 베풀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비롯한 반정부, 분리독립 시위에 대해 초강경 대응을 서슴지 않았던 중국으로선 이번 티베트 사태를 `톈안먼사태'식으로 대처할 수 없는 사유가 있다.

우선 올림픽 성화봉송을 불과 2주일 앞두고 있는 중국은 시위 탄압에 대한 국제적 비난 확산에 이어 반중시위나 올림픽 보이콧 운동으로 전개되는 상황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나아가 티베트에 대한 억압적 지배와 티베트 문화 말살 정책이 부각되면서 올림픽이 후진타오(胡錦濤) 2기 체제의 기반을 굳혀주는 성대한 잔치가 아니라 중국 인권문제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티베트 독립 및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뒷덜미를 잡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한몫 하고 있다.

하지만 티베트 시위를 그대로 방치하면 사태가 중국내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운동등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는 판단은 중국으로 하여금 기민한 대응을 서둘도록 한 근거가 된다.

따라서 중국은 고심끝에 사태 초반에 어느 정도 유화적인 대응으로 국제적 압력을 물리치되 `단호한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나중에 확산될 시위사태 강경진압에 대한 명분을 미리 쌓아두자는 속내를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에게도 이번 티베트 사태에 대한 대응 수위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백악관은 지난 14일 베이징이 티베트 문화를 존중해야 하며 `민족간 갈등'이 발생한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미 국무부도 숀 매코맥 대변인 논평을 통해 티베트 시위사태에 대해 중국이 자제력 있게 행동하고 티베트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미 의회가 달라이 라마에게 황금메달을 수여하고 조지 부시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와 회견을 갖는 등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을 불사하는 태도를 보였던 미국을 감안하면 상당히 발언수위가 낮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무력진압에 대한 강력한 비난을 퍼부은 것과도 대비된다.

미국 정부는 특히 올림픽은 스포츠 행사라는 견해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혀 티베트 사태와 베이징올림픽 문제를 결부시킬 뜻이 없음을 확인했다.

중화권 일간 중광신문(中廣新聞)은 미국의 유화적인 반응에 티베트 독립을 지원하는 국제단체가 실망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이런 유화적인 태도는 치열한 대선 경선이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등 문제 외에 중국과 불필요한 갈등을 발생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홍콩의 한 국제문제 전문가는 "중국이 티베트 시위대를 분리주의 테러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부시 정부가 이들 `테러분자'를 지지할 수 없다는 논리적 결론을 내린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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