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라싸(拉薩)에는 완전히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17일 밤이 자진투항하라는 최후통첩이다. 최후의 결판이 어른거린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제임스 마일스 중국 특파원이 이날 오전 전한 라싸 현지의 표정은 결전을 앞둔 극한의 긴장으로 오히려 적막했다. 마일스 특파원은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티베트인의 분리독립 시위와 유혈진압이 벌어지고 있는 현지의 급박한 소식을 기고했다.
다음은 기고문 내용.
"이틀간의 유혈 폭동이 지나간 뒤 중국 티베트(시짱.西藏)의 수도 라싸의 시민들은 어디론가 숨었다. 17일 밤까지 자진투항하라는 최후 통첩을 중국 당국은 이미 시위대에 발표해 둔 상황이다.
거리에는 시위의 파편들과 불타버린 차량들이 널려 있다. 그러나 좁은 골목길에조차 사람의 자취는 볼 수 없다. 무장경찰 등 진압대가 주요도로를 점거하고 있다. 더러 총격이 도시를 울리고 있다. 시위대의 함성은 잦아들었다.
20년간의 중국 지배에 대한 가장 극적인 저항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오늘 밤 결전이 어른거리다. 시위대는 자정까지 투항하거나 아니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사태는 지난 토요일밤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욱 두려운 것은 당초 곤봉으로 무장하고 라싸를 에워쌌던 진압대가 이제는 총을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진압대에 돌을 던지던 티베트인들은 이제 주춤하고 있다. 그 날 내가 현장 상황을 좀더 잘 지켜보기위해 골목 구석을 돌아나가자 한 군인이 내게 총부리를 겨눴다.
그날 오후 늦게부터 무장경찰은 골목으로 들어가 산발적인 총격을 시작했다. 어제 대부분의 시민들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도시의 주요 사원이 위치한 한 구역에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목격됐다. 이 구역은 많은 회교도들의 본거지다. 그들 역시 한(漢)족 못지않게 티베트인들의 공격 타깃이 되고있다.
금요일 이래 내가 묵고 있는 호텔 주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한밤중에 내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깨자 옥상으로 불려 올라갔다. 사람들이 옥상에 모였다. 회교도들이 보복 공격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빠르게 돌았다. 일부는 그들이 나타나면 대항하고자 돌을 모아 두었다.
라싸 시내 조캉사원 주변은 어제 완전히 적막한 상태였다. 그러나 산발적인 총격 소리는 들렸다. 이 사원으로 향하는 순례객도 없다. 쇼핑객도 자취를 감췄고 여행객들도 보이지 않고있다. 많은 호텔들은 공항으로 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투숙객들의 외출을 막고 있다.
호텔 옥상에 숨어 있자니 한 호송대가 보인다. 그들은 2명의 티베트 여성들을 데리고 사라지고 있다. 그들은 잡혀가는 것일까? 지난주 금요일 폭동이 시작된 이래 최초로 길거리에서 어떤 시위의 시도도 보이지 않고 있다. 걱정은 17일 밤 시한이다. 과연 무차별 체포가 현실화할 것인가?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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