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펀드> ② 명품.인기 펀드도 `도미노 추락'

  • 등록 2008.03.17 0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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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주식형펀드 열기가 최근 급격히 냉각한 데는 작년까지 대박의 기대를 낳으며 자금몰이를 주도했던 이른바 명품.인기펀드들이 글로벌 증시 하락기에 줄줄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증시가 뜨겁게 달아올라 `꿈의 지수'인 코스피 2,000을 돌파했던 작년에 단기 고수익을 거뒀거나 최고의 유망 상품으로 꼽혔던 베트남펀드와 아시아리츠펀드, 인사이트펀드, 중국펀드 등이 최근 연거푸 추락한 탓에 주식형펀드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유행을 쫓거나 펀드 판매사 등의 과잉 광고를 믿고 뭉칫돈을 맡겼다가 증시 조정기에 막대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장기투자 의욕을 상실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주식형펀드가 증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명품펀드 줄줄이 애물단지로 전락= 2006년 하반기 이후 잇따라 출시된 베트남펀드가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대표적인 명품펀드다.

처녀 출시 당시 시가총액 1조원 정도에 불과한 소규모 베트남 시장에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자돼 증시의 거품을 일으켰다가 정부의 긴축정책과 통안채 발행 등으로 현지 주가지수인 VN지수가 지난해 3월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1년도 안돼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적립식혼합 1'의 경우 2006년 11월 설정돼 지난해 10월 중순까지 수익률 25.19%로 양호했으나 그 이후 수익률이 급감해 지난 13일 현재 설정 후 수익률은 -15.05%로 집계됐다. 출시 당시 1천만원을 투자해 지금까지 환매하지 않았다면 원금 150만원 이상을 날린 셈이다.

홍콩과 중국, 싱가포르, 호주, 일본 등 아시아 지역 부동산투자신탁(REITs)주식 등에 투자하는 리츠펀드도 2000∼2006년까지 지속한 글로벌 저금리 덕분에 호황을 누렸으나 이후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태풍을 맞아 수익률 급락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 달여 만에 4조7천억원을 모아 공룡펀드로 분류된 미래에셋의 인사이트펀드도 출시된 지 3개월 만에 1조원 이상을 까먹은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중국펀드의 경우 양호한 수익률 덕분에 지난해 10월까지 엄청난 자금을 빨아들였으나 11월부터 글로벌 악재를 이기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졌다. 연초 대비 수익률이 -20% 안팎을 기록한 것이다.

◇ 과잉광고와 뒷북투자가 재앙 초래= 펀드시장의 보석 취급을 받으며 인기를 모았던 펀드들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과잉광고와 뒷북투자 관행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베트남펀드의 경우 제2의 중국펀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으나 작년 10월 이후 악성 인플레이션 등의 악재로 주가가 끝없이 미끄러지면서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음에도 덩치가 워낙 큰 탓에 빠져나오지 못해 연못 속 고래 신세가 됐다.

이는 자산운용사들과 펀드 판매사들이 작년 초까지만 해도 "리틀 차이나가 깨어난다. 인구의 절반이 20대 이하인 젊은 국가를 주목하라'는 등의 찬사를 쏟아내며 뭉칫돈을 쓸어모으는 데 혈안이 됐으나 위험 요인은 애써 외면한 결과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계 증시의 동반 하락 상황에서 인사이트펀드 투자자들이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한 것은 증시 상승장에서 승승장구했던 미래에셋의 실적과 브랜드를 과신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인사이트 펀드가 돌풍을 일으킬 당시 펀드 애널리스트들은 "미래에셋의 펀드가 과거 우수한 수익률을 거뒀다는 신뢰 때문이 인기가 높지만 과거 실적만을 근거로 미래 수익률을 낙관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충고했으나 투자자들은 좀처럼 귀담아 듣지 않았다.

펀드 선진국의 경우 수 차례의 대세 상승 및 하락 장세를 경험한 후 분산ㆍ장기ㆍ가치 투자가 올바른 해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으나 역시 마이동풍이었다.

인사이트 펀드는 세계 증시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중국관련 주식과 서브프라임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금융 업종 등에 대거투자를 했다가 낭패를 당한 것이다.

아시아리츠펀드와 중국펀드 등도 화려했던 과거 실적을 포장해 대박의 환상을 갖도록 광고한 덕분에 매머드펀드로 급성장할 수 있었지만 유행을 쫓아 뒷북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은 여지없이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 펀드 성적 부진은 증시 미래에 암운= 주식형펀드는 증시의 다양한 악재를 이기고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막상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1,600선 밑으로 떨어지는 등 급락하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년에 급성장한 주식형펀드가 최근 수개월 동안 부진한 성적을 올리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약세 증시를 부양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하고 있다.

주식형펀드 설정잔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4개월 동안 매달 약 10조원씩 늘어났으나 2월부터 지난 11일까지 증가액은 고작 4조9천823억원에 그쳤다.

주식형펀드의 설정액 순유입액이 급감한 것은 국내 및 해외 증시 조정이 장기화된 데 따른 현상이다. 세계 증시의 리더격인 중국과 미국 시장이 각각 긴축 강화와 경기침체 우려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글로벌 증시가 곳곳에 놓인 암초에 걸려 난항 조짐을 보이자 주식형펀드에 대한 불안심리가 높아지면서 환매가 이뤄지거나 신규유입 자금이 줄어들었고 그 결과 증시 회복에 필요한 실탄 공급 능력이 극도로 약해진 것이다.

펀드 전문가들은 "글로벌 신용경색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팽배해지면서 펀드 형태로 들어간 주식시장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이는 증시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한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이런 악순환 구조는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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