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궁테러 항소심' 풀리지 않은 의문들>

  • 등록 2008.03.14 1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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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판사를 석궁으로 보복한 혐의로 기소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14일 항소심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증거와 관련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법원은 `부러진 화살'의 실종과 `무혈흔 와이셔츠' 등에 대해 까닭을 알 수 없다고는 했으나 이 같은 미스터리를 근거로 공소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결론냈다.

하지만 김씨 측은 `유죄의 인정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판사에 대한 보복이나 김명호씨 개인을 두둔하는 게 아니라 김씨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는 증거에 따른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유죄 판단의 근거 논란 = 재판부의 유죄 판단은 피해자인 박홍우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배에 꽂힌 화살을 뽑았다'는 증언이 옳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지만 김씨 측은 피해자 증언의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내세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재판부는 김씨가 석궁을 발사한 거리에 대해 1.5m, 70㎝, 1m 등으로 진술이 번복되는 부분이 있지만 이는 한 두 걸음 정도에 불과한 거리이고 화살의 발사 순간은 정확히 알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신빙성을 의심할 근거가 못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 측이 진술 신빙성과 관련해 핵심적인 쟁점으로 강조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아 의문을 남기고 있다.

박 판사는 119 구급대, 경찰, 검찰에서 각각 "화살이 배를 맞고 튕겨나갔다", "화살을 맞았다", "배에 박힌 화살을 뽑았다"라고 진술했다.

특히 `배에 박힌 화살을 뽑았다'고 진술을 바꾼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관과 담당의사가 화살을 뽑는 방향에 따라 상처의 모양이 달라진다고 했다"고 말했으나 해당 경찰관과 의사는 "박 판사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 `부러진 화살' 미스터리 = 재판부는 범행에 사용된 화살이 `이유를 알 수 없이' 사라졌고 와이셔츠에도 처음에는 혈흔이 있었지만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사라졌다고 밝혔다.

박 판사와 사건 현장에 있던 아파트 경비원 등은 배에 맞은 화살이 깃이 부러져 있었으며 화살촉은 뭉툭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증거물로 제출된 화살들은 모두 멀쩡했으며 국립과학수사 연구소의 감정 결과 어떤 화살촉에서도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 측은 이에 대해 "화살이 배에 맞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우려 때문에 우발적으로 발사돼 맞지 않았던 화살을 수사기관이 인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화살이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증거를 조작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총알을 발견하지 못하면 살인 사건이 무죄인가.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 무혈흔 와이셔츠 이유는 = 박 판사가 양복-조끼-와이셔츠-내의-런닝셔츠 순으로 입고 있던 옷가지에서 조끼, 내의, 런닝셔츠에는 혈흔이 있지만 와이셔츠에는 없다는 사실을 두고도 양측의 시각 자체가 다르다.

재판부는 박 판사 등의 진술을 토대로 범행 직후에는 와이셔츠가 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지만 증거물로 제출됐을 때는 피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혈흔을 칠하는 건 악의적인 조작이지만 있던 게 깨끗해졌다는 건 성질이 다르다며 있던 혈흔이 없어진 점을 들어 박 판사가 화살에 맞았다는 사실이 의심스럽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 측은 이에 대해 박 판사가 구급대 도착 전에 자택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는 점 등을 들어 옷가지의 혈흔 자체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사건을 초동수사했던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박 판사로부터 옷가지를 넘겨받은 경찰관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데 대해서도 강한 의심을 품고 있다.

◇ 모든 의문 풀 수 있지 않았나 = 박 판사의 진술과 옷가지를 두고 줄곧 이의가 제기됐지만 박 판사는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다시 채택되지 않았고 옷가지의 혈흔에 대한 감정도 다시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 측은 박 판사를 증인으로 불러 진술의 번복 경위에 대해 심문하면 논란이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수차례 증인채택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그럴 필요가 없다"며 기각했다.

옷가지의 혈흔은 국과수 감정결과 동일한 남성 1인의 피임이 확인됐지만 박 판사의 피와 일치하는지는 사건 수사 때 검증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씨 측은 항소심 공판 때마다 박 판사의 피와 동일한지 국과수가 감정토록 해달라고 했으나 재판부는 마찬가지로 `그럴 필요가 없다'며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김씨 측은 "옷가지의 혈흔이 박 판사의 것이 아닌 게 확실하다. 재판부가 증거를 폐기하기 위해 서둘러 선고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혈흔의 주인은 확인되지 않은 채 항소심은 끝났다.

이는 재판부가 고위법관이 피해자인 사건에서 당사자 입장으로 공판을 진행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배경 가운데 하나다.

법원은 김씨 사건이 형사소송법에 정해진 `필요적 변호사건'임에도 변호인 없이 원심 8, 9차 공판을 서둘러 강행했다가 법령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지적되자 당시 증인과 증거를 항소심에서 `땜질식'으로 출석 또는 제출시키기도 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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