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파 압도 불공정 경쟁 속 선거운동 활발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총선을 이틀 앞둔 12일 오후(현지시간) 수도 테헤란 북부의 한 개혁파 선거 사무실.
66㎡(20평) 정도의 좁은 사무실에선 남녀 대학생 자원봉사자 30여명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개혁파 후보의 명단이 적힌 명함과 자체 제작한 유인물을 나누고 있었다.
이날 오전 방문했던 보수파 유력 후보의 선거 본부 2곳이 모두 빈 사무실처럼 조용했던 것과 전혀 딴 판이었다.
이 조직의 테헤란 북부 선거운동을 책임지는 잘랄 모하메드(28) 씨에게 "이번 선거는 사실상 보수파가 압승할 것으로 예상돼 유권자들도 하나마나라며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은데 개혁파 진영의 선거운동이 예상 외로 활발하다"며 말을 건넸다.
모하메드 씨는 "물론 보수파가 대다수 당선될 것이며 우리가 다수는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예 선거에 참가를 안 하는 것보다 소수라도 의회에 개혁파가 진출하는 게 이란의 민주주의에 도움이 된다"며 "우리가 이렇게 적극 참여하는 게 지금보다 더 나빠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정당이 없는 이란에선 직능단체 성격의 정치단체 200여개가 활동중이다. 정강이나 조직을 정당만큼 잘 갖추지 못한 이들 정치단체는 크게 보수파와 개혁파로 나뉜다. 두 세력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권력을 둘러싸고 선거에서 끊임없이 경쟁해 왔다.
보수파는 현재 이란 의회(마즐리스)와 정부를 장악하는 다수파며, 개혁파는 1997년부터 8년간 집권한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소수파다.
보수파는 그러나 단어 자체가 지니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이 당선된 2005년 대선부터 `원칙파'(Principlist)'라는 단어로 바꿔 자신들을 부른다.
이슬람 혁명의 정신을 고수하고 이슬람의 본분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보수파는 의회와 정부 뿐 아니라 권한이 강한 각종 헌법상 기구와 군사 조직에도 골고루 퍼져 이란 권력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소수인 개혁파의 입지는 상당히 좁을 수 밖에 없다. 개혁 성향의 하타미 대통령조차 기득권인 보수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미완의 개혁'을 남긴 채 보수파에 정권을 넘겨야 했다. 현재 7대 이란 의회 290석 가운데 개혁 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은 40석 정도에 그친다.
14일 있을 8대 이란 총선에서도 보수파와 개혁파의 경쟁은 시작됐지만 `결과는 보나마나'라는 게 테헤란 현지의 분위기다.
보수파의 장악력이 이란 사회 전반에 너무 강하기도 하지만 보수파 일색의 내무부와 헌법수호위원회가 후보 자격 심사에서 경쟁력있는 개혁파 인사를 모두 탈락시키는 바람에 `불공정한 경쟁'이 됐다는 게 개혁파의 항변이다.
이번 총선에서 개혁파 연대를 이끄는 하타미 전 대통령 조차 180석 정도는 사실상 보수파에 내정됐다고 인정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파 진영은 여러 제약을 뚫고 활발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적은 수라도 일단 원내에 진출해야 보수파의 전횡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둘러본 선거사무실은 선거 운동을 자원한 젊은이들로 마치 대학교 총학생회장 선거 본부를 보는 것처럼 왁자지껄했다.
`하타미의 친구들'이라고 적힌 형광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선거운동 책임자는 조를 짜 담당 구역을 정해준 뒤 "유인물을 나눠주면서 웃음을 잃지 말라.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등의 주의사항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보수적인 일부 시민은 젊은 남녀가 섞여 선거운동을 벌이는 것조차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모하메드 씨는 그러나 "2005년 정치신인이었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게 표를 과감히 던졌을 만큼 이란 국민은 변화를 원한다"고 주장하며 "이런 변화를 추구하는 이란 국민의 성향에 맞춰 선거 운동 전략을 짰다"고 말했다.
모하메드 씨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개혁파가 보수파 권력의 방해로 활동에 제약을 받진 않지만 개혁파 운동을 했던 대학생은 향후 학업이나 취업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당장 의석을 몇 석 차지하느냐보다 이란에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게 더 큰 목표"라며 "현 정부의 실정을 국민에 알리는 것도 선거운동의 주안점"이라고 강조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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