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바이러스는 여러 유기물의 진화와 관련된 핵심 정보를 저장했다가 온 세계에 퍼뜨리는 작은 우편집배원 같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보도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스테이트 대학 연구진은 광산과 연못, 바다, 산호초, 사람의 몸 등 지구상의 9개 영역에서 발견되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연구한 끝에 `페이지(phage)' 또는 `박테리오페이지'로 불리는 바이러스와 이들의 숙주 박테리아 사이에 일어나는 복잡한 정보 교환 현상을 발견했다고 네이처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박테리아는 작은 단세포 유기물로 바이러스보다는 훨씬 복잡하며 가장 큰 바이러스는 가장 작은 박테리아와 크기가 비슷하다. 항생제는 박테리아를 죽이지만 바이러스에는 아무런 효과를 미치지 못한다.
연구진은 "이들 바이러스 집단은 박테리아의 유전자 저장소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구상의 페이지 종류는 10ⁿ(n=30) 종이나 돼 이들이 전달하는 유전자 정보의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바이러스가 서로 다른 바이옴(생물군계) 사이를 매우 쉽게 오갈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밝혀진 것이며 따라서 이론적으로 이들은 온 세계를 무대로 이동할 수도 있다" 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지하 광산과 염도가 매우 높은 연못, 산호초, 큰 바다, 담수, 양어장, 인체, 모기 서식지, 그리고 지구 미생물 정보가 압축된 퇴적물 화석 등 9종류의 대표적 생태계에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표본을 채취했다.
그리고 메타게놈 기법으로 각 환경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군 전체의 유전자를 찾아내고 이들의 밀도를 조사한 결과 각 바이옴마다 독특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바이러스들이 자신들의 생명 사이클과 관련이 없는 예상 밖의 유전자들을 갖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런 유전자들은 박테리아의 이동 및 방향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들 바이러스가 감염활동을 할 때 숙주 박테리아의 행동을 조종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양어장에서 채집된 바이러스들이 박테리아에 `먹는' 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유전자들은 박테리아로 하여금 물고기 사료에 첨가되는 타우린 성분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산호초에 서식하는 바이러스들은 점액질을 먹는 유전자들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런 유전자들은 같은 환경 속의 박테리아에도 들어 있어 바이러스들이 이런 유전자를 박테리아에 옮기고 있음을 시사하고있다.
박테리아는 이런 방식으로 산호가 생성하는 점액질의 물질을 먹어치울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바이러스가 감염을 일으키면서도 세포를 죽이지는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유전자들을 박테리아가 합성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미국립과학재단과 농무부, 국립보건연구소. 국립 알레르기 및 감염성질환연구소 등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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