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개교로 확대 첫 개강…수강료 싸고 품질 좋아
강남교육청 "사교육비 절감하며 학생공부 돕겠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학교나 학원보다 알차고 좋은 거 같아요"
10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언주중학교.
학교수업이 끝난 지 한참이 지난 시간인데도 이 학교 학생을 비롯한 주변 학교 중학생 15명이 영어공부를 위해 한반에 모여 들었다. 이 학교에서 처음 시작한 '방과 후 거점학교'에 참가해 영어수업을 듣게 된 아이들이다.
강사는 '방과후 학교' 강사로 일하다 실력을 인정받아 기간제 교사로 채용된 엄혜선(26.여)씨.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미처 챙기지 못했던 문법을 여러 예시를 들며 설명해주자 학생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수업에 몰두했다.
수업진도나 속도는 학원에 미치지 못하지만 정규 수업에서 다루지 못했던 부분을 하나둘씩 짚어나가다 보니 집중도나 이해도가 학원이나 정규 수업에 못지 않았다. 학생들의 잇따른 궁금증에 엄 강사의 명쾌한 설명도 이어졌다.
강남교육청이 지난해 11월 실시해 인기를 모았던 '방과 후 거점학교'가 이날 언주중학교를 비롯한 강남지역 여러 학교로 확대돼 문을 열었다. 이달까지 개강하는 학교는 모두 9개교로 지난해 시범실시됐던 3개 학교에 비해 3배나 늘어났다.
'방과 후 거점학교'는 단위 학교별로 진행되는 일반적인 '방과후 학교'와는 달리 구역마다 여러 거점 학교를 둬 인근 중학교 학생들이 거점 학교에 개설된 수준별 강의를 들으며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특히 사설학원이 문을 여는 저녁시간에 맞춰 수업이 시작되는 게 방과후 거점학교의 특징.
학생들을 마주하는 강사도 엄씨와 같이 학교 내.외부에서 경력과 실력을 인정받은 선생님들이다.
방과 후 거점학교의 수업료는 과목당 20시간을 기준으로 4만∼5만원선이다. 수십만원이 넘는 강남지역 사설학원에 비해 10∼20%정도에 불과하다.
싼 가격에 품질이 좋다보니 강의에 대한 기대감이 무척 높은 편이다.
수업이 단과와 종합반으로 나눠져 수준별로 진행되다 보니 학생들이 제 수준에 맞춰 반을 찾아다니고 학생 앞에 선 강사들도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두고 수업을 진행한다.
지난해 11월 시범실시됐던 3개 방과후 거점학교에는 모두 2천여명의 수강생들이 몰렸다. 저녁시간 유명사설학원으로 쏠렸던 학생들의 발길을 돌린 셈이다.
이날 개강한 언주중학교만해도 국어와 영어, 수학 등 5개 과목과 특기적성수업에 8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강등록을 했다. 1천여명이 조금 넘는 언주중학교 학생 수와 비교해봐도 80%가 넘는 수준이다.
이날 영어수업을 참가한 최윤혁(13.중2년)군은 "학교 수업보다 더 쉽게 이해가 된다"며 "인원이 정규수업 때보다 적다 보니 선생님이 한명 한명에 더 신경을 많이 써 주는 것 같다. 수업을 통해 성적이 많이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리(13.중2년)양도 "학원에서는 속행(진도나가기)을 중시하니까 학생들이 얼마나 이해하는 지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더라"며 "이렇게 학교에서 해주니 학교 진도사정도 알고 내신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좋아했다.
강남교육청은 방과후 거점학교가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 학생들의 학력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강남일대 저소득층 자녀에게도 균등한 '과외수업'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강남교육청 이경복 교육장은 "사교육 1번지인 강남에서도 머지 않아 학부모들이 학원보다는 학교에 학생들을 맡기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사교육비 절반을 줄이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언주중학교 서외순 교장은 "방과후 거점학교는 사교육 절감차원에서 강남에서만큼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프로가 될 것을 강사들에게 요구하고 있고 그렇게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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