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SIS.커피명가 등 토종 `빅5' 70% 점유
`싸고 맛있다' 평과 지역상권 특성 덕에 성장
(대구=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대구 중심가인 중구 공평동 2.28 공원 옆 거리. 작년 모 그룹이 문을 연 3층짜리 대형 커피 전문점 맞은 편에 30평 규모의 작은 커피숍이 하나 있다.
이름이 외지인에겐 다소 낯선 '다빈치(Davinci)'. 대기업 커피숍 바로 앞이라 '망하기 딱 좋은' 처지처럼 보이지만 이 가게는 오후만 되면 앉을 자리가 없다.
"아메리카노 하나랑 캐러멜 마키아또 2잔예(2잔이요)"
지난 10일 오후 6시. 손님들이 몰리자 계산대 앞에 선 점장 이정환(29) 씨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흰색 주문지 4∼5개를 대형 에스프레소 기계 안쪽에 쭉 일(一)자로 붙이자 직원들이 매뉴얼에 따라 척척 커피를 준비했다.
다빈치는 스타벅스와 커피빈, 엔제리너스와 같은 커피 전문점 체인이다. 출생지가 외국이나 서울이 아닌 대구란 점만 다를 뿐이다.
점장 이씨는 "앞에 외지의 대형 커피점이 들어서면 매출이 뚝 떨어질 것이란 말도 많았지만 전혀 변화가 없어요"라며 웃었다. 그가 일하는 이 커피점은 다음 달 3층 100평 규모로 다시 문을 연다. 바로 앞 대형 매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하자는 것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구는 토종 커피숍 체인의 '천국'이다. 대기업들에 밀려 지역 브랜드가 씨가 마르다시피 한 다른 도시들과 다르다. 대구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주요 체인도 다빈치 외에 슬립레스인시애틀(이하 SIS), 커피명가, 핸즈커피, 안에스프레소 등 5곳이나 된다.
이들 대구 토종 '빅(Big) 5' 커피체인의 시내 매장 수는 121개, 점유율로는 약 70%에 달한다. 최소한 대구에선 세계를 제패한 스타벅스나 커피빈도 '마이너'에 속한다. 대구 사람들은 지금도 '커피'하면 대기업 체인 대신 동네 곳곳에 퍼져 있는 토종 브랜드를 먼저 떠올린다.
◇ `싸고 맛있다' = 대구 커피숍은 왜 이렇게 강할까?
업계와 소비자들은 일단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을 이유로 꼽는다. 커피에 우유를 탄 인기 메뉴 '카페라떼' 보통 사이즈의 경우 대구 커피숍들은 대부분이 2천500원 미만. 대기업 브랜드에 비해 30% 이상 저렴하다.
커피 맛도 외지 체인 못지 않다.
다빈치는 경북 경산시의 원두 공장에서 원료를 일괄 공급해 매장의 커피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 커피 명가는 지역 최고의 커피 연구가로 불리는 안명규 대표가 직접 30개국 커피 농장을 돌며 우량 원두를 산지 구매한다.
매장이 작고 시설이 나쁠 것이란 생각도 편견이다. 다빈치와 SIS는 각각 경북대 북문과 계명대 성서 캠퍼스 인근에 100평급 대형 매장을 갖고 있다.
커피명가와 핸즈커피는 딱딱한 의자가 많아 오래 앉아 있기 힘든 미국식 커피숍과 달리 편안한 쿠션 의자와 소파 위주로 좌석을 배치하고 원목 위주의 고급스런 인테리어를 도입, '편안한 사랑방' 분위기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은수(33.무역업) 씨는 "대구 커피숍들은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것이 최고의 매력"이라며 "대구 곳곳 어디에서나 쉽게 눈에 띄고 지역 토종 브랜드라는 이유 때문에 더 자주 오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외지 브랜드 진출 `힘드네' = 대구의 특이한 상권 구조 탓에 외부의 대기업 체인이 들어오기 어려운 점도 토종 커피숍 '부흥'에 한 몫 했다.
지역 커피숍 업계에 따르면 대구는 서울의 명동.강남, 부산의 서면.남포동처럼 번화가가 몇군데 산재해 있는 서울과 부산과 달리 대형 상권이 중구 동성로 1곳 밖에 없다.
매장 덩치가 커 시내 중심지에 입점할 수밖에 없는 대기업 체인이 선택할 수 있는 장소가 수도권이나 부산에 비해 극히 제한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성로는 가게 임대료가 서울 명동이나 압구정 못지 않게 비쌀 때가 많아 대형 매장을 잡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며 "게다가 비용이 높은 대기업 브랜드가 토종 업체들처럼 상대적으로 한적한 주택 상권까지 파고 들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구에는 스타벅스가 7곳, 엔제리너스 6곳, 커피빈 1곳이 입점했고 SPC그룹의 '파스쿠치'와 CJ그룹의 '투썸플레이스'가 지역 1호점 부지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토종들의 다양한 서비스 형태 = 대구 커피숍 체인의 특징은 '다양성'이다. 테이크아웃(Take Out) 음료의 간편함을 내세운 미국 '스타벅스'형 모델부터 원두의 질을 강조한 정통 커피점까지 각종 브랜드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빅(Big) 5' 브랜드인 다빈치.슬립레스인시에틀(SIS).커피명가.핸즈커피. 안에스프레소 중 스타벅스 모델을 충실히 따른 곳은 다빈치, SIS, 안에스프레소 등 3개 체인이다.
테이크아웃과 안에서 마시는 커피 매출 비율이 통상 50 대 50 정도로 원색 위주의 활기찬 인테리어에 무선 인터넷과 휴대전화 충전기 등 젊은 층에 어필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갖췄다.
매장도 많다. 다빈치와 SIS는 대구 시내 매장 수가 각각 45곳과 50곳으로 지역 어느 곳에서나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커피숍이다. 후발 주자로 작년 체인 사업을 시작한 안에스프레소는 시내 8곳에 가게가 있다.
커피명가와 핸즈커피는 이들과 정반대다.
원두의 향과 맛을 고집스럽게 따지며 손님에게 직접 커피를 갖다 주는 등 80∼90년대에 생긴 '옛날 커피 전문점'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인테리어도 파스텔 색과 원목 느낌을 강조해 차분한 분위기다.
매장 확대엔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다. 커피명가가 대구에 7개 가게를, 핸즈커피는 11곳을 두고 있다.
◇ 토종끼리 과당경쟁은 '걱정' = 문제점도 적잖다.
외지 브랜드의 진출이 늦어지자 기존 토종 체인 간의 경쟁이 과열되고 영세 브랜드까지 합세하면서 일부 체인의 경우 수익 계산 없이 가게를 여는 '묻지마 창업' 행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주상복합 아파트 상가 같은 자리에 똑같은 형태의 커피 전문점이 3∼4곳 들어서 매출을 서로 갉아 먹는 일도 적잖다"며 "내실화와 특성화에 힘쓰지 않으면 지역 커피 업계가 공멸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 갈수록 '브랜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고민거리다.
이은진(23.여.초등학교 교사) 씨는 "대구 커피숍들이 쿠폰 포인트가 상대적으로 후하고 가격도 싸지만 아무래도 스타벅스 등 외국 체인에 비해 세련미는 떨어지는 편"이라며 "대구 사람들만 아는 브랜드란 점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심혜린(21.여.대학생) 씨도 "(본인이) 다니는 대학교 앞에도 매장이 있는 등 주변에서 찾기 쉽고 오전에 비교적 한적하다는 점 때문에 지역 커피숍을 찾을 뿐, 특별히 브랜드에 대해 매력은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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