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실종된 김모(45.여)씨 등 모녀 4명과 용의자로 지목된 전 해태 타이거즈 소속 프로야구 선수 이호성(41)씨가 10일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이제 남은 것은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 지 여부로 볼 수 있다.
실종 가족과 용의자와의 관계, 그리고 이들의 행적 등 사건의 객관적 정황은 이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지만 과연 무엇 때문에 4명의 여인들이 한꺼번에 살해됐는지는 여전히 경찰이 수사력을 집중해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 김씨 가족 실종, 보름 만에 신고 접수 =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씨가 세 딸과 함께 연락이 끊긴 채 실종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것은 지난 3일.
지난달 26일 김씨 오빠는 전화를 받지 않는 동생이 걱정돼 김씨 집을 찾았다가 방 안의 컴퓨터가 켜져 있는 것을 보고 별다른 의심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지난 3일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김씨 오빠는 동생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았고 "사장님이 출근하지 않고 있다"는 종업원 말을 듣고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씨가 실종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17일 종업원들에게 "며칠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김씨 집에서 김씨의 혈흔이 발견했으며 아파트 내 폐쇄회로(CC)TV를 통해 실종 당일 오후 한 남성이 여러 차례에 걸쳐 대형 여행용 가방을 끌고 나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들 모녀가 살해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김씨 주변을 수사하던 경찰은 김씨가 전직 야구선수 이씨와 가깝게 지내온 사이라는 정황을 포착했다.
특히 이씨가 사업을 하다 실패해 사기 혐의 등으로 수배 중이며 연고지인 전남 광주로 내려갔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이씨를 모녀 실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게 된다.
◇ 경찰이 재구성한 실종 모녀ㆍ용의자 행적 = 경찰이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더 있다.
김씨가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참치 횟집에서 퇴근한 것은 지난달 18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이다.
이어 18일 오후 4~5시께 김씨의 아파트 앞에서 김씨 소유의 SM5 승용차를 주차해둔 채 대형 여행가방을 들고 있던 한 남성이 인근 주민에게 우연히 목격됐다.
마침 이날 오후 9시14분 아파트 CCTV에 한 남성이 카트를 끌고 김씨 아파트로 들어갔다가 대형 가방을 싣고 나오는 장면이 찍혔고 이 남성은 40여 분간 모두 5차례에 걸쳐 아파트를 드나들며 `짐'을 실어날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탔던 한 주민은 이 남성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마주쳤으며 이후 경찰 조사에서 "전직 야구선수 이호성씨와 생김새가 같았다"고 진술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밤 김씨와 둘째, 셋째딸의 휴대전화는 전원이 꺼져 있었고 외출해서 친구들과 만났던 김씨 큰딸의 휴대전화도 자정 이후 전원이 끊겼다.
다음날 오전 5시께 김씨 큰딸의 휴대전화는 전남 화순의 한 야산에서 잠깐 신호가 잡혔으나 이내 끊겼으며 같은 날 오후 2시53분에는 호남고속도로 서울방면 장성나들목 부근에서 김씨 소유의 SM5 승용차가 지나가는 장면이 자동판독기에 찍혔다.
20일 오후 8시18분에는 김씨 아파트 주차장 CCTV에 한 남성이 김씨의 SM5승용차를 몰고 와 아파트 주차장에 세운 뒤 황급히 빠져나가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씨 오빠가 동생이 걱정돼 김씨 집을 찾은 것은 이로부터 일주일 가량이 지나서였다.
◇김씨 모녀, 실종 21일만에 살해된 채 발견 = 비공개리에 수사를 진행해온 경찰은 신고 접수 일주일 만인 10일 오전 이 사건을 공개 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공개수사 이유로 모녀 4명이 실종됐고 용의자가 전 프로야구 선수인 점, 그리고 언론과 시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경찰은 이씨를 용의자로 공개수배하는 한편 수사팀을 확대해 서울지방경찰청 1개 팀과 광역수사대 1개 팀 등을 포함한 66명의 수사팀을 꾸려 이 사건을 집중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용의자 이씨의 사진과 인적사항이 기재된 '실종사건 용의자 수배' 전단을 공개하고 현상금 300만 원까지 내걸었다.
그러나 김씨 가족은 이날 오후 11시께 실종된 지 21일 만에 전남 화순에 있는 한 교회의 공동묘지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
시신은 사건 발생일인 지난달 18일 오후 김씨 아파트 CCTV에 찍힌 것과 동일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가방 4개 안에 담긴 채 땅 속에 묻혀 있었다.
이에 앞서 유력한 용의자였던 이씨 역시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용산구 반포대교와 한남대교 중간지점 한강에서 투신자살한 채 발견됐다.
js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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