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음악의 공통점은?...'템포'>

  • 등록 2008.03.10 1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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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음악과 축구의 공통점은 템포(tempo)가 아닐까요"

10일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이색축구 경기가 펼쳐졌다.

그라운드에 모인 선수들의 피부색과 생김새도 가지각색. 젊고 긴 머리를 치렁거리며 뛰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반백의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굵은 뱃살 무게를 힘겹게 지탱하며 볼을 쫓는 중년의 공격수도 있었다.

이날 그라운드에서 친선전을 펼치며 땀을 흘린 선수들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과 내한 공연차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권위의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이었다.

축구 전문가들이 아닌 만큼 경기 내용은 '동네 축구' 수준에 머물렀지만 '축구 종가' 영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와 월드컵 4강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시향의 경기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친목을 도모하는 경기였지만 A매치에 못지 않은 준비성을 보여줬다. 양국 국가는 런던필하모닉의 금관 주자 5명이 관중석에 모여 트럼펫 3대와 트롬본 2대로 즉석 연주를 펼쳤다.

특히 이날 대결은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회장이 참석, 선수단 격려와 함께 대표팀 유니폼을 선물하면서 축제 분위기를 달궜다.

런던필하모닉 금관 주자들은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축구장 응원가로 자주 쓰이는 '고 웨스트(Go West)'와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 삽입된 '보기 대령 행진곡'을 즉흥적으로 연주하면서 경기의 흥을 돋궜다.

선수들이 입장할 때는 멋진 브라스 사운드로 영화 '록키'의 주제가 'Gonna fly now'가 울려 퍼져 양팀 응원단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에 맞선 서울시향 응원단은 꽹과리와 징으로 무장, 서양 악기에 질세라 독특한 사물놀이 응원을 펼쳤다.

경기의 내용보다 더 재미있던 것은 응원단들의 반응. 전반전에 런던필하모닉 선수 한 명이 얼굴에 볼을 맞아 코피가 흐르자 "혹시 금관 주자 아니야?"라며 걱정스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입술이 생명인 금관 연주자들을 걱정하는 '동업자 정신'이 발휘된 것.

또 후반전에도 런던필하모닉의 선수가 무릎을 다치자 이번에는 "설마 팀파니 연주자는 아니겠지?"라는 웃음소리도 나왔다. 팀파니는 타악기지만 페달을 밟아 음을 조절한다.

런던필하모닉 응원단도 "Protect your mouth!(입 다치지 않게 조심해)"라는 고함으로 11~13일 예정된 공연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경기의 결과는 축구종가답게 측면 공간을 활용한 세트 플레이를 펼쳐보인 런던필하모닉의 3-2 승리였다. 서울시향은 온두라스 출신의 호른 주자와 '토종' 트롬본 주자가 골을 터트렸다.

서울시향의 한 관계자는 "금관이 현악 파트에 비해 축구를 잘하는 것처럼 비쳐 질 수 있지만 호른 주자는 대학 때 축구 선수 경험이 있고 트롬본 주자는 조기축구회 회원"이라며 "역시 축구와 음악은 공통점은 템포(빠르기)를 잘 맞추는 것"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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