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지방' 만들자.."자율권 늘리고 규모의 경제를"
(대구=연합뉴스) 류성무 기자 = 2006년 6월 초 민선 4기 출범을 앞두고 김문수 경기지사는 도지사 당선자 신분으로 `대(大)수도론'을 제기했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풀고 행정구역 위주의 `칸막이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김 지사의 발언은 비수도권 지역의 강한 역풍을 맞았다.
`수도권만 잘 살겠다는 것이냐' `수도권과 지방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망국적인 논의다'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 지으려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금년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5+2 광역경제권' 구상을 발표했을 때도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강도는 완화됐지만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광역경제권 구상이 지방 경쟁력 제고나 지역 균형발전보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무게를 둔 것으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도권과 지방의 공존공영 문제는 역대 정권마다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았다.
수도권의 규제 완화는 곧 다른 지방경제의 붕괴로 인식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간에 `제로 섬' 방식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으며, 이같은 대립은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 `독자 생존력' 상실한 지방 경제 = 수도권과 다른 지방간의 첨예한 이해대립을 놓고 인적, 물적 자원의 수도권 집중과 지방의 상대적 낙후에서 그 원인을 찾는 시각이 많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전국 16개 시.도 예산 담당자들을 상대로 취합한 2008년 시도별 재정자립도 현황자료에 따르면 서울시(85.7%)와 인천시(71.2%), 경기도(66.1%)가 재정자립도 1, 2, 3위를 차지했다.
16개 시.도 가운데 광역시인 울산(63.3%), 대전(61.2%), 부산(59.2%), 대구(56.7%)를 제외하고 나머지 9개 시도가 재정자립도 50%선을 밑돌았다.
특히 전남(11%)과 전북(15.3%)은 재정자립도 10%대에 그쳤다.
수도권의 면적은 전 국토의 11.8%에 불과하지만 전체 인구의 48.1%(경제활동인구의 49.4%), 종사자 5인 이상 제조업체의 57.2%(전체 11만7천205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사실 이같은 수도권 집중현상은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 주민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구과밀은 교통, 주거여건 등 주민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끊이지 않는 소모적 논쟁 = 지역 균형발전 문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두 얼굴'을 가진 민감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 주도 시책들이 비수도권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수도권 소재 기업들은 `지역균형 발전은 결국 수도권 규제로 이어져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상반된 논리를 펼친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은 수도권 규제완화 논의가 제기될 때마다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2005년 LG필립스LCD가 7세대 생산시설 입지를 경북 구미가 아닌 경기도 파주로 결정했을 때 대구.경북 주민들이 `범 시.도민 궐기대회'까지 열며 반발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지역의 지자체와 주민들은 당시 "산업화 과정에서 국내 전자산업의 메카 역할을 해온 구미국가산업공단이 공동화되는 시발점"이라면서 거세게 반발했다.
나아가 그동안 지역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건 정부의 수도권 규제가 결과적으로 지방의 경쟁력 제고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수도권의 글로벌 경쟁력까지 약화시켰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수도권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지방보다 해외로 산업기지를 이전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오히려 지방의 성장동력을 저하시켰다는 논리다.
특히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건설을 전면에 내세웠던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최근 높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유력 경제연구소의 핵심 관계자는 "지방에 대한 시혜적 차원의 일방적 접근법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지방의 적극적인 참여나 자발적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정부가 강제배분 하는 형식의 지역 균형발전은 한시적 성과밖에 낼 수 없다"고 꼬집었다.
◇ `강한 지방' 육성 통해 상생 모델 찾아야 = 실용주의를 표방한 새 정부 출범 이후 과거와 같은 `제로섬 방식'의 접근법은 해답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이 힘을 받고 있다.
새 정부가 전국을 광역경제권으로 묶는 5+2 광역경제권 구상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도권 대(VS) 지방'의 개념을 `수도권과(&) 지방'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제로 섬' 방식의 접근법을 `윈-윈'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새 정부는 `강한 지방' `경쟁 발전' `상생 발전' 등의 구호도 내걸었다.
강력한 지방분권 추진과 권역별 광역경제권 구축을 통해 지역경쟁력을 높이고 자체 발전동력을 가진 지방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 나고야시와 인근 도시가 경제통합으로 지방도시의 한계를 넘어 급성장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제조업 공동화와 도시형 서비스 수요의 수도권 흡수 등 나고야시가 경제통합을 추진하기 전 상황과 우리나라 지방 경제상황이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나고야시는 1988년 올림픽 유치 실패를 계기로 `그레이터 나고야(Greater Nagoya)'를 표방하면서 자동차로 1시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반경 80~100㎞)의 지역을 같은 경제권으로 통합하는 발전 전략을 구사했다.
나고야시와 아이치현 등 인근 3개 현과 22개 시, 10개 상공회의소와 36개 경제관련 단체를 묶는 경제통합 구상이었다.
이른바 `나고야 경제권'은 지역 간의 역할분담을 강조했다.
나고야시의 3차산업과 연구.개발(R&D), 도요타시의 수송.항공우주.전자기기, 토우카이시의 철강, 미에현의 전자부품, 기후현의 섬유와 세라믹 등을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고 `그레이터 나고야' 브랜드명으로 지역이 하나가 되어 대외적으로 통합 마케팅을 실시했다.
또 중부권국제공항 건설, 역세권 정비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전통산업을 첨단 및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개편했다.
이 결과 나고야권은 일본 경제의 중심축으로 성장했다. 상업 중심지로 도쿄와 함께 선두 다툼을 해온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가 상대적으로 쇠퇴한 반면 제조업 중심지로 거듭난 나고야 지방이 급성장한 것이다.
◇ "자율권 늘리고..규모의 경제 지향해야" =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지방의 공존공영 방안의 핵심으로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의 자율권 확대와 규모의 경제를 강조한다.
포스코경영연구소 김준한 소장은 "수도권이 발전해야 지방도 동시에 발전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지방 경제가 활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면서 "광역경제권 구상도 그런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소장은 "제도적 측면에서 우선 지방에 자율권을 많이 주는 방식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면서 "국세와 지방세 간의 세목 조정을 통해 지방의 재정능력을 높여주는 것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경북대학교 경영학부 서정해 교수는 "지방 중 하나로서의 수도권은 문제가 없지만, 수도권은 항상 중앙이라는 개념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서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고 공존공영하기 위해선 확실한 분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해 수도권도 살아야 한다. 하지만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초기 조건이 같아야 하고 이렇게 초기 조건이 같아질 때까지 지방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런 전제조건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공존공영 논의는 결과적으로 지방 고사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tjd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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