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서 발표한 정부업무 보고엔 유교 경전에 나올 법한 표현들이 유독 눈에 띈다.
원 총리 보고에 나타난 대외적 정책은 '부국강병'이 주류를 이루지만 국내 정책은 후진타오(胡錦濤) 체제의 집정 이념으로 자리잡은 '이민위본(以人爲本.인간을 근본으로 삼음)' 원칙에 고스란히 녹여져 있다.
중국 지도부는 최근 들어 봉건시대로 돌아갔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유교적 덕치와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
원 총리는 "정부의 모든 권력은 모두 인민이 부여한 것으로 인민을 위한 정치는 각급 정부의 숭고한 사명"이라며 "인민의 근본적 이익을 실현하고 유지하며 발전시키는 것을 정부 업무의 출발점이자 낙착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원 총리는 이어 "더더욱 사회보장과 민생 개선을 촉진하되 특히 도농 저소득층의 곤경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며 "모든 것이 인민에 속하고 인민을 위한 것이며 인민에 의지해 인민에 공을 돌리는 자세를 견지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원 총리의 정부업무 보고는 지난 30년간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넉넉해진 국가재정을 풀어 교육, 의료, 주택, 사회보장 등 생활을 풍족하게 만들겠다는 데서 출발한다.
중국 정부가 이중 가장 큰 관심을 쏟는 것은 사회·경제의 가장 큰 결정체인 삼농(三農 = 농촌·농업·농민) 문제에 있다. 7억3천만명이 달하는 농촌인구의 소득은 연평균 4천140위안으로 도시인구 5억9천만명의 1만3천786위안보다 무려 세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조화(和諧) 사회, 샤오캉(小康) 사회의 구현을 위해선 농촌문제 해결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올해 삼농정책 예산을 지난해보다 무려 30% 늘린 5천625억위안을 투입하기로 했다.
홍콩 신보(信報)는 후-원 체제의 가장 큰 '덕정(德政)'으로 중국 역사상 2천600년만에 농업세를 폐지한 것과 전국 농촌의 학생잡비를 없앤 것을 꼽기도 했다.
농촌 문제와 아울러 중국 정부는 교육(1천562억위안), 보건(832억위안), 사회보장(2천762억위안), 염가주택 공급(68억위안) 등 민생예산 1조2천156억위안을 배정, 지난해보다 25% 증액했다.
중국 지도부가 이처럼 농촌과 민생을 강조하는 이유도 역시 유교철학에서 비롯됐다.
후 주석도 언급했던 '인심향배(人心向背)'는 명나라 문신 여계등(余繼登)의 저서에서 비롯된 말로 민심을 잃으면 국가가 쇠망한다는 의미다. 전한(前漢) 시기 학자 가의(賈誼)가 진(秦)나라의 멸망 원인을 분석한 '과진론(過秦論)'에서도 민심 이반으로 인한 국가패망의 사례가 실려 있다.
중국 지도부는 이런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민심이반으로 사회 집단의 저항이 격화되면 공산당 집권의 정당성이 위기에 처하고 공산당의 영구적 집권과 안정을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이에 따라 유교 철학에서 역사적 교훈을 빌어오는 것 뿐 아니라 공산주의나 자본주의의 이념적 공백을 메워줄 대안으로 '전통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유교사상에 눈을 돌리고 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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